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책] 명성산(鳴聲山)의 울음소리가 그치면
[주말산책] 명성산(鳴聲山)의 울음소리가 그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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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와 강원도 철원군에 걸쳐있는 높이 923m의 명성산(鳴聲山)과 산정호수는 수도권 북부 최대의 관광지다. 일제 강점기 때 명성산 일대에서 흘러 내리는 물을 막아서 만든 산정호수 주변은 베트남의 하롱베이, 중국의 계림과 같은 경관으로 주말이면 수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명성산의 또다른 이름은 한자(漢字) 그대로 울음산이다. 애초 산 정상 부근에 대규모 억새밭이 있어서 바람이 불면 억새가 흔들리는 소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명성산이 울음산이 된 또 하나의 이유는 궁예(弓裔, ?~918년) 때문이다.

명성산 봉우리 중 궁예가 최후를 마친 동굴이 있는 바위산 모습

기행과 폭정으로 나라를 망친 궁예(弓裔)의 울음소리 들리는 포천 명성산

신라의 삼국통일 뒤 고구려의 부흥을 꿈꾸고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는 기행(奇行)과 폭정(暴政)을 일삼다 왕건에 쫒겨 명성산에서 최후를 맞았다. 왕건의 군대는 바위로 험한 명성산을 공격하지 않았고 포위된 궁예와 군대는 굶어죽고 말았다. 그후 궁예의 통곡소리, 궁예와 함께 이 산으로 들어간 신하와 말들이 함께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명성산, 울음산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스스로 미륵보살을 자처한 궁예는 철원과 개성에 왕도(王都)를 세우고 나라 이름도 후고구려에서 태봉(泰封)으로 바꾸면서 민중을 위한 정치를 꿈꿨다. 하지만 관심법(觀心法)으로 신하의 마음을 읽고 국정을 멋대로 하는 기행과 왕비를 의심해 죽이는 등 폭정을 일삼으면서 신하였던 왕건의 반란을 부르고 말았다.

여름철 비가 많이 오면 명성산에는 ‘궁예의 눈물’이 흐른다고 한다. 명성산은 산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는데 많은 비가 순식간에 내리면 곳곳에 폭포수가 흘러 내리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명성산에 비가 내려 폭포가 생기면 이를 ‘궁예의 눈물’로 부른다.

한국전쟁 후반기인 1952년 미군이 이 산의 바로 옆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훈련장인 승진 훈련장(昇進訓練場, 영어 Nightmare Range)을 만들면서 명성산은 더 확실한 울음산이 됐다.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르릉 쿠르릉”하는 포격과 폭격 소리가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격과 폭격 굉음 사라져가는 명성산 옆 승진훈련장

몇 년전까지만 해도 승진사격장에서는 각종 포와 전차 등 기계화 장비, 전투기의 사격 훈련이 밤낮은 물론 주말에도 계속됐다. 이로인해 명성산 인근 주민들은 목표를 벗어난 포탄, 다른 것을 맞고 튕긴 도비탄(跳飛彈) 등에 의한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잘못 쏘거나 튕긴 포탄에 지붕에 떨어지고 전투기에서 쏜 포탄의 탄피가 머리가 머리에 떨어지는 일도 잦았다. 가난했던 1960, 70년대에는 이런 탄피가 인근 주민들의 짭잘한 수입원이 되기도 했다.

승진훈련장에서는 박근혜 정부때 까지 2년 주기로 대통령이 직접 참관하는 대규모 한미합동 화력시범이 열리기도 했다. 한미 양국군의 전투기와 첨단 무기들이 총 동원돼 수백억원치의 포탄을 쏟아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승진훈련장에서의 훈련은 사라져가는 추세다. 특히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승진훈련장의 폭음은 거의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곳에서의 훈련은 대형 포탄이나 폭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십리 밖에서도 들린다.

70년 가까이 산정호수 근처에서 살아온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주민 양재문씨(70)는 “10여년전에만 해도 폭음과 진동으로 밤에 잠을 자기 어려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야간 사격은 일체 없고, 주간에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몇발 쏘고 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주민들과 인근 군 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2년동안 승진훈련장을 드나드는 기계화부대는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그것도 대대급 이하 정도라고 한다.

승진훈련장 포사격 훈련모습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실탄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실전에서 부하들의 피를 부르는 일”

이와관련, 최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군 관계자들에게 “실탄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실전에서 부하들의 피를 부르는 일입니다.”라고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첫 문제제기는 지난 7월1일 한미동맹재단 초청 강연행사에서 였다. 그는 이날 “최근 폐쇄된 사격장, 민간 시위로 불충분한 사격장 사용 등으로 우리 준비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제병(諸兵)협동훈련을 막는 준비태세를 소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훈련장 사용이 제한될 때 훈련을 하기 위해 우리 전력을 한반도 외에서 훈련하도록 보내고 있다”며 “이는 유사시 대응할 전력이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는 ‘탱크 킬러’ A-10 대지공격기, AH-64 아파치 공격헬기 등이 훈련장 인근 주민 민원 때문에 한국내에서 훈련이 어려워 태국 등 해외에 나가 훈련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불만이 노골화 된 것은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에 있는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 사격장)과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주한 미 2사단 전차·장갑차 등 기갑부대와 포병부대,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 등이 훈련해왔다.

하지만 민가나 한국군 부대에 유탄이 떨어져 주민들의 훈련장 폐쇄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따라 미군은 사격장의 안전 확보를 위해 130억원을 들여 공사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헬기 사격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훈련을 할 수 없게 되자 한·미 군당국은 아파치 공격헬기 훈련을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하기로 했지만 여기서도 주민 민원 때문에 헬기 실사격 훈련이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김정은 “한국군은 내 군대의 적수가 못된다”...우리 군은 무슨 생각을 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한국군은 나의 적이 될 수 없다. 한국군의 나의 군대의 상대가 될 수 없다.”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사실이 지난 9월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이에대해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남북한의 그런 군사력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르고 그냥 하는 이야기다”면서 “적어도 핵을 제외한 모든 재래식 군사 분야에 있어서는 우리가 절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 언제든지 유사시에는 우리가 초전에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국민들은 국방장관의 이런 호언장담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6·25전쟁 1년전인 1949년 7월 신성모 당시 국방부장관은 “전쟁이 일어나면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1년 뒤 북한군의 남침에 의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이 수원과 대전, 익산, 목포를 거쳐 부산으로 도망가는데는 채 사흘이 걸리지 않았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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