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징세정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총대를 메고 ‘경유세’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경유세를 도입하면 화물차운전기사, 소형트럭을 모는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서민층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2050탄소중립 정책을 위해서 환경부는 ‘경유차’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경유차를 필두로 한 내연기관차의 감소는 글로벌 추세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경유차를 단기간에 없애겠다는 정책을 펴는 국가는 없다.

서민고통 아랑곳없이 ‘대책없는’ 경유차 죽이기, ‘친서민 정부’는 거짓구호?

더욱이 경유차는 서민의 경제활동 수단이다. ‘경유차 죽이기’ 과정에서 경유차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서민층이 겪는 경제적 고통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환경부에 의해 5등급 경유차에 장착이 의무화된 미세먼지 저감장치(DPF)를 둘러싼 제조업자와 관련 협회 간의 수백억원 규모 비리의혹을 국민권익위가 최근 공식 제기했으나 환경부는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펜앤드마이크 12월 15일자 ‘[기획] 천천히 익어가는 개구리 같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죽이기’에 정신팔려 국정난맥 둔감’ 제하 보도

국민권익위는 국민고충처리, 부패방지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이다. 그러나 DPF 의혹의 주무부처인 환경부 수장은 단 한 번도 언급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DPF 사업을 환경부의 치적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경유를 사용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거론하지도 않는다.

문 대통령이 내걸었던 ‘친서민 정부’라는 기치가 애당초 거짓된 구호였음을 자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명래 장관이 ‘경유세 부과 가능성’을 강조한 것은 지난 11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였다.

당초 조명래 장관은 전날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에 대한 후속 설명을 위해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탄소중립에 대한 의미 설명부터 방향, 비용 등에 대한 얘기가 이어졌다. 진행자인 김현정 씨가 ‘탄소세’에 대한 질문을 했다. “초기 비용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니까,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 탄소세를 결국 도입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얘기가 나온다”고 하자, 조 장관은 답변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도 고민은 하고 있다”면서 탄소세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일 문 대통령의 2050탄소중립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발표에는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 당위성, 이를 이행하기 위한 개략적 목표만 나열되어 있었다. 연도별 탄소 배출량 목표치나 이행 비용 등 추진 전략이라 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휘발유세나 경유세 등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하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알맹이 없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돈 걷을 생각부터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조명래 장관, “이론적으로는 반드시 경유세 도입을 해야” 단언

김현정 씨가 그와 관련해 “탄소세 도입의 일환으로 경유자동차 타는 분들한테 경유세도 도입되는지?”를 질문했다. 조 장관은 “아직까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시기가 적합하다면 언젠가는 그걸 실시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역시 ‘경유세 도입’을 부정하지 않았다.

김현정 씨는 “한때 경유(차)가 클린 자동차다 해서, 경유차 사라고 막 권해서 지금 주위에 경유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경유세를 내는 상황이 되면 굉장히 화를 낼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의 대답이 걸작이다. “탄소중립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생활 부분에서 탄소가 제로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내연기관차 타는 것도 언젠가는 중단을 해야 하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유차다”라며 “노후 경유차를 중심으로 폐차를 하거나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그런 여러 가지 지원을 했다. 이제 이론적으로는 반드시 (경유세) 도입을 해야 되겠다”고 단언했다.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여러 가지 지원’이란 DPF장착에 대한 예산지원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탄소중립을 위한 경유차 관련 양대 정책으로 ‘DPF 장착과 경유세 도입’을 꼽은 것이다.

조 장관, 국민권익위 제기한 DPF 원가부풀리기 의혹 언급 없이 ‘공치사’만

이 같은 조명래 장관의 인식과 발언은 심각한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지난 8일 국민권익위가 제기한 ‘DPF 제조업체가 원가를 2배 이상 부풀려 정부보조금 수백억 원을 착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이,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여러 가지 지원’만을 다시 얘기했다는 점이다. 5등급 경유차에 대한 조치는 조기폐차 아니면 DPF 장착이니,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지원이라는 것은 결국 DPF 장착을 의미한다.

국민권익위가 제기한 의혹은 결국 제조업체와 환경부의 유착으로 연결된다. 그런 의혹은 애써 무시하는 건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 회원을 비롯한 소비자가 절대 반대하는 DPF를 또 들먹인 것이다.

지난 4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 회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노후레미콘 차량에 미세먼지 저감장치(DPF)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둘째는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점이다. 경유차의 배출가스 진단항목에는 ‘매연’만 검사하게 되어 있다.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연소효율이 10% 이상 높고, 그로 인해 연비가 더 높다.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의 관계자는 “연비가 높으면 온실가스가 덜 배출된다. 그래서 제작차 단계에서 연비를 규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라며 “경유차는 온실가스가 아닌 미세먼지에 대해 규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정책의 주무 장관으로서 조명래 장관은 문 대통령의 느닷없는 ‘탄소중립’을 뒷받침하는 설명을 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별 관계가 없는 경유세와 DPF를 들먹인 것이다. 경유차에 대한 규제가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2035년 이후로는 경유차 생산을 하지 않겠다는 완성차 업계도 있다.

하지만 당장 현재 도로에서 운행되고 있는 경유차에 대해 경유세를 부과하거나 DPF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환경부 관계자, “우리나라처럼 DPF 장착 강요하는 나라 없어”

익명을 요구한 환경부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처럼 자동차를 등급제로 분류하는 국가들이 있기는 하지만 최하위 등급에 대해서 이렇게 강제적으로 조기폐차를 하게 하고, DPF 장착을 강요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경유자동차 소유자들을 향한 과도한 규제와 강제를 통해서 환경부는 분명 뭔가를 얻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에게 “DPF 제조사와 환경부 사이에 DPF를 둘러싼 유착이 의심스럽다는 여론이 있다”고 하자 “네,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죠”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의 관계자는 “경유차를 무조건 규제만 할 게 아니라, 경유차를 타면서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환경부는 미세먼지만 줄이고 연비는 오히려 떨어뜨리는 DPF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DPF 말고 더 좋은 제품도 많다. 미세먼지를 없애면서 연비까지 개선해서 온실가스를 줄여주는 제품도 있다. 우리 협회에서 인정한 ‘인정부품’으로, 가격은 DPF의 1/10도 안 된다”라며 'DPF만 강요‘하는 환경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