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다음은 추미애?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에 빠진 추미애 법무장관의 거취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진을 겨냥해 모든 화력을 동원하고도 거대한 역풍에 맞닥뜨린 처지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촉발됐던 윤 총장 사태의 와중에 추 장관은 줄곧 공격자였다. 하지만 이제 수세에 몰렸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여권내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법무부가 윤 총장 징계를 강행해 성공한다 하더라도,급격히 악화한 여론의 부담때문에 추 장관 거취를 고민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다.이 와중에 추 장관은 1일 정세균 총리와 만난 뒤 문 대통령과도 30여분 간 독대했다.

법무부측은 ‘추 장관 사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법원이 추 장관에게 등을 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위 ‘추미애 라인’의 이탈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부하 아니다” 발언에 대노했던 추 장관, ‘분노의 정치’가 낳은 재앙에 직면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 처가 의혹 수사 등을 담당해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전에 연가를 냈다. 이 지검장이 명예퇴직 및 연금 절차를 알아본 정황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머니투데이 보도까지 나왔다. 이 지검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욱준 1차장 검사는 사표를 냈고, 최성필 2차장 검사의 사의설도 제기됐다.

윤 총장과 갈등을 거듭해온 추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윤총장의 발언을 계기로 대노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단행한 승부수가 검찰총장 직무정지 카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최대 악수(惡手)가 됐다. ‘검란’이 벌어졌다. 검찰 조직 거의 전체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분노의 정치’는 재앙을 낳을 뿐이라는 상식적 명제가 확인된 셈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일 윤 총장 직무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것은 ‘윤-추 사태’가 중대 변곡점을 맞게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윤 총장은 즉각 직무에 복귀했다. 게다가 법무부 장관의 자문기구인 감찰위원회에서조차도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및 징계 청구가 부당하는 결론을 내렸다. 무리수를 둔 추미애 장관에 대한 여권 내부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감찰위는 1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15분 동안 비공개회의를 진행한 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사유 미고지 및 소명기회 미부여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는 권고 의견을 내놨다. 이날 회의에는 총 11명의 감찰위원 중 7명이 출석해 만장일치로 권고 의견에 뜻을 모았다.

다만 법무부 감찰위 의견은 권고사항이어서 윤 총장 징계 여부를 가리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4일 열리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추장관은 ‘패배’를 맛볼 가능성이 존재한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추 장관을 포함해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윤 총장 징계 건에서는 위원장인 추 장관이 징계 청구권자이기 때문에 징계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 상설기구인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법무부 장관과 차관, 장관이 지명한 검사 2명, 장관이 위촉한 3명(변호사, 법학교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1명씩)으로 구성된다. 심의에서는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해임이나 면직, 정직, 감봉, 견책 처분을 의결하게 된다.

그런데 위원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고기영 차관이 지난 11월 30일 사임했다. 당황한 것은 추미애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검증도 제대로 않은채 2일 이용구 전 법무실장을 법무차관으로 내정했다.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이다. 검찰내에서 동조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판사 출신을 기용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그것도 강남에 아파트 2채를 가진 인물을 급하게 임명했다. 아파트 2채 가진 비서관을 모두 추방한 전례가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청와대가 급하게 법무차관 인사를 단행한 것은 법무차관이 징계위원장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차관 임명으로 모든게 끝난게 아니다.오히려 시작일 뿐이다. 추 장관이 임명한 검사 2명이 추 장관의 손을 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국의 평검사, 부부장, 부장, 검사장, 고검장 등 모든 직급의 검사들이 추미애 장관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그 검사는 목숨을 걸고 징계위에 들어와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의 뜻대로 윤 총장의 징계에 찬성표를 던질 징계위원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징계위원들이 사안의 부당함을 이유로 징계위 참석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다. 징계위 소집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동반사퇴’ 검토했던 문 대통령, ‘검찰총장 임기 보장’ 이슈 앞에 고민

문 대통령은 당초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를 검토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정 총리는 문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윤-추 동반사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계의 핵심 인사인 홍영표 의원도 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개혁이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고 언급, 추 장관 경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문 대통령이 ‘동반사퇴’ 카드를 실행하기 어려운 쪽으로 정치상황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가 무력화되는 과정에서 ‘검찰총장 임기보장’이라는 헌법적 원칙이 중대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추 장관은 무리한 권한 행사에 대한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윤 총장은 임기를 채우고 추 장관이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무리하게 위법 과정을 거친 추미애 장관을 문 대통령께서 즉시 경질해야 한다”면서 “윤석열 총장을 이렇게 쫓아내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사정이 정권에 있는 것이 모두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고 추 장관 경질을 압박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야당 요구대로 추 장관만 경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추-윤 갈등’의 원죄는 조국 전 법무장관을 지켜내려 했던 여권 전체에 있다. 때문에 목전의 여론에 밀려 추 장관만 경질할 경우 당장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지켜온 윤 총장을 공격해온 여권 전체 그리고 나아가 이를 묵인해온 문 대통령 책임론까지 불거지지 말란 법이 없다. 여기서 밀리면 또 밀린다는 의미이다.

문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린 추 장관을 경질하고 윤 총장은 일단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도 고민하겠지만 ‘원죄’의 늪에 빠져 결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반사퇴’가 원죄를 가볍게 하는 유일한 길인 탓이다.

박지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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