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 친환경 미래차 관련 설명을 들은 뒤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0.10.30/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미래차 뉴딜 세부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정의선 회장을 “우리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각별한 친근감을 나타냈다. 정 회장은 “너무 영광입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만남은 지난달 14일 정 회장이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현대차와 정 회장에게 애정을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작년 1월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행사를 위해 울산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당시 수석부회장이던 정 회장을 만나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아주 홍보모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정의선 회장에게 “우리 회장님”, 이재용 부회장은 이 정권 내내 구금,재판

대한민국 재계 1,2위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은 ‘이중접근법’을 보인다. 앞서 현대차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선 회장에게 보여준 칭송과 반대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이 정권 내내 구속과 재판 등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22일 첫 재판이 있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내 ‘친 여권 및 추미애 라인’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강행이다. 당초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위원들의 압도적인 의견으로 이 사건에 대해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사팀은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는데, 당시 기소강행은 조국사태 이후 윤석열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이성윤 검사장 간에 채널A 수사를 둘러싸고 고조되는 갈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정권 들어와 기소권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검찰개혁 차원에서 만든 것인데 그 명분을 스스로 버린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이 사건에 대한 첫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1월 최순실 게이트로 특검에 출두한 이래 4년째 검찰과 구치소, 법원을 오가는 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그의 혐의를 부풀려 파기환송하는 바람에 이 재판도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이 2018년 2월 구속된 지 353일만에 풀려난 뒤 올해까지 모두 10차례를 만났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기 위한 기업인들과의 행사였는데 2018년 7월 문 대통령의 인도방문 때는 삼성전자 인도 공장에서 단독 만남을 갖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투자확대 일자리 창출을 부탁하는 동안에도 검찰은 삼성에 대한 수사의 강도를 높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50여차례의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차례의 소환조사를 비롯해 법원이 관련자의 영장을 기각해도 끊임없이 재청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검사장은 ‘삼성 저격수’로 불렸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물론, 서울지검 3차장으로서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검찰은 검찰이 툭하면 압수수색을 벌여 모든 자료를 ‘무차별, 싹쓸이’ 하고 피의사실 공표를 통해 여론재판을 하는 행태를 보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이 문제점을 지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과 여당 의원들이 나서서 검찰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정권의 진보적 속성, ‘현대차=민족기업’, ‘삼성=독점재벌’ 등식 만들었나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행사에서 “현대차는 혁신에서 1등 기업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 위기 극복 노력과 노사협력, 미래비전에서도 1등 기업”이라고 칭찬했다. 현대차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런 덕담은 사실에 기반한 ‘팩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현 정부가 ‘반(反)대기업, 반재벌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현대차에 대한 칭송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문재인 정권 탄생의 직접적 계기가 된 촛불시위와 관련, 민주노총에 대한 채무의식의 발현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노조가 민주노총의 골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금강산 관광 등 남북화해 공로에 대한 이 정권 관계자들의 평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에 대해서는 무노조 경영에 편법 경영권 승계 시비 등으로 여론이 나빠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상당수의 태도처럼 지속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정권의 진보적 속성이 ‘현대차=민족기업’, ‘삼성=독점재벌’ 등식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국가대표 기업이자 코로나19 시대, ‘한국경제의 소년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미국의 포브스 선정 세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이다. 국내 수출의 20% 가량을 책임지고 매출의 90% 가까이를 해외에서 올린다.

기업에 대해서까지 피아를 구별하는 정치적 접근이 아니라 삼성이 더 열심히 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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