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 사태'의 후폭풍을 임종석 前 대통령 비서실장이 키우는 모양새다. 임 前 실장이 이번 사건을 두고 "민주주의를 위해 할 일"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그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법원은 윤 총장에 대해 '직무 복귀' 결정을 내렸는데, 임 前 실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검찰의 태도와 법원의 해석에 정신이 번쩍 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우리가 합의하고 지켜가는 민주주의 제도는 매우 불완전하고 허약하며 빈틈 투성이"라며 "민주주의가 너무 쉽게 약해지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민주주의를 위해 할 일"이란 무엇인지, 그의 발언과 그가 몸담았던 단체를 통해 이를 알아봤다.
임 前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 사퇴 후 지난 6월 자신이 창립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이사장으로 둥지를 틀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직에서 떠날 당시 그는 "예나 지금이나 제 가슴에는 항상 같은 꿈이 자리잡고 있다"며 "그 꿈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이라고 알렸다. 또한 그는 "앞으로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제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곧 "서울과 평양을 잇는 많은 신뢰의 다리를 놓고 싶다"던 그의 과거 발언(2019.11.17, 페이스북)으로 향한다. 또한 "한반도, 남북관계" 등의 단어도 등장하는데, 젊은 시절 그가 의장으로 있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약칭 전대협)' 활동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전대협 3기 의장이었던 임 前 실장의 이같은 발언의 배경은, 과거 '전대협'의 활동을 빼놓고 볼 수 없다. '남한의 백만 청년학도가 북한의 청년학도에게 보내는 3차 공개서한'에서 전대협의 지향점이 엿보인다.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9일 1988년 당시 전대협이 추진했던 '사회운동'의 원본 자료 일부를 입수했다.
해당 자료에서는 "반만년의 역사와 전통 속에 찬란한 민족사를 아로새겨 왔던 우리 민족이 어찌 외세와 그 반역의 무리들의 반백년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겠느냐"라며 "민족분열자들이 불신과 대립을 조장한다고 해서 어찌 물러설 수 있겠느냐"라고 성토한다. 임 前 실장이 이번 윤 총장 징계 사태를 계기로 말한 "뭔가 할일을 찾겠다"는 부분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한편, 다음은 과거 전대협이 작성한 '남한의 백만 청년학도가 북한의 청년학도에게 보내는 3차 공개서한' 전문.
[남한의 백만 청년학도가 북한의 청년학도에게 보내는 3차 공개서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시리도록 아프게 짙푸르러 가는 조국의 하늘과 산천초목이, 그대 북한의 청년학생들과 만나게 될 감격의 그 날을 더욱 가슴 부풀게 합니다.
북한의 청년 학도들이여!
회한과 분노와 부활의 5월입니다. 반도 남녘 광주에서, 얼어붙은 동토에 민주를 꽃피우려다 2천여 동포가 두 눈 부릅뜬채 산화해가신 분노의 5월입니다. 그 날의,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는 가시지 않았으며, 그날 반도 남단을 적셨던 눈물은 마르지 않았으며, 그날 흩뿌려졌던 민주 영령들의 선혈은 아직도 우리의 두 눈에 생생합니다. 그 날 그 참극의 주역들이 지금까지도 권좌를 차지하고 앉아, 애국을 외치고 통일을 절규하는 애국자들을 감옥에 가두고 황량한 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오해에서 이해로, 반목에서 화해로, 대립에서 단합의 길로 가려는 6천만 민족의 가슴 절절한 민족적 염원을 애써 막아보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형제 동포여!
통한과 분노의 5월은 다시 살아 척박한 향토에 민주의 나무를 뿌리 내리고, 기어이 자주·통일의 새 세상으로 가려는 우리의 진군은 그 누구도 가로막을 수 없는 역사의 대세요, 시대적 요구입니다. 반만년의 역사와 전통속에 찬란한 민족사를 아로새겨 왔던 우리 민족이 어찌 외세와 그 반역의 무리들의 반백년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겠습니까? 한 강토에서, 한 갈래의 핏줄로,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화전통을 이어내려온 우리 순결한 단일민족이, 민족분열자들이 불신과 대립을 조장한다고 해서 어찌 물러설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 통일조국의 주역, 남과 북의 청년학도는 반목과 질시, 오해와 대립의 반백년 역사를 청산하고 화해와 민족 대단합의 길에 6천만 겨레의 선구자로 나서야 합니다. 오해가 있으면 만나서 풀고, 반목과 질시의 대결상태를 화해와 대단합의 힘찬 발걸음으로 물리쳐야 합니다.
비록, 우리 남과 북의 청년학생이 서로 다른 사회체제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 6천만 동포의 민족적 염원은, 조국 통일의 대의는 이를 능히 포용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애국자라면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사소한 차이를 내세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청년학도들이여!
우리는 그대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 6·10 남북학생회담의 성사에 대한 각오가 우리들 못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우리의 옛 선조들은 뜻이 있는 곳에 반드시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찌 우리와 그대들이 힘을 합쳐 못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 남한의 청년학생들은 이미 1,2차 서한에서 발표된 서울대 학생들의 제안을 지지한 바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염원은 서울대와 김일성대 학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청년학생 모두의 소중한 바램이요, 6천만 겨레의 소망이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6월10일 판문점에서 만난 다음 "안"으로 논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첫째, 국토종단 순례대행진과 남북청년학생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대하여,
둘째, 통일의 숙원사업인 남북한 이산가족의 상호교류에 관하여,
셋째, 남북한 청년학도의 장기적이고 항구적인 상호교류에 관하여,
넷째, 올림픽을 남북한 민족대화합과 평화의 대제전으로 치르는데 관하여. 등 4가지로 안건을 제안합니다.
이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실무작업으로서 남한 청년학도는 다음과 같이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첫째, 실무단의 구성은 서울·경기·인천·충청·강원·영남·호남 등 지역별로 2인씩, 12인의 대표단을 6월5일까지 구성하고 공개하겠습니다.
둘째, 위의 4가지 안건의 심도있는 논의와 그 성사를 위해 각 영역(이산가족·학술·문화·체육)별로 사업을 마련하여 전국 백만학도와 함께 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회담일시는 6월10일, 오후3시(북한은 오후 2시임) 판문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제안에 대한 그대들의 견해를 적십자사 혹은 외신 등을 통하여 우리들이 알 수 있도록 배려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제 청년 학도의 이러한 의지와 결의는 소수가 아니라, 대다수 애국청년학도의 의지임이 확인되기에, 민족대화합의 민족적 부름앞에 더이상 주저할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애국에 불타는 청년학도의 막중한 사명임을 자각하기에 전국 백만학도의 통일구국의 단심을 모아 결연히 전개해 나갈 것임을 힘차게 주장합니다.
애국에 투철하고, 정의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남북한 청년학도가 한 자리에 모여 통일에의 희망을 가득안은 가슴으로 으스러지게 껴안을 그 날을 고대하며, 북한 청년학도들의 건강과 건투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통일염원 44년 5월14일.
조주형 기자 penn@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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