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차관
이용구 법무차관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주취 폭행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장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법조인으로서 결코 행할 수 없는 범범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차관이 일사천리로 임명된 것은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합작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허겁지겁 당시 변호사이던 이용구 씨를 차관으로 내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잘라내기 위한 법무부검사징계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고기영 당시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한지 이틀만이다.

대통령은 장차관을 임명할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인사검증을 하게 마련이다. 이 차관의 경우 서초경찰서가 폭행사건을 입건조차 하지 않았지만 경찰청 정보과를 통해 상부조직으로 해당 사실이 보고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청와대 김종호 민정수석이 이 차관 내정단계에서 최근 발생한 폭행사건을 몰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에 그랬다면 무능의 극치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학의 법무차관 조기 낙마 당시 법무장관과 민정수석 책임론 제기

추 장관이나 김 수석이 인지했으나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묵살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을 개연성도 일부 존재한다. 어떤 경우든지간에 최종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신속하게 대국민사과를 한 뒤 이 차관을 경질하는 게 상식이다. 그렇지 않고 뭉개려고 한다면 또 다른 ‘내로남불’ 흑역사를 기록하게 된다.

이 같은 사태는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었던 시절에도 발생한 바 았다.

지난 2013년 3월 김학의 당시 법무차관은 임명되자마자 성접대 동영상 의혹에 휩싸였다. 임명된 지 불과 6일만에 낙마했다. 그 과정에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김 차관 임명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의원의 관여 의혹을 밝히라고 파상공세를 벌였다. 민주당 중진인 홍익표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공세의 총대를 멨다.

따라서 당시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추 장관과 김 수석은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이용구는 도로위 폭력 엄벌 지시한 장본인, ’내로남불‘의 전형

이 차관이 술에 취해 택시기사 멱살을 잡는 등 폭행 행위를 했음에도 입건조차 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제2의 조국사태’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내로남불’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법무부 법무실장 시절 ‘도로 위 폭력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저지른 도로 위 폭력 행위는 ‘내사종결’ 로 무마돼 민심의 분노를 촉발하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달 초순 어느날 밤 늦은 시각, 자택인 서울 서초동 한 아파트 앞에서 자신을 태우고 온 택시 기사를 폭행했다. 술에 취해 택시 안에서 잠든 자신을 택시기사가 “내리라”며 깨우자 폭행으로 응수한 것이다. 하지만 서초경찰서는 택시 기사가 이틀 뒤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 종결’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후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공중의 교통 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경우는 운전 중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헌번재판소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을 무시한 경찰, ‘친여인사’ 봐주기 의혹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이 적용한 헌재 결정이 2015년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조항이 개정되기 전 법률에 대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정된 특가법에 따르면 ‘승객의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해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에도 유사한 상황에서 운전자 폭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 하급심 판례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택시 기사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통해, 이 차관이 택시 기사에게 합의를 조건으로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20일 조선일보는 ‘이 차관에게 전화를 계속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서, 문자로 질문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왜 택시 기사를 폭행했느냐, 사건 종결을 위해 택시 기사에게 얼마를 주고 합의를 했는지' 등을 문자메시지로 물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무슨 소리인지?’라고 짧게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처음 듣는 소리라는 반응이었다. 이 차관은 그 이후 조선일보가 총 8회 통화 시도에 단 한차례도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의 심각성을 문제삼은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해당 경찰 수사팀에 대해 대검찰청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전 날 이 차관도 대검에 고발했다.

이 차관이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 사건은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다. 이 차관을 임명한 문 대통령이 이 사실을 몰랐다면 인선을 담당하는 민정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정누수’를 비판받아 마땅하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다면 ‘무법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용구 차관은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위 구성을 위해 추미애 장관이 급하게 제청해서 지난 2일 문 대통령이 임명한 ‘땜빵용 차관’이다. 추 장관의 과속에 대해 반발하고 사의를 표한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을 대신해 ‘윤석열 총장 징계위의 위원장 대리’를 맡기기 위해 추 장관이 선택한 카드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신임 법무부 차관이 징계위원장을 맡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히는 바람에, 이 차관이 징계위원장을 맡지 않고 정한중 외대 교수가 징계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징계위원장을 맡지는 않았지만, 추 장관의 의도대로 징계위원을 역할은 충실하게 수행했다.

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일반인과 같은 잣대로 재수사해야 한다"면서, 폭행 사건 뒤에 이 차관이 임명된 것에 대해선 "공정과 정의를 외치기 전에 최소한의 양심이나마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차관 임명 과정에서 정부가 해당 사실을 몰랐다면 그 무능함을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윤석열 자르려고 ‘폭행’ 알고도 이용구 차관 기용?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 차관의 폭행을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을 거라는 데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일 이 차관이 임명될 당시,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징계위원장을 맡을 거라는 여론이 높았다. 그만큼 중요한 인선이라서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고기영 차관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단 이틀만에 이 차관이 임명되었다.

이 차관의 폭행 사실을 알고도 추미애 장관이 제청하고 그에 따라 대통령이 차관으로 임명했다면, 의심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징계위 정족수를 채우고 윤석열 총장을 징계하기 위해서 법무부 차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운전자 폭행은 중대한 범죄이다. 게다가 이 사건의 본질은 권력층이 서민을 폭행하고 금품으로 무마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오로지 윤 총장 징계에만 눈이 멀어, 이 차관의 범죄사실을 눈감았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사죄하고, 이 차관을 해임해야 한다.

진중권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입으로 개혁을 떠드는 이들의 머릿속이 신분제적 사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대통령은 국민을 폭행한 폭력 차관을 당장 해임하고, 검찰은 이 사건을 재수사해서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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