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은 자국에 우호적인 인적 네트워크 구성 위한 中 공산당의 공작 기관"
'공자학원'의 실태 조사한 시민단체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CUCI),
정경희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원 아래 국내 첫 공자학원 실태 조사·연구 발표회 개최
이제봉 울산대학교 교수, "시민사회가 '공자학원'의 위험성 널리 알리는 운동 전개해야"

전 세계에서 중국 공산당 해외 공작 활동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공자학원’(孔子學院)과 관련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 실태조사 연구가 이뤄졌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CUCI)는 3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의 후원 아래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사·연구 발표회를 열고 ‘공자학원’의 영구 퇴출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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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의 후원 아래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CUCI)의 주최로 중국어 교육기관을 표방하는 공자학원(孔子學院)과 관련한 국내 첫 조사·연구 발표회가 열렸다. 2020. 12. 3. / 사진=박순종 기자

한국의 경우 지난 2004년 서울공자아카데미가 처음 문을 연 이래 동아대학교(2006), 계명대학교(2007), 한국외국어대학교(2009), 연세대학교(2012), 한양대학교(2015) 등 22개 대학에 ‘공자학원’이 설치됐고, 전국 19개 중-고등학교는 ‘공자학당’(孔子學堂)을 유치한 상태다.

중국어 교육기관을 표방하는 ‘공자학원’은 그간 ‘중국 공산당의 해외 첩보 공작기관’이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 때문인지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최근 ‘공자학원’ 퇴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 11월까지는 유럽 지역에서만 ‘공자학원’ 60개소가 문을 닫았다. 지난 9월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금년도 중 미국 내에 남아 있는 ‘공자학원’ 75개소 전부를 폐쇄하겠다는 공언까지 했다.

지난 11월24일 공식 발족한 CUCI는 이날 국내 최초로 국내 ‘공자학원’의 실태를 조사하고 그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한민호 CUCI 공동대표(前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이제봉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와 최창근 신동아(新東亞) 객원기자의 발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제봉 교수는 중국의 국제 전략은 국가 간 평등한 관계를 중시하는 근대 국제관계의 기초해 있지 않고 중화사상(中華思想)에 입각한 ‘위계적 국제관계’를 상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중국 공산당은 개별 국가의 주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황제(皇帝)의 나라로, 여타 국가들을 신하(臣下) 국가, 즉 제후국(諸侯國)으로 하는 국제 관계를 수립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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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봉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2020. 12. 3. / 사진=박순종 기자

이어서 이 교수는 ‘공자학원’은 중국 국무원(國務院) 휘하 중앙행정 부서인 교육부에 소속된 중국국가한판(中國國家漢辦)의 통제를 받고 있는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약칭 ‘한판’(漢辦)으로도 불리고 있는 중국국가한판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세계로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으로서, 중국어 학습자에게는 익숙한 중국어 어학 능력 시험인 ‘한어수평고시’(漢語水平考試, HSK)를 주관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공자학원’의 교육 내용이 이같은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중국과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인적(人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목적에서 중국 정부가 세계 각국의 ‘공자학원’에 막대한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창근 기자는 세계의 일반적인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공산주의국가의 전형답게 중국 공산당이 국가 시스템의 최상위에 위치한다는 ‘당영도국가’(黨領導國家, 당이 이끄는 국가)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기자는 ‘공자학원’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류옌둥(劉延東) 중국국가한판 공자학원총부 이사회 주석이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과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겸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현재 ‘한판’ 공자학원총부 이사회 주석을 맡고 있는 쑨춘란(孫春蘭) 역시 지난 2016년 류옌둥의 지위를 계승해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과 중국 국무원 부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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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근 신동아 객원기자. 2020. 12. 3. / 사진=박순종 기자

최 기자는 ‘소프트파워’와 ‘샤프파워’를 구분하고 “간첩 활동이나 경제적 침투 등은 오히려 ‘보이는 위험’”이라며 교육 정책 등을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해당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서 더욱 위험한 ‘침투 공작’에 해당한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이 세계 여러 나라에 ‘공자학원’을 설치하고 막대한 지원을 쏟아붇고 있는 것은 회유와 협박, 교묘한 여론 조작 등을 통해 비밀리에 상대국의 정치·정보 환경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샤프파워’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공자학원’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 이 교수는 ‘공자학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회 내지는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며 관련 법률을 제정해 중국이 공산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산업 기술을 빼돌리기 위한 공작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대학 자체적으로도 ‘공자학원’의 폐해를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특히 시민사회가 ‘공자학원’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는 사회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공자학원’이 단기간에 축출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중국 공산당의 공작 범위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고, 특히 다수의 주사파(主思派)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현 정부의 경우 이들이 종북(從北)을 넘어 종중(從中)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여러분께서 ‘공자학원’의 실태를 제대로 알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공자학원’의 축출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너무 비관적으로는 보지 말자”고 말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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