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빚투' 패닉바잉...유동성장세는 증시 상승에 한계 있어
美 1929년 대공황은 거품 꺼지며 주가 폭락, 은행들 대거 도산하면서 발생
빚투 실패는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져...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은 대비해야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주가는 KOSPI가 1월 6일 사상처음 3000을 돌파한지 불과 5일 만에 장중 3200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저점이었던 3월 19일 1457.64와 비교하면 2.2배나 급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4천만 원을 넘어섰다 3800만 원대로 물러난 상태다. 달러 기준으로는 38,710 달러로 지난 해 저점이었던 3월 17일 4945 달러에 비하면 7.9배나 급등했다. 이더륨의 상승률은 더 높다. 1월 11일 이더륨은 1282 달러로 지난해 저점이었던 3월 17일 108 달러에 비하면 무려 12배나 급등했다.

주가와 가상자산가격의 상승배경은 각각 다른 배경과 이유가 있지만 공통적인 배경은 글로벌 유동성이 엄청나게 넘치고 있다는 점과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빚까지 영끌해서 투자하는 소위 패닉바잉을 하고 있는 점이다. 미국연준은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로 경기가 침체하기 시작하자 지난 해 3월부터 제로금리 하에서 국채를 무한정 매입하는 양적완화정책을 재개했다. 현재 미국연준의 본원통화는 5조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해 실시했던 양적완화 결과 늘어났던 4조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미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시해 오던 양적완화정책을 2014년 10월부터 종료하고 국채매입을 줄여왔으나 코로나로 경기가 침체하자 다시 양적 완화정책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양적완화에 힘입어 지난 해 초 18000대였던 다우지수가 3만을 돌파하는 유동성장세를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도 지난 해 3월 17일 4945달러를 저점으로 급등하기 시작해 4만 달러대까지 상승했다 38,710 달러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국판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통화량이 급증했다. 본원통화는 지난 해 말 187조 원에서 216조 원으로 15.5% 증가하고 같은 기간 광의의 통화(M2)는 2908조 원에서 3151조 원으로 8.4% 증가했다. 미국에 비해서는 증가율이 낮은 수준이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풀린 유동성이 기업투자 활성화나 민간소비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자산가격 급등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빚까지 영끌해서 투자하는 소위 패닉바잉을 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지난 해 말 증시예탁금은 64조 원으로 2019년 말 29조 원에 비해 35조 원이나 급증했다. 금년들어서도 열흘 여 기간 동안에 3조 원 증가하고 있다. 증권사 신용융자잔액은 지난 해 말 19조 원으로 2019년 9조 원에 비해 10조 원이나 증가했다. 올들어 주식계좌는 하루에 10만 개씩 늘어나고 있다. 가계신용대출은 2019년 말 450조 원에서 지난 해 10월 말 482조 원으로 32조 원이나 증가했다. 금년들어서도 이 추세는 지속되고 있고 금년들어서 1주새 마이너스통장이 7400여개 증가했다. 반면 늘어나던 장기저축성예금은 지난 해 2분기에 –7조원 3분에는 –14조원을 기록해 지난 해 2분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 마디로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가능한 돈을 모두 끌어 모아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영끌 빚투 소위 패닉바잉 현상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집값급등과 연관이 깊다. 경실련은 문재인정부들어 지난해 중반 기준 강남의 99m2(30평형대) 아파트가격은 21억원으로 2017년 13억 원에 비해 무려 7억 원이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비강남 아파트 가격도 9억 4천만원으로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같은 평형의 전세가격은 강남은 7억 3천만 원, 비강남은 4억 5천만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아파트가격이나 전세가격도 연말에는 더욱 상승했다.

이러한 집값 상승은 건축규제, 대출규제, 분양가 상한제, 세금중과 등 규제와 세금 중심의 대책을 문재인 정부 들어 24번이나 쏟아낸 반면 재건축 등 공급대책을 외면한 결과다. 살 만하고 살고 싶어하는 곳에 집을 공급하지 않고 수요규제 중심의 대책은 집값을 더욱 올리고 만다는 것은 노무현정부시절 겪고도 고스란히 똑 같은 정책을 같은 사람들이 반복한 결과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신용등급이 좋은 경우에도 집을 구입할 경우에는 갭투자를 줄인다는 이유로 대출을 10%밖에 쓸 수 없도록 규제해서 90% 집값을 현금으로 마련하기 힘든 청년들의 내집마련 사다리를 사실상 끊어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전세 급등은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의 결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게 되자 내집마련 희망을 잃은 청년들은 주식과 가상화폐에 영끌 빚투 패닉바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끌 빚투 패닉바잉은 매우 위험하다. 주식시장의 유동성장세는 실적이 호전되어 실적장세로 연결되지 않는 한 언제까지 갈 수 없다. 한국에서는 기업규제3법 노동조합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투자활동을 억누르는 규제와 징벌이 겹겹이 쌓이고 있고 코로나도 백신확보의 지연으로 금년 중에 진정될지 불확실한 실정이다. 미국발 유동성은 코로나 백신을 이미 접종하기 시작한 미국의 경제가 금년 하반기 들어 회복되면 줄어들 수도 있다. 가상자산 가격도 기관투자가들의 진입이 본격화하고 있고 탈중앙금융거래(DeFi) 열풍이 불고 있는 등 호재가 있기는 하지만 급등 후에는 언제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는 것이 금융시장의 이치다. 벌써 비트코인 고래(대량 보유자)들과 채굴자들의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빚투가 실패하면 대출해준 금융회사 부실을 초래하게 되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점에 당국과 투자자는 유의하고 대비해야 한다. 대공황도 이러한 환경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노파심에서 경고하고 싶다. 1차 세계대전 (1914~18) 중 발달한 자동차, 라디오 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주가가 1921년 8월을 저점(주가지수 54.8)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주가가 1928년 2월(주가지수 139.7)부터 1929년 9월(주가지수 237.8)까지 폭등세를 보이면서 투기장화했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 연준이 1929년 8월에 재할인율을 5%에서 5.74%로 인상하고 9월에 다시 6%로 추가 인상하는 등 긴축정책을 단행하자 거품증세를 보이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1929년 10월 29일(Black Tuesday) 주가가 대폭락하고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대거 도산하면서 대공황이 발생했다. 금융시장의 거품은 이처럼 위험한 것이다. ‘파티가 무르익기 전에 잔을 치워야 한다’는 정책당국이 명심해야 할 금언을 다시금 강조하는 바이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자유시장연구원장, 선진경제전략포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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