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 25일로 꼭 한달이 됐다.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 이부진 이서현씨 등 유족들은 장례를 마치고 한 사찰에서 49재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49제가 끝나면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언장, 또는 가족간 합의에 따라 본격적인 상속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이에따른 지배구조 변경의 시동이 걸리는 것이다.

지난달 이건희 회장 장례식 중 홍라희 여사가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이건희 회장 장례식 중 홍라희 여사가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건희 회장 49제 끝나는 연말 이후 상속절차에 따른 경영권승계 시동

삼성그룹 주변 및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승계는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철저하게 아들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회장으로의 단독 승계와 지배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행 민법에 따른 법정 상속비율인 부인 1.5, 나머지 자녀 각 1.0이 적용되면 이건희 회장 유가족의 경우 홍라희 여사가 전체 유산의 1/3을, 나머지 자녀가 2/3를 갖고 나누게 된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유산 중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삼성전자 주식은 이재용 부회장이 독점적으로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 미만으로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아도 5%가 채 안된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전량 이재용 부회장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크다. 홍라희 여사가 자신의 상속분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국은 이 부회장에게 상속해야 하고 다시 50%가 넘는 막대한 상속세를 이중으로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유가족은 부인과 1남 2녀로 가족 구성이 지난해 4월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같다. 하지만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조 전 회장의 부인과 두 딸이 온갖 갑질에 기내난동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가 하면 외아들인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싸움을 벌여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와관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여사와 여동생 조현민씨와는 ‘모종의 합의’에 따른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누나인 조현아씨는 여전히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3자연합’의 한 축으로 대립하고 있다.

홍라희 여사 중심 절제된 가풍, 승계도 잡음 없이 진행될 듯

반면,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 두 딸 등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은 온건한 가풍과 절제된 모습을 지난달 장례식 때 보여주었다. 이러한 가픙(家風)의 중심에는 홍라희 여사가 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인한 ‘포스트 이건희’ 시대, 삼성가(家)의 앞날에 ‘홍라희 리더십’이 주목되는 이유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홍 여사는 중앙일보에서 잠시 출판문화부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지만 이건희 회장과의 결혼 이후에는 호암미술관장 리움미술관장 등 미술계 일 외에는 삼성의 경영에 참여한 적은 없다.

홍 여사는 이건희 회장과 함께 외아들인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들에게 철저한 가정교육을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장차 삼성을 이어갈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어릴적부터 엄하면서도 자애로운 교육으로 그를 재벌가에서도 인정하는 ‘효자’로 키웠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홍 여사의 사랑과 애틋함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일이 있었다. 최순실 사건으로 이 부회장이 구속돼 구치소에 갇힌 후 홍 여사는 매일 밤 아들 걱정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이런 마음을 남동생인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에게 호소했다. 홍 회장이 이후 ITBC 및 중앙일보와 관련된 직책에서 모두 물러난 것은 누나와 조카에 대한 죄책감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지난 달 이건희 회장의 장례식을 통해 평소 홍라희 여사가 ‘전업주부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 및 삼성 문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있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홍 여사가 당시 빈소를 찾았던 인사 중 ‘삼성 저격수’로 불려온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손을 꼭 부여잡고, 간절한 당부를 하시더라(박 의원의 전언)”는 대목이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레 쓰러진 이후에는 아들 이재용 부회장 및 삼성 문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격하는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그때까지 아니면 상당기간 삼성그룹의 경영에 홍 여사의 영향력이 발휘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삼성가의 상속절차에 따른 경영권 승계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이재용 체제의 확립과 함께 두 딸이 물려받을 가업이다. 이부진 이서현씨는 현재 각각 삼성물산 5.55%, 삼성SDS 3.9%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 LG 그룹과는 달리 삼성가 딸들은 대부분 가업을 승계받은 바 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녀와 5녀인 이인희 이명희씨는 한솔그룹 신세계그룹을 물려 받았다.

이에따라 현재 호텔신라를 경영하고 있는 장녀 이부진씨의 호텔신라 및 관련사 분할 여부와 더불어 한때 제일모직 의류부문을 경영했던 차녀 이서진씨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상호 객원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