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도 없고 형평성도 없는 '영업금지' 명령...자영업자들은 살려달라며 절규
문준용, 국민 혈세로 전시회 열고 '떳떳하다'...법 집행에 기준 없을 때 법치는 흔들려
정부가 자영업자의 경제권 박탈할 권한있나? 본질적인 문제 들여야 봐야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타를 입은 업계는 아무래도 자영업일 것이다. 물론 어떤 업종이든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진입한다. 그러나 체급이 큰 산업계가 백신 개발·보급을 기다리며 죽기 살기로 버티고 있다면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내일이 없다. 특히 서울시를 중심으로 발동한 두 차례의 행정명령인 21시 이후 식사 금지·카페는 배달·포장구매만 허용이 치명적이었다.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고위험시설 12종 영업금지는 더욱 기가 막힌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여기에 더해 코인노래방을 추가 고위험시설로 지정했다.

서울시 코인노래방 관계자의 절규를 들여다보자.

출처: '민주주의서울' 게시팜 캡쳐
출처: '민주주의서울' 게시판 캡쳐

이후로는 딸자식만 아니면 죽고 싶다며 살려달라는 절규가 이어진다. 이 게시판을 관리하는 서울시공무원은 코로나 시국과 상관없이 연봉 수 천만 원을 받고 있으며, 저 울분은 내가 확인한바 서울시 코로나 대책을 총괄하는 고위공무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우려스러운 사실은 ‘기준도 없고 형평성도 없다’라는 대목이다. 법을 집행하는 데 있어 기준이 없을 때 법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자영업자의 경제권을 박탈한 것일까? 답은 2020년의 요술지팡이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다. 감염병예방법은 제49조 2항에서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의 사무를 각 지자체에 위임할 수 있다. 이 조항은 법률적 해석의 여지가 많다. 1, 2인이 이용하는 코인노래방이 여러 사람의 집합일 수 없고 1인 이용 제한으로 방역 수칙을 정하면 될 일이다. 음식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그냥 정부가 행정적 역량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점에 흥행·집회를 위해서도 아니요 그렇다고 제례를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저 한 줄 외에 감염병예방법상 음식점, 카페, 코인노래방 업종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우리 헌법 제23조는 3항에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감염병예방법상 근거가 있다손 치더라도 정부는 헌법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100일이 훌쩍 넘어가는 날들 동안 코인노래방 영업금지 명령을 발동했음에도 ‘재난 특별지원금’이라는 항목으로 60억을 집행했을 뿐이다. 이는 569개 시설에 100만 원이 채 안 돌아가는 금액이다. 정부는 특별지원금이 아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가의 통제와 제한에 익숙한 우리 국민의 성향이다. 저 읍소를 올린 자영업자 역시 ‘정부의 명령이라길래 따랐습니다. 그것이 나라를 위한 길인 줄 알았습니다.’ 로 민원을 시작한다. 얼마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유명세를 탄 네티즌 조은산도 마찬가지다. ‘주상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죽여주시옵소서~’ 의 일관된 톤이다. 개인권과 재산권을 근간으로 하는 근대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역사가 짧은 한계이자, 중앙 통제국가인 농촌공동체 사회의 역사가 DNA에 깊게 받힌 탓이다.

제대로 비꼬려면 “너, 문 가놈! 감히 국민의 권력을 잠시 위임받은 주제에, 나라 꼬락서니를 보니 역적이 따로 없구나.” 정도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예스러움을 빗댄 풍자글의 임계치가 아닐까.

이런 무늬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보니 대통령 아들이 국민 혈세인 국가 보조금 타 먹기를 제 부모 집 곳간 털 듯 한다. 게다가 이건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뭐 어쩌라고’ 식이다. 문준용 씨는 서울시에서 지원받은 코로나 피해 문화예술인 특별 재난 지원금으로 1400만 원을 타간 것이 기사회 되자 페이스북으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착각들 하고 있는데’로 시작하는 대통령 아드님의 글은 코로나 지원금 1400만 원은 작가가 직접 받은 게 아니라 작가가 전시·제작에 사용하는 용도란다. 대충 ‘청년수당은 받았지만 면접용 양복을 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중에 조선일보 단독 기사를 캡쳐해 올린 이미지는 마치 자신이 조선일보와 싸우고 있다는 소영웅심리도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글은 “우선 방역지침은 준수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고요~ 전시회는 작품을 팔기 위해 열리는 것이지 파티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러면 이 시국에 예술가들은 다 죽으라는 겁니까?”로 요약된다. 강제로 영업정지 당한 여타 업종들은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못해서 징벌적 조치라도 당했다는 것인가. 기업인들 팔 비틀어서 대통령 아들 이름 걸고 물건 팔아보겠다는 양아치 심보마저 느껴진다. (문 씨는 지난해 타 업체보다 비싼 가격에 코딩교육 교재를 전국 학교에 납품해 논란이 된 바도 있다. 보통 납품업체 선정은 낙찰가격이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는 여전히 같은 논지의 글을 올리며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훌륭한 작품으로 국민 세금에 보답하겠단다. 조국 가족에 이은 강적이다. 권력형 입시부정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결국 며칠 전 사법부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은 가족에게 “숨지 말고 당당하세요.”라고 공개 SNS까지 했던 문 씨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국민은 대통령 아들에게 좋은 작품 따위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작가로 활동할 권리를 운운하기 이전에 고개를 돌려 국민의 신음을 들을 줄 알았다면 애초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서울시의원으로서 서울시가 강제로 경제권을 제한한 자영업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프다. 그런 와중 ‘대통령 아들이 서울시에서 1400만 원의 지원금을 타갔다’는 보도를 보고 황망했을 그분들의 마음이 더 기가 막힌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국민이 ‘개인의 기본권’에 신념과도 같은 확신을 갖고, 그것을 억압하는 권력에 대해 반항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상 문준용류의 대통령 가족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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