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50)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60) SK 회장, 구광모(42) ㈜LG 대표가 5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을 치른 이 부회장을 위로하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들 4대 그룹 총수는 맏형인 최 회장의 주선으로 이날 저녁 서울 워커힐 호텔 내 애스톤하우스에서 만났다. 이날 회동에서는 부친상을 치른 이 부회장을 위로와 함께 막 개표가 시작된 미국 대선에 관한 전망 등에 관한 대화 등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SK 최태원 회장,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전경련 회장 역할’

더불어 지난달 회장직에 오른 현대차 정의선 회장에 대한 축하와 최태원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 수락 여부와 경제단체의 역할, 기업 규제 3법 등 정책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와 배터리·자동차 등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도 주요 화두였다. SK와 LG가 현재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배터리 소송전에 대한 대화를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이른바 경제 4단체 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의 역할은 사라졌다. 전경련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자 ‘적폐’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재벌그룹의 이익을 대표해온데 따른 진보세력의 반감도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SK 최태원 회장이 주요 그룹의 ‘맏형 역할’을 해왔다. 4대그룹 오너 중 가장 연장자인데다 특유의 리더십도 작용했다. 이런 모습은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 관계자들을 동반하고 북한을 방문했을 때 드러났다. 당시 최 회장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LG 구광모에게 편하게 ‘반말’을 하면서 ‘맏형’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들 4대그룹 총수 중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전 골프장를 함께 할 정도로 친한 사이지만 SK 최태원 회장과 LG 구광모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자동차 배터리 기술을 놓고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 불편한 관계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SK 최 회장이 특유의 ‘보스 기질’로 LG 구광모 회장에게 반말을 하는 등 동생 취급을 함으로써 더 악회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당선으로 SK-LG간 배터리전쟁 귀추 ‘주목’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가장 주목되는 것은 SK와 LG간에 벌어지고 있는 ‘배터리 전쟁’의 귀추다. LG는 SK가 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기술을 탈취해갔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나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미국법인(SK배터리 아메리카)이 있는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내놓은 상태다.

델라웨어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현재 거주지이자,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상원의원 등을 지내는 등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LG, 바이든 당선자 거주지 델라웨워 지방법원에 “SK가 특허침해” 소송

그러나 이에대한 ITC의 최종 결정일은 10월 5일에서 26일로 연기된데 이어 12월 10일로 또다시 연기됐다. ITC의 이같은 이례적인 행보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사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인 만큼 고심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SK에 불리한 판결을 원치 않으며, 만약 ITC에서 SK가 패소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구호아래 강력한 보호무역 등 미국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쳐온 트럼프 대통령은 두차례 한국을 방문할 때 마다 기업인들을 따로 만나 미국에 대한 투자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따라 이미 조지아주를 중심으로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있는 현대자동차 뿐 아니라 삼성과 SK, LG는 물론 재계 5위 롯데그룹까지 앞다퉈 미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트럼프 대통령의 칭송을 듣기도 했다.

삼성전자, 바이든의 중국정책이 ‘변수’, 현대차 등 트럼프 보호무역 완화 ‘기대’

삼성,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삼성전자에는 긍정과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미친 바 있어 바이든의 대중국 정책이 변수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트럼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보호무역 정책이 완화될 경우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파리 기후협약 가입 등 바이든 당선자의 친환경 정책에 자사의 수소차와 전기차 등 미래사업을 어떻게 적용해나갈 것인 지가 변수다.

올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의 2020 재계순위 발표를 앞두고 주목됐던 것은 삼성그룹의 압도적인 1위 체제하에 2위 현대차와 3위 SK의 역전 여부가 주목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2위 현대차와 3위 SK그룹의 자산총액은 2019년 5조 5000억원원에서 2020년 9조2000억원 차이로 더 벌어졌다. SK그룹이 하이닉스의실적을 바탕으로 맹추격했지만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분야의 각종 투자와 모비스 등 계열사들의 실적으로 2위 자리를 굳힌 것.

3,4위인 SK와 LG그룹 간의 격차도 더 벌어졌는데 LG 구광모 회장의 최대 과제는 과거 삼성 현대와 어깨를 견주어 온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는 것이다. SK와 LG간 재계 3,4위 순위가 바뀐 것은 지난 2005년이었다. 양사간 배터리 전쟁의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미국의 정권교체,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한국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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