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선노동당 제8차 회의'가 5일차를 맞이한 가운데, 그 의도가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을 비롯한 이번 당 대회의 핵심은 '3대 세습통치와 대남적화통일 노선 강화'다. 이는 결국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 갔다'는 뜻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보도를 통해 "지난 9일 제8차 노동당 대회 5일차에서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에 대한 결정서'를 채택했다"면서 "무력을 정치사상·군사기술적으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 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할 것"이라며 "강력한 국방력에 의거해 조국 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려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당대회를 시작하면서 노동신문을 통해 '인민대중제일주의' 및 '자력갱생' 등을 거론했었다. 앞서 북한 경제 상황도 일부 언급했지만, 결국 '핵무력'에 방점을 찍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북한은 향후 5년 동안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략도발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대화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판단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 등 대북정보기관 등이 이번 8차 노동당 대회를 분석 중인 상황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출처도 밝히지 않은 자신의 주관을 공개했다. 이는 훗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의견 뒤집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접 북한과 '남북협상'을 치러본 국정원 측 인사들은 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국정원 대북파트에서 26년간 근무했던 유성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10일 오후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완전히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일갈했다. 유 前 원장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2차 남북정상회담의 10·4 합의서 초안을 작성한 인물이다. 회담을 앞두고 물밑에서 수차례 북한 실무자들과 접촉했던 경험을 고려할 때, 현 국면은 우리 정부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그의 판단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정원에서 북한을 분석했던 고위 분석관들은 이번 당대회를 어떻게 봤을까. 펜앤드마이크는 이날 저녁 30년간 국정원 대북정보실 특수정보 담당 분석관으로 근무한 바 있는 곽길섭 前 대북정보실장을 통해 이번 당대회의 의도를 확인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 일부.
- 이번에 열린 北 조선노동당 8차 회의의 의도가 무엇인지?
▲ 北 김정은의 열등감은 '정통성 부족'이다. 그래서 이번 김정은 체제는 그 정통성의 기반을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 체제와 자신이 새로운 정책노선에 무게중심을 뒀다. 앞선 2대 체제를 계승해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노골적으로 규정한 행위다. 그렇게 나온 것이 바로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이다. 영구통치하겠다고 천명한 것인데, 핵심은 '핵무력 유지'다.
- 집권여당을 비롯해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당대회의 핵심을 '경제 개발'에 중점을 뒀다. 그런데 '핵무력 완성'과의 관계는 어찌 되는 것인지?
▲ 이번 당대회 초반에는 '자력갱생' 등 경제 관련 사안을 이야기했는데, 결론은 '핵무력'이다.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것을 두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 혹은 '민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인민대중제일주의'란 '핵무력'과 병립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면 된다.
- '인민대중제일주의'와 '핵무력'이 어떻게 병립할 수 있는가?
▲ 우리는 '경제 안건'과 '핵무기'를 정반대 개념으로 인지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핵(核)'은 곧 '인민대중제일주의'이다. 핵무기는 인민대중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만복을 느끼면서 잘살게끔, 북한을 지켜주는 '만능 보검'이라고 본다. 이에 따르면 인민대중제일주의란, 핵무기 완성을 위해 북한 지도자가 모든 권력을 쥐어짜겠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 배고프지만, 만능 보검을 완성시켜 '우리 민족끼리', '자립적 민족경제'를 '보완'하겠다는 뜻이다. 핵무기 없이 인민생활만 보완하면 일명 '미국 제국주의'로 인해 사회주의 제도가 무너진다는 선전하는 것이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핵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인민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 이인영 통일부장관 등은 '남북교류협력'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는데?
▲ 실제로 쉽지 않은 노선 같은데, 지금 교류협력 등에 나서게 되면 이권 문제나 압박 요인 등 북한 유동선이 증가한다고 보고 핵을 고도화 시킨 후 그걸 매개로 미국 바이든 정부 등을 상대로 경제 제재도 풀어나가겠다는 결론에 이른 것 같다. 北 김정은의 지도자적 위치를 강조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는 신념을 강요하고 외부적으로는, 특히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너희들이 우리에게 맞추라'는 식의 전술적 변화를 알린 셈이 된다.
- 집권여당에서는 "대화 시점"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현 상황에서 대화가 가능할지?
▲ 완전히 판단 착오다. 현 국면에서 유화 정책 노선을 하려는 것 같은데,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을 두고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앞서 北 김정은이 "본질을 제대로 보라"는데 이는 '인도적 지원'이나 '코로나19 백신 협력'이 아니다. 바로 '주한미군 철수, 군사무기 도입 금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를 뜻한다.
- 정부가 당대회 중 했어야 했는데 놓친 것이라면?
▲ 북한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핵무력'을 언급했을때, 즉 핵잠수함 등에 대해 언급하면 우리 정부도 대응을 했어야 했다. 전부다 고도화하겠다는데 침묵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은 지금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의해 함께 하자'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남북교류 등 너희들이 하려는 것은 전부다 비본질적인 것으로 주한미군 철수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 난데없이 교류협력 운운하는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교류협력이다. 아무리 정치를 한다고는 하지만...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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