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기춘·김장수·김관진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기소"
최순실 靑 출입했지만 사전 약속…중대본行 결정은 '3인방'이
檢 "정윤회 조사 불필요", '90분 올림머리說' '시술說' 등 오보 밝혀져
"朴 3월 유럽순방後 컨디션 난조…참사 전날·당일도 나빴다"

6·13 지방선거가 세 달도 안 남은 28일 검찰이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 행적 관련 전 정부 청와대가 내놓은 기록이 조작됐다는 조사 결과와 함께,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 중심인 최순실을 세월호와 연루시키려는 듯한 정황을 발표했다. 일명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및 대통령훈령 불법 수정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가 언론 브리핑을 맡았다.

일례로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사고 발생을 서면 보고받은 시각이 전 정부 청와대가 사후 해명한 오전 10시보다 20분 늦은 오전 10시20분쯤인 것으로 확인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청와대가 서면으로 제시한 10시15분이 아닌, 10시22분 박 대통령이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로 구조 지시를 내렸다고도 검찰은 밝혔다.

발표 내용대로면 이는 모두 이미 세월호가 10시17분 108도 이상 기울어 구조 불가능 상태로 침몰한, '골든타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참사 문제의 본질인 '구조 실패'의 책임을 박 전 대통령에게 묻기 어렵다는 점을 검찰 스스로 증명한 격이다.

그러나 검찰은 박 대통령이 '11차례 수시 보고' 받은 게 아닌 오전과 오후 1회씩 일괄 보고를 받았다는 등 조사 결과를 내면서, 대통령 보고 및 지시시간 임의 변경과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무단 수정 등 이유로 김장수 전 안보실장·김기춘 전 비서실장·김관진 전 안보실장 등을 기소했다. 혐의는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서류손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증 등이다. 대통령 보고 시간 등에 "여러 물리적인 상황을 봐도 조작된 게 맞고, 인위적으로 당겨진 것에 (관련자들이) 인정은 대부분 한다"고 검찰 측은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번 발표에서는 특히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악의적인 일명 '세월호 7시간' 의혹이 사실 무근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 또는 모 호텔에 존재하지도 않는 '객실'에서 정윤회씨와 밀회했다는 설, '최순실 선친' 최태민씨를 위한 300명 인신공양 굿판설, 성형 시·수술설, 약물 투약 후 수면설, 기치료 시술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배출한 좌파매체 '한겨레'의 '올림머리에 90분 허비' 보도 등이 낭설임을 확인할 정황이 다수였다. 당시 야권에서는 대면 보고와 대통령 주재 회의가 없었던 점을 들어 이 중 일부 의혹을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제기한 바 있다.

검찰이 밝힌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 행적은 이렇다. 당시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20분쯤 최초 관저로 '상황보고서 1보'를 전달받았고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이 침실 앞으로 가서 알리자, 2분 뒤 김장수 안보실장에게 전화로 구조를 지시했다. 언급된 '침실'은 흔히 떠올리기 쉬운 소규모가 아닌 생활공간, 응접실 등도 마련된 공간이라고 한다.

이후 오후 2시15분 'A급 보안손님'으로 청와대 관저로 방문한 최씨 및 일명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과 침실과 가까운 회의실에서 회의한 뒤 2시53분쯤 미용사에게 신속히 와서 화장과 머리 손질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4시33분쯤 청와대 관저를 나선 박 대통령은 5시15분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도착해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한 뒤 오후 6시쯤 관저로 복귀했다.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중대본 도착까지 40여분 걸린 것은 당시 인근에 교통사고가 발생했기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은 중대본 방문 전후 줄곧 관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순실씨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다른 인사의 출입도 없었다"고 했다. "최씨 외에 외부인이 관저에 들어온 것은 확인된 바 없다"고도 했다. 최씨의 방문도 사전에 약속된 만남이었다고 한다. 

'머리손질, 화장 90분 허비설'에 관한 기자 질문에는 "저희가 그렇게까지 계산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머리손질 때문에 몇 시간 늦어졌단 식의 생각이라면…있을 수는 있지만 대통령이 외부 행사를 나갈 때 기본적으로 경호를 준비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의원시절 보좌진을 지냈고, 최씨의 전 남편이자 밀회설에 등장한 정윤회씨에 관한 조사 여부에는 "안 했다. 정씨를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 "과거 '세월호 7시간' 관련 사건 기록에서 정씨 동선이나 행적같은 건 대부분 확인됐다" 등 입장을 냈다. 그동안의 근거없는 의혹 제기에 검찰 스스로 입을 닫은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밀회설 등에 미련을 두고 '침실에 박 전 대통령 혼자 계셨나', '박 전 대통령이 침실에서 나오기 전에 뭘 했느냐'는 물음이 나왔고 검찰 측은 "범죄사실과 직접 관계없고 물리적으로 알아볼 방법이 본인이 조사를 거부해서 없다"고 벽을 쳤다.

'10시20분쯤까지 박 전 대통령 직접 연락이 되지 않은 사유'에 대해 관계자는 "전날 인후염에 관해 진료 받으신 것으로 보인다. 컨디션이 안 좋으셨던 것 같다"고 했고, "(참사 당일) 오전 10시41분 간호장교가 의료용 가글을 요청받아 갖고 간 점이 객관적 추정 근거"라는 언급도 나왔다.

하루 전 행적에 관한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범죄수사라 당일 행적이 아니라 전 행적이 범죄혐의와 직결된다고 보기는…"이라고 말을 흐린 뒤 오히려 "침실에 오래 계셨다고 범죄가 된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의료용 가글 관련 진술 주체를 추궁하는 질문이 나왔을 때는 "세간서 얘기하는 시술 같은 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며 전날 진료행적에 관해 "당일도 아니고 전날인데 더 설명하는 건 적절치않다. 이상한 치료 내지 시술은 아니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또 검찰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 무렵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해 수요일에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3월 말 유럽 순방을 다녀온 이후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며 "피로감이 있으니까 수요일은 가급적 일정을 잡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검찰 측이 오히려 방어해준 격이 된 '세월호 7시간' 의혹은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을 계기로 한 탄핵 국면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내내 따라붙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는 2016년 11월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항변했지만 촛불시위 주체인 더불어민주당 등 좌파진영은 낭설 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한편 참사 당일 중대본 방문 전 3인방과 회의에 최씨가 동석했다는 점을 검찰이 밝히면서, 박 전 대통령을 최씨의 꼭두각시로 폄훼하던 초기 의혹이 재차 고개를 들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최씨는 당일 사전 약속에 따라 청와대로 향할 예정이었으며, 중대본 방문 의견은 청와대 참모진에서 먼저 제시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관저에 들어오며 정 전 비서관에게 상황을 물었고, 정 전 비서관은 '중대본에 방문하는 게 좋겠다'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의견을 전달했다"며 "회의에서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이를 제의했고, 박 전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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