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6일 정인양 사건과 관련,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6일 정인양 사건과 관련,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입양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양 사건은 전 국민적 분노와 더불어 경찰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 주었다는 지적이다.

수사권 독립으로 검찰과 같은 경찰의 위상, 검사와 같은 경찰관의 권한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정인양과 같은 힘없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민생치안이 경찰이 집중해야 할 최우선 업무라는 것이다.

수사권 탐닉, 검찰과 같은 위상 탐낼 것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 민생 우선해야

서울 양천경찰서는 정인양에 대한 학대의심 신고를 지난해 5월과 6, 9월까지 세차례나 접수했으나 그때마다 내사종결이나 혐의없음으로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1차 신고가 있었던 5월 당시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측에서 멍과 상처 등 학대 정황이 담긴 다수 사진을 증거자료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양부모의 말을 믿고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2차 신고가 들어왔던 6월 말에는 '양모가 피해아동을 차량에 방치하는 것 같다'는 증언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폐쇄회로TV(CCTV) 등 증거확보에 실패,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3차 신고가 있었던 9월 말에는 정인이를 진찰한 소아과 의사가 입 안 상처 등 학대 정황을 파악하고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경찰은 신체의 상처 등 학대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켜 다른 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게 했다. 이 기관은 양부와 함께 다른 소아과에 방문했고, 해당 병원은 '구내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약 보름이 지난 1013일 정인이는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수사 결과, 정인이는 입양 한 달 뒤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췌장절단 등 복부 손상, 전신 피하출혈, 7군데 이상의 골절 흔적 등이 드러났다.

결국 김창룡 경찰청장은 6일 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머리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해야만 했다.

김 청장은 이번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를 드린다. (정인이 사건)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찰의 최고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경찰의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권의 수사권독립 선물, “경찰에 큰 짐 될 것

문재인 정부는 경찰에 수사권 독립이라는 큰 선물을 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논의돼온 경찰 수사권 독립이 30년만인 올해 11일부터 이루어졌다.

자체적으로 수사지휘권과 종결권을 갖는 경찰 수사권 독립은 한편으로 경찰의 오랜 염원으로 치부돼 왔지만 경찰 내부 분위기는 그렇지도 않았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황운하 등 주로 경찰대 출신 경찰내 엘리트들이 목소리를 높였을 뿐, 역대 경찰청장 중 다수는 경찰 수사인력의 역량부족 등을 이유로 스스로 수사권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수사권이 경찰조직에 큰 짐이 될 것을 우려해서다.

김대중 정부 때 한 경찰청장은 사석에서 수사실력도, 공정성을 담보할 도덕성도 아직 준비가 안돼있다. 창피하지만 나는 아직 우리 경찰을 믿을 수 없다. 경찰은 수사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인양, 이용구 차관, 박원순 전 시장... 수사권 독립 벽두부터 경찰 흔드는 사건들

검찰권 약화를 주요 국정목표로 삼은 문재인 정권은 권력기관 개편’, ‘사법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이런 경찰에 수사권을 넘겼다. 하지만 수사권 독립이 경찰에 축복만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정인양 사건 뿐 아니라 이용구 법무부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까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수사들이 줄줄이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이용구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해 116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택시 기사가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자 멱살을 잡아 폭행했지만, 경찰은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해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했고 폭행 혐의가 반의사불벌죄이기에 이 같이 마무리했다고 해명했지만, 운전 중인 자동차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10'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전담 TF를 꾸리고 수사관 46명을 투입해 5개월 간 5개 혐의를 수사했지만, 성추행 의혹은 '공소권 없음'으로 서울시 관계자 방조 의혹은 '불기소(혐의없음)' 등으로 마무리하며 총 '2'의 처분 결과를 발표했다.

결국 정인양 사건과 이용구 차관 사건,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경찰이 규명하지 못한 내용을 찾아내고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 검찰과 대등한 수사기관을 지향하는 경찰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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