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율 시민기자
김원율 시민기자

2018년 양국의 ‘주교 임명에 관한 협약’ 체결

교황청은 금년 10월, 2018년 10월 22일 바티칸과 중국 양국 사이에 맺었던 ‘주교 임명에 관한 협약’을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 2018년에 맺은 협약의 결과로, 중국 공산당이 임명한 7명의 주교가 바티칸의 승인을 받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들은 공산당의 이념에 충실한 중국 애국교회 소속이다. 이들은 신학과 교리에 대한 기본을 갖추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부패할 대로 부패한 인물들이며, 그 중 두 명은 첩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 가톨릭에서 주교는 교구를 담당하는 성직자로 예수를 따랐던 12제자의 사도직 사명을 계승한다. 따라서 교황만이 전 세계 주교를 임명하며 교황 자신도 로마의 주교이다. 교황을 정점으로 한 엄격한 계급질서의 바티칸이 ‘중국 교회’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주교임명을 중국정부에 양보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앞서 2018년 1월 지하 교회 주교 2명의 교구를 교황청이 2011년 파문까지 했던 애국회 주교들에게 양보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러자 홍콩의 조셉 첸(陳日軍) 추기경은 "예수에 대한 배신이고 교회를 팔아넘기는 행위"라며 맹비난하였다. 첸 추기경은 또한 “교황이 중국지도자들의 본성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해 지하교회를 배신하는 추악한 협의를 하였다.”고 말하였다. 또 2018년 3월에는 홍콩의 인권·학계·가톨릭 인사 15명이 "공산당이 임명한 7명의 주교를 인정하면 '제한적 자유'도 보장받지 못하고 교회의 도덕적 권위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공개서한을 전 세계 주교들에게 보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교황청은 엄청난 동성애 파문을 일으켜 2018년 7월 추기경 직을 사임한 미국 워싱턴 교구의 명예대주교 맥캐릭을 앞세워 양국 간 화해에 관한 협약을 추진해 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교회를 대표하는 홍콩 교구의 조셉 첸 추기경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맥캐릭 추기경은 1980년대 두 명의 신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후 금전 합의로 무마하였으며, 한 아동을 대상으로 11세부터 20년간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뉴욕 대교구는 이러한 의혹은 구체적이며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년간 맥캐릭 대주교는 적어도 8번 이상 중국을 방문하였으며 시진핑 주석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공식적인 가교역할을 하여왔다. 중국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중국의 시진핑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합의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었다. 그는 2016년 2월 글로벌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진핑의 유사성이 이 세계를 위한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he similarities between Pope Francis and Xi Jinping could be a special gift for the world.”)

중국 지하교회에 대한 박해는 더욱 악화되었다

2018년 바티칸-중국 간 협약이 있은 뒤, 교황청과 중국 공산당은 사실상 서로의 권력을 인정했다. 즉 교황청은 교황과 중국 정부 양측에 모두 충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톨릭 교회가 등장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반면 중국 공산당은 이 협약을 모든 가톨릭 교회가 중국의 천주교 애국회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이 작업을 공고히 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애국회 가입을 반대하는 반체제 성직자들을 계속해서 박해하고 있다.

허난성 정저우시 명공(銘功)로에 위치한 가톨릭 교회의 류 취안파 신부는 교구의 교구장직을 맡고 있으며 극심한 정부 박해를 받고 있다. 2018년 초 류 신부는 ‘크리스천 자녀들의 신앙 권리 확보’라는 제목의 글을 교회 위챗 그룹에 발표했고, 이후 홍콩의 한 신문사에서 해당 글을 게재했다. 이에 따라 작년 7월을 기점으로 류 신부의 급여와 생계 보조금이 지급 정지되었으며, 그로부터 신부는 교회 신도들의 구호금에 의지해 목숨을 부지해왔다. 일거수일투족 엄격한 감시를 받았음은 물론이고, 미사를 드리러 일체 성당을 방문하는 일과 치료를 위한 해외 방문 또한 금지되었다.

교황청-중국 간 협약이 체결된 뒤 류 신부는 교황청에 중국 공산당이 임명한 주교 등 성직자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하기 위해 지난 12월, 바티칸 인류복음화성의 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Fernando Filoni) 추기경에게 서한을 작성했다. 류 신부는 서한에 “중국 정부가 추천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자격이 있는 자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주교로 임명된 후 악행을 저질러 왔으며, 이들의 믿음 또한 확실치 않습니다. 오늘날 성당 조직에서 발견되는 부패는 신자들을 경악케 하고 있으며 이는 기본적으로 교회의 정치화와 중국화의 원인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지난 3월 4일에는 허난성 중국 천주교애국회 사무총장인 양 슈더(楊修德)가 류 신부를 성당에서 쫓아낸 뒤, 그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또한 왕 웨성은 명공 가톨릭 교회를 가로채 스스로를 본당 신부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사건은 중국 공산당이 정부에 반하는 가톨릭 사제들을 현재도 지속적으로 박해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산주의에 대하여 무지한 프란치스코 교황

로마 교황청은 중국 공산당이 설립한 애국교회와 화해와 절충을 시도하여 정통교회인 지하교회에 가해지는 탄압과 인권유린을 완화하겠다는 의중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공산주의에 대하여 무지한 소치이다. 1937년 비오11세 교황이 발표한 회칙 ‘하느님이신 구세주’에서 ‘공산주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뻔뻔스러우며 허위의 메시아 사상을 정의와 평등이라는 기만적 신비주의로 포장하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일단 권력을 잡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인간에게서 일체의 존엄성을 빼앗으며 도덕적 제어를 전부 치워버리고 만다. 교황은 남미의 공산주의와 중국 공산주의의 다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산화된 베트남에서 신부와 목사들이 개조캠프에서 죽어간 역사에서 그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조셉 첸 추기경의 외로운 싸움

금년 3월 조셉 첸 추기경은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승인한 바티칸-중국의 합의안 초안에 서명을 하는 형태로 중국 교회와의 화해를 추진하였다는 주장에 의문을 표하며 그 초안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자신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는 문서고(archive)에서 그들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찾아 공개할 것을 요구하였다.

금년 초 미국 교회와 의회 방문차 워싱턴 D.C.와 뉴욕 등지를 찾은 조셉 첸 추기경은 현지 가톨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 지하교회는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다”고 심각성을 알렸다. 첸 추기경은 3월 11일 미국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은 남미의 공산주의자들과는 다르다. 중국은 박해자들이며 타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가톨릭교회에 매우 절망적”이라며 “중국 교회는 바티칸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을 정부의 손에 넘겨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첸 추기경은 평소 중국 교회 실상을 전파해온 고위 성직자다. 그는 지난달에도 바티칸과 동료 추기경단에 보낸 서한을 통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사회주의 교리에 따라 재해석되고, 교회 십자가와 성화를 시진핑 주석의 어록과 초상화로 대체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고 중국 교회를 향한 실질적 관심을 호소했다. “18세 미만인 청소년은 교회에 입당할 수도 없고, 어떤 종교 활동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경마저 공산당 입맛에 맞게 재해석 돼야 할 정도로 중국 교회 전체에는 ‘보편적인 탄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첸 추기경의 노력애도 불구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귀를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최근 동성애자도 하느님의 자녀라고 하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 바 있는 교황은 홍콩시민들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외로운 투쟁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가해지는 인종해체 수준에 이르는 중국 공산당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2014년 8월 윤지충 바오로 등 124위 시복식을 위하여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폭압적인 북한의 인권에 대하여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일부 고위 성직자들은 교황의 자비가 매우 위선적이라는 비난을 하고 있다. 하느님의 자비는 공산주의자들의 폭정에 신음하고 있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는 말인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묻고 싶다.

김원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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