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낙마한지 몇 달이 지났지만 “친문 핵심 및 지지자들의 차기 대선 후보 1 순위는 여전히 조국, 2순위는 김경수 경남지사, 3순위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라는 말이 정치권에 회자됐다.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추미애 법무부장관 뿐 아니라 청와대와 여당 등 여권 전체가 달려들어 전쟁을 벌이는 이면에는 이런 조국을 잃은 상실감이 반영돼 있다.

“친문 선호 차기 후보 1순위 조국, 2순위 김경수, 3순위 유시민”

노무현 전 대통령때 부터 진보진영의 미래로 지목돼온 조국 전 장관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SNS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진보담론을 이끌고 문재인대통령 만들기에도 앞장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올렸고, 그 집행자 내지 대리인으로서 조국을 민정수석, 법무부장관으로 발탁하면서 정치적 위상도 함께 키워 주었다.

하지만 이제 친문그룹 중 누구에게도 조국에게 차기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는 일종의 복수극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2순위’였던 김경수 경남지사에게도 치명적인 하자가 생겼다. 드루킹 일당과 벌인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유죄와 실형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김경수 지사에 대해서는 애당초 친문그룹 내에서도 “차기는 좀 이르지 않느냐”는 평가가 있던 바였다.

그렇다고 현재 여권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양강체제를 이루고 있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친문의 ‘쏠림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낙연 이재명 두 사람 모두 여론과는 한참 떨어진 추미애 지지 메시지를 통해 구애를 하고있지만 친문 핵심그룹은 애당초 두 사람 모두에 대해 ‘신뢰’가 없는 모습이다.

이와관련, 친문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전후해 이낙연 대표에 대해 “손학규 리더십의 한계가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재명 지사에 대해서는 아예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조국 김경수 낙마에도 이낙연 이재명에 선뜻 마음 못주는 친문그룹

이와관련, 친문 핵심이자 지난 4·15 총선에서 민주당 선거 전략·기획을 주도했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제3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을 두루 만난 사실이 전해져 주목된다.

이들 중 주목되는 사람은 이광재 의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등이다. 이광재 의원은 원조 친노그릅 멤버였다는 점, 임종석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대북정책을 계승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낙연 이재명이라는 ‘양강’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내 친문 의원 50여명은 오는 22일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연구원(가칭)’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홍영표, 전해철, 김종민, 황희 등 과거 ‘부엉이’ 모임에 참여했던 친문 핵심 에 김영배·정태호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도 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중장기적 국가 과제와 정책 방향 연구'라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여권 내에선 “차기 대선을 앞두고 친문 정권 재창출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주의 4.0’이라는 이름 자체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에 이은 ‘4번째 민주당 대통령’을 염두에 둔 작명으로 알려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갈릴레오 방송모습 [사진=연합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방송모습 [사진=연합뉴스]

친문 의원 50여명 “네 번째 대통령 만들겠다” 결집 속, 유시민 활동 재개 주목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친문그룹의 유시민 이사장의 재소환 여부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유투브 방송 ‘알릴레오’를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17일 ‘유시민의 마지막 정치비평’이란 제목으로 마지막 방송을 한 뒤 활동을 중단하다 지난 6일 도서비평을 콘텐츠로 재개했다.

유시민 이사장의 ‘알릴레오’ 재개는 본인의 의지와 더불어 주변 친문 인사들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것은 유 이사장의 ‘알릴레오 3.0’의 재개 시점이다. 윤석열 검란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향세를 보이는 임기말 레임덕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갈릴레오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훨씬 뛰어넘는 정치행위가 될 것이다. 조국도 김경수도 차기 대권가도에서 멀어진 상황에서 유시민 이사장이 구축할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강력한 방어진지로 친문 지지자들을 결집시킬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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