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권의 민낯을 보여준 조국 사태, 윤미향 사건 그리고 추미애 사태는 아직 진행중이다. 이 사건들은 나라를 운영할 실력과 자질이 없는 집단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정권에 의해서 훼손된 민주와 공화를 회복하는 것이 국민적인 과제가 되었다. 반성하지 않는 집권세력의 힘이 유지되는 것은 진영으로 갈려진 세력 구도에서 국민들이 대안으로서의 교체 세력을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수 우파가 대안으로서의 지위를 국민들에게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 이유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원주의의 확대로 분파 구성원의 정체성이 국민 정체성을 우선하고, 미디어로 직접 연결된 개인의 힘이 증대되어 권리 요구가 많아지면서, 정치적 및 경제적 양극화로 국가가 분열되는 민주정의 위기 시대다. 이념 갈등으로 인한 분파주의를 정치세력이 선거에 이용함에 따라서 진영으로 나누어져 싸우는 우리의 상황도 그러하다. 탄핵 사건과 그후의 문재인 정권의 분열 정책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 시켰다. 정치적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라 어느 진영에 속하는 것이 중요시되는 분열의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개인을 사회의 중심에 두고 다원주의를 채택하는 민주정은 원래 분열의 상황을 에정하고 그 터전위에 세워가는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살아가는 것을 전제하는 민주정은 누구도 자기 의견을 독단적으로 상대방에게 강제할 수 없다, 민주정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동체를 시작하고 상대방과의 설득의 토론을 통한 합의라는 방법으로 공통의 것을 만들어서 운영된다. 민주정을 운영하는 한 나의 주장을 잘 가다듬어서 표현하여 상대방을 설득하고 양보를 하거나 양보를 받아내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설득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수사학이 발달한 것은 민주정의 운영과 무관하지 않다. 설득은 메시지 내용 만이 아니라 전달하는 사람과 전달 받는 사람의 상황에 달려있다, 메시지를 접하는 사람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의 지위나 태도를 통해서 신뢰할만한가를 살펴서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그 매시지를 수용할만할 때에 이를 받아들인다. 메시지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달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와 전달 방법 그리고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메시지가 수용할만한가 라는 점들이 메시지 전달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보수 우파는 자기편을 한정짓고 끼리끼리 뭉치면서 설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듯 하다. 작년 10월 조국사태로 분노한 국민들이 광장으로 나왔을 때에 보수 우파는 광장의 집회에 목사를 세워서 설교의 장을 열었다. 아마 종교적 권위에 의존하려는 심정으로 추측되지만, 광장을 찾은 일반 국민들은 종교집회를 방불하게 하는 광장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일반 국민들은 광장에서 정치적인 대안을 발견할 수 없었으며 돌아갈 수 밖에는 없었다,

보수 우파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자신들의 게토에 거주하면서 외부와는 담을 쌓고 사는 것 같다. 동일한 성향의 정보만을 수집하면서 쌓아진 동일한 성향의 장벽안에서 공유된 일련의 정보의 조합에서 어느 하나라도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배척을 하는 분위기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의 과거를 물어보며 먼저 던져지는 질문은 전향했느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보수 우파는 계속하여 뺄셈만을 계속하고 덧셈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보수 우파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이끌려고 하지 않고 그래서 설득을 시도하지 않는 것 같다.

타인을 설득하려 하는 경우에도 설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듣는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거나 전달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지 아니하는 일방적인 설교는 설득하지 아니하려는 자세를 보여준다. 이념과 가치에 대한 논쟁 상황을 보면 전달하려는 메시지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전달 과정과 설득의 방식에 있어서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전달 방식이 다툼을 일으켜서 메시지의 전달을 막는다, 상대방의 상황을 가리지 않고 훈계하는 태도로는 어떠한 메시지도 전달이 어렵다.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그렇게 소중하고 필요한 메시지라면 전달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으로서의 신뢰를 먼저 주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메시지라도 전달할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 보수라는 가치와 이념 내용이 아니라 메시지 전달의 태도가 소통 불능의 문제일 수 있다,

보수 우파는 가치를 말하면서 건국과 전쟁 그리고 산업화에 이르는 과거의 역사와 위대한 지도자의 이야기를 주로 거론하지만, 민주화 이후의 젊은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으려면 현재의 사람들의 생활의 맥락에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접근해야 한다. 가치로서 자유를 이야기할 때에, 자유의 가치에 대해서 학술 논문을 해설하듯이 설명하거나 이념의 중요성을 강변하면서 옳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감을 고취하는 식의 설교를 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만들고 토론의 여지를 인정하면서 서로 논의를 할 때에 자유에 대해서 더 많은 의미가 전달될 것이다, 가치의 우선성을 논증하는 것만으로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상대를 억지로 이끌어올 수는 없다. 전달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먼저 제공되어야 하겠다, 상대방은 이념이나 가치가 아니라 태도에서 영향을 받고 태도에 따른 소통의 문제로 평가를 내린다. 상대방은 이념이나 가치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태도에 저항할 수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민주정의 위기 상황은 설득의 위기상황이다, 사람들이 각종의 분파적 성향으로 갈리고 각종의 정체성으로 나누어지게 되면 민주정의 존속이 어렵다.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서의 주장만을 권리로서 요구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면 유일한 설득의 자산은 설득하는 사람 자신일 것이다. 남의 태도를 모방하거나 따르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자신 안에서 이러한 설득의 자산을 찾아내야 하겠다,

보수 우파는 설득할 수 있는 신뢰를 갖추면서 설득의 수단을 준비해야한다. 설득을 위한 자기 변화와 이를 위한 노력의 투자를 현실 영합이라고 비하해서는 아니되겠다, 이는 가치와 이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설득을 위한 것이다. 다원주의 시대의 민주정을 살아가면서 방법으로서의 설득의 수단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고 적절하다, 적절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배제할 때에 주장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라지고 보수 우파는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보수 우파는 듣고싶은 것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설득의 장에 나서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 보수 우파라는 가치와 이념의 형성과 함께 소통하려는 자세와 소통 방법을 개발해야겠다, 이러한 태도를 갖추는 것이 정치적인 행위일 것이다. 나라가 분열되고 갈라진 분파간의 치열한 다툼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접근하여 문제를 알리고 민주와 공화를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하겠다. 메시지의 전달을 생각하고 소통으로 접근하는 신년이 되었으면 한다.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