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소행인듯...피해여성이 밖에 나가 일하는 것 극도로 싫어해
가즈니 경찰, 피해여성 아버지 체포하고 탈레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발표
피해여성 "가능하다면 일부라도 시력 회복하고, 경찰로 돌아가고 싶다"
아프간 여성 인권유린 심각...성폭력과 강제 결혼 횡행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탈레반 괴한들로부터 두 눈을 공격받아 실명하게 된 아프가니스탄 여성 카테라(33). 카테라는 경찰이 된 지 3개월 만에 끔찍한 범죄 피해를 입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12일 수도 카불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탈레반 괴한들로부터 두 눈을 공격받아 실명하게 된 아프가니스탄 여성 카테라(33). 카테라는 경찰이 된 지 3개월 만에 끔찍한 범죄 피해를 입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12일 수도 카불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천국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이 취직했다는 이유만으로 두 눈을 공격당해 실명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여성 인권유린 국가 중 하나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여경 카테라(33)는 경찰서에서 나와 퇴근길에 오토바이에 탄 세 명의 남성에게 공격당했다.

남성들은 카테라에게 총을 쏘고 두 눈을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났다. 병원에서 깨어난 카테라는 결국 실명했다. 카테라는 자신이 밖에 나가 일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아버지가 무장반군 조직 탈레반에 부탁해 공격한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카테라는 어릴 적부터 직업을 가지는 것을 꿈꿨다. 아버지의 계속된 반대에도 꿈을 꺾지 않고, 남편의 지지를 받아 석 달 전 경찰이 됐다. 카테라는 "경찰이 된 뒤 화가 난 아버지가 여러 차례 일하는 곳에 따라왔고, 탈레반을 찾아가 내 경찰 신분증을 주고 일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공격당한 날에도 아버지가 계속 내 위치를 물었다"고 했다.

가즈니 경찰은 카테라의 아버지를 체포하고,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어머니를 포함해 친정 가족들은 모두 카테라를 위로하기는커녕 비난했다. 다섯 명의 자녀를 둔 카테라는 친정과 연락을 끊고 요양 중이다.

카테라는 "적어도 일 년은 경찰에 복무하고 이런 일을 당했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빨랐다"며 "나는 겨우 석 달 동안 꿈을 이루는 데 그쳤다"고 했다. 또 "가능하다면 일부라도 시력을 회복하고, 경찰로 돌아가고 싶다"며 "돈도 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직업을 가지고 싶은 열정이 내 안에 남아있다"고 희망을 말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인권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이 집권할 당시 크게 훼손됐다. 탈레반은 과거 5년 통치 기간에 여성 교육·취업 금지, 공공장소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 등으로 여성의 삶을 강하게 규제했고, 당시 성폭력과 강제 결혼이 횡행했다.

아프간에서 여성들은 지금도 ‘OO의 어머니’, ‘OO의 딸’ 등 이름 대신 남성 중심 가족관계 호칭으로 불리고, 공문서 등 각종 서류는 물론 자신의 묘비에도 이름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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