文 “남북 대화 코앞···한미연합군사훈련, 한반도 비핵화 속 협의 의제” 무슨 뜻?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이틀째인 지난 9월19일 밤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를 관람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는데,그 장면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실시간 중계됐다. 해당 장면의 모니터 캡처. 2018.9.19(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이틀째인 지난 9월19일 밤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를 관람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는데,그 장면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실시간 중계됐다. 해당 장면의 모니터 캡처. 2018.9.19(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의도대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축소될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앞세워 한미연합훈련의 협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부터다. 심지어 ‘한미연합훈련’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틀(frame)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로 전락함에 따라 안보 불안은 더욱 확산 중이다. 그런데, 그가 말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또한 이미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의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비롯한 정전협정 체제 자체가 이미 '반쪽짜리'로 전락한 지 26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역할론 띄워···실상은 정전협정도 유명무실(有名無實)

‘한미연합군사훈련 위기설’의 진원(震源)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기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정책의 틀 속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며 “이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3월마다 연례적으로 시행되던 방어 목적의 한미연합훈련이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바이다. 그의 대북관(對北觀)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기서 그가 말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정말 실효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北 도발로 ‘허울만 남은’ 약속들···‘정전협정’까지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등 각종 대남 도발로 인해 지금으로부터 29년 전 맺은 ‘1992년 남북군사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는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정체는 ‘1992년 남북합의’에 기인한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목적은 남북간 군사적 신뢰조성을 목적으로 합의됐지만 불과 2~3년 만에 북한이 ‘정전협정’을 무너뜨리면서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상태가 됐다.

1953년 7월27일 맺은 정전협정의 실질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 지점은 바로 ‘군사정전위원회(20항)’와 ‘중립국감독위원회(37항)’의 현황을 통해 확인된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에 따르면 군사정전위원회(Military Armisitice Commission:MAC)는 한반도 정전체제 유지 기능을 가진 실체적 기구다. 총 10명으로 구성되는데, UN군(유엔군) 총사령관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이 각각 5명씩 임명한다. 그중 각측 3명은 장성급 인사다.

그런데, 1991년 3월25일 유엔군사령관이 유엔군 측 5명 중 1명을 국군 장성 황원탁 소장을 임명하자, 북한은 이를 빌미 삼아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그러다 1994년에는 군정위 측 북한군 대표를 일방 철수키셨고, 미·북 평화협정 체결 조건을 앞세우면서 北 조선노동당 총정치국의 직접 통제를 받는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를 설치하기에 이른다. 그해 12월에는 중공군 대표도 철수시켰다. 정전협정 체제의 무력화기도 행위다.

정전협정 체제를 유지하는 두 개 축 가운데 나머지 하나는 중립국감독위원회(Neutral Nations Supervisory Commission:NNSC)다. 군정위를 뒷받침하는 중감위 역시 놀랍게도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와해됐다.

중감위는 유엔군 측 중립국 스위스·스웨덴과 공산군 측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로 구성된다. 1993년 4월,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슬로바키아로 분리 독립하자, 북한은 체코 대표단의 입국 자체를 거부했다. ‘자본주의 물을 먹었다’는 게 명분으로 이용됐다. 폴란드 역시 1995년 2월 북한에 의해 퇴거조치 됐다. 이로써 정전협정은 고사하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역시 제 구실을 못하게 됐다.

 

1953년 7월 27일 북한·중국·미국 대표(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서명으로 체결된 정전협정문 영문본. (사진=연합뉴스)
1953년 7월 27일 북한·중국·미국 대표(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서명으로 체결된 정전협정문 영문본. (사진=연합뉴스)

 

‘核 증강 천명’ 北···그럼에도 文 “남북대화 새로운 국면”?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北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와 대화에 대한 의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있다”면서 “北 김정은 위원장의 '남쪽 답방'은 남북간 합의된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비핵화를 비롯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가 타결되면 다 해결될 것으로, 남북대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자평했다. 실상은 어떨까.

北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北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가 열렸다. 핵심은 ‘핵(核) 무력 증강’을 비롯해 유사시 무력을 동원한 한반도 석권이다. 노동당 규약 전문 개정까지 이루어지면서 사실상 대남적화통일을 위한 고도화 투쟁 노선을 천명한 것이다. 야간에 열린 열병식에서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SLBM)까지 선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공들였던 ‘한반도 비핵화’와는 달리, '북한 비핵화'는 오히려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수반이 ‘대화 의지가 있다’는 평가에 이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한 한미연합훈련의 협의 가능성’을 직접 흘린 것도 모자라 ‘비핵화 의지가 충만하다’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2017년부터 끊임없이 거론됐던 ‘비핵화’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14일 북한 평양에서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북극성-5ㅅ'으로 보이는 문구를 단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SLBM은 지난해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4ㅅ'보다 탄두를 키운 신형 SLBM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14일 북한 평양에서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북극성-5ㅅ'으로 보이는 문구를 단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SLBM은 지난해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4ㅅ'보다 탄두를 키운 신형 SLBM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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