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하는 보궐선거 핵심 정책이슈

김해신공항을 뒤집고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부치기 위한 '정치적 일정'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국무총리실이 조만간 김해신공항이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최근들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 문제 다음으로 집중하는 것은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이슈이다.

김해공항의 포화에 따라 동남권, 즉 부산 경남과 대구 경북지역에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규모의 국제공항을 건설할 필요성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논의됐다. 이후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놓고 대구 경북지역과 경남 일부, 부산의 지자체 및 시민단체간에 치열한 유치 경쟁이 벌어졌다.

정부 여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겨냥, ‘가덕도 신공항 이슈’ 선점 시도

신공항 입지문제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2011년 3월, 당시 국토해양부는“두 후보지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한 환경문제, 사업비 과다, 경제성 미흡 등으로 현 시점에서 사업 추진 여건이 적합치 않다는 결론에 도출했다”면서 백지화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동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의 확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그후에도 부산에서는 600개가 넘는 시민 단체가 가덕도 국제공항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고, 지난 4·15 총선때는 부산에 출마한 대부분의 후보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가덕도 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부산역에 내건 가덕도신공항 유치 플래카드 모습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부산역에 내건 가덕도신공항 유치 플래카드 모습

 

최근 정부 여당이 가덕도신공항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은 내년 보궐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제처와 총리실이 ‘김해신공항 확장불가’ 결론을 내히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부산에서 열린 '‘산 울산 경남 현장 최고위원회의 및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국회 국토위에서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조사 용역비를 예산에 반영하자는 제안이 나왔다"며 "예산 신설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행정절차에 대한 실무자들의 의견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 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여기에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1일 행사차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를 따로 만나 가덕도 신공항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지난달 부산에서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부산울산경남 800만 시도민들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힘 실어주기에 나선 바 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사퇴에 따라 불리한 판세가 예상되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돌파를 위해 여권 전체가 부산의 최대 지역 현안인 가덕도 공항 문제에 대한 선점에 나선 것이다.

서울의 최대 정책이슈는 ‘박원순 10년, 낡은 도시 리모델링’

역시 박원순 전시장의 성추문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의 핵심 정책이슈는 무엇이 될까?

박원순 전 시장은 지난 10년 간 극도의 개발억제 정책을 펼쳤다. 이로인해 서울은 낡은 도시가 되고 말았다. 환경론과 보전론이 득세하고, ‘오래되고 낡은 것’을 칭송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재건축 아파트의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등 용적률을 강화하고 각종 환경규제가 더해지면서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은 벽에 부딪혔다.

강남의 아파트군을 제외하면 강북의 재래주택 대부분은 1970,80년대에 지어져 40~50년 된 집들이다. 오래된 동네를 가보면 집집마다 비를 막기위해 지붕을 비닐로 덮어놓은 상황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런 동네에 집을 새로 짓게 하는 대신, 골목을 다듬고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다. 하지만 이제 서울 도처의 이런 낙후된 동네들을 현대적이고 쾌적한 주거지로 리모델링 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에 600 곳(조합설립 기준)이 넘는 재개발 재건축 현장이 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 보다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가 주택공급 측면에서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다. 그린벨트 해제부터 아파트 공급까지 각종 행정절차에만 최소 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서울의 아파트문제는 공급부족에서 비롯됐다. 서울지역에서 재건축이 이루어지면 기존 가구 수보다 30%에서 최고60%까지 아파트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로인해, 특히 강남지역에 투기광풍이 몰아칠까 봐 주택 대신 세금폭탄을 들어부었던 것이다.

‘박원순표(表) 시정’이 막을 내리고, 정부도 용적율 완화 등 공급위주로 부동산 정책을 바꾸면서 서울의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울러 박 전 시장 재임 중 도로와 교량 확충 등 SOC 공사를 전혀 하지 않았던 만큼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확충 등 교통개선도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정치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내년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이런 정책경쟁에 의해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한민국 수도와 두 번째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번 선거는 어려운 서민경제, 부동산, 추미애 윤석열 사태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판세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평론가 최우영씨는 “최근 30년간 우리나라 선거는 가장 규모가 작은 기초의원 선거까지도 철저하게 유권자들의 시국인식, 정당 지지도에 의해 좌우돼 왔다”며 “아무리 좋은 공약, 정책도 정치를 이기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야당의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훨씬 거시적이고 정교한 정책 공약으로 박원순 체제의 서울시정이 낳은 서울의 낙후성 등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선거결과는 서울시민의 정당지지도 그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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