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가 ‘조국 논문 표절에 대한 재심 요청’을 기각한데 대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적반하장식 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울대 측이 ‘표절’은 있지만 경미한 사안이라면서 면죄부를 주자, 조 전장관은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한 측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지난 달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논문표절 논란 끝’ 조국 “학문 무지한 자들 제소 남발”이라는 제하의 뉴시스 기사를 링크했다. 이 기사에서 조 전 장관은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표절을 주장하고 제소한 변희재,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 곽상도 의원, 이은재 전 의원 등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학문과 거리가 멀고 학문적 기준에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표절 제소 남발에 개탄한다”고 주장했다.

표절 정도 차이 있겠지만...상아탑의 상징 서울대 교수는 ‘안하무인’ VS 트로트 가수는 반성과 사과

트로트 가수인 홍진영씨가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즉각 사과하면서 해당 대학 측에 논문취소를 요청한 것과 선명하게 대조된다. 더욱이 홍씨는 논문표절 논란의 후유증이 커지면서 고정출연 방송에서 하차하고, 일부 출연분은 통편집 당하는 상황이다.

홍진영은 2009년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조선대 무역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에는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홍진영의 석사 논문을 표절 심의 사이트 ‘카피킬러’로 검사한 결과 표절률이 74%로 나왔다. 홍진영의 부친이 조선대 교수로 재직한 것이 학위 취득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표절 논란이 제기되자 홍진영은 “이 모든 게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표절을 인정하지는 않고 논란이 제기된 이후에도 방송 활동을 계속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잘못을 사과하고 학위 반납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조국보다는 양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부정한 방법으로 학위를 취득한 경우에 총장이 이를 취소하게 되어 있다. 당사자가 반납하는 것으로는 학위가 취소되지 않지만, 반납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더욱이 조 전장관에게 논문의 독창성과 진실성은 직업윤리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해당 논문을 근거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임용됐다.

이에 비해 연예인인 홍씨에게 박사학위 논문은 인기 연예인으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씨는 거듭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 데 비해, 조 전 장관은 일말의 반성 기미를 보인 적이 없다.

음주운전은 했지만 위법은 아니다? 조국 논문도 홍진영처럼 ‘카피킬러’에 돌려봐야

물론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 표절 위반 정도가 경미했다’는 서울대의 조사결과에 대해 제기한 이의 신청은 기각됐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연진위)는 지난 달 29일 곽 의원 측에 보낸 결정문을 통해 “연진위가 내린 결론을 변경할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아 이의 신청을 기각한다”고 통지했다.

앞서 조 장관의 석‧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조사한 연진위는 지난 7월에 조사를 마무리한 뒤, 논문 일부에 정확한 인용 표시가 누락돼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위반의 정도는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대 연진위의 결정은 조 전장관의 논문에 표절이 없다는 입장은 아니다. 곽 의원에 따르면, “표절은 있지만 문제는 안 된다”는 다소 황당한 결론이다.

곽 의원은 지난 달 29일 “서울대 연구윤리위는 지난 7월 결과 발표 당시 12군데 37행의 표절 사례가 있었지만 경미하다고 판정했다”면서 “그렇다면 표절을 얼마나 해야 문제가 되는지 기준을 확실하게 밝히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는 “서울대의 결정이 연구부정행위가 있더라도 경미하면 괜찮은 것이냐는 뜻이냐”면서 “서울대 연진위는 얼마나 표절을 해야 문제가 되는지 기준을 확실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곽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서울대는 “음주운전은 했지만 법 위반은 아니다”는 식의 판결을 내린 셈이다. 이 논리가 조금이라도 설득력을 가지려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홍진영의 경우처럼 조 전장관의 논문도 ‘카피킬러’로 돌려서 몇 %의 표절률이 나오는지를 공개하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패거리 지지받는 조국은 ‘비상식’, 패거리 없는 홍진영은 ‘상식’

결국 논문표절에 대해서 대학교수는 ‘관대’하고 트로트 가수는 ‘엄격’한 게 현실이다. 이는 일종의 사회병리 현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패거리 문화’ 혹은 ‘패거리 정치’ 때문이다. 패거리의 지지를 받는 조국은 비상식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패거리가 없는 홍진영은 상식적인 대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심지어 김대중 정부에서도 논문 표절로 입각이 취소된 사례가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송자 교수는 취임 한달 만에 사퇴했다.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과거 정부의 인사들은 대부분 조용히 퇴장했다.

송자 교수 등의 논문표절이 조국보다 더 극심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지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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