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삼성과 함께 가장 많이 쓴 회사명은 ‘제일’이었다. 제일제당 제일모직 제일기획...

무슨 사업을 하든 최고, 1등이 돼어야 한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후계자 이건희 회장의 초일류는 이병철 회장의 일등주의를 한 단계 더 뛰어넘은 경영비전, 이념이었다.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시킨 이건희 회장이 지난 25일 별세함에 따라 이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에 의한 창업 3세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일등주의, 세계 초일류를 계승하는 이재용 시대 삼성의 비전, 이념은 무엇이 될까?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은 모두 창업주의 뜻이 반영된 경영비전이 있다. 삼성은 물론, 현대 차 그룹이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 LG그룹이 ‘인화(人和)’와 ‘고객만족’을 내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김우중 회장이 이끌던 대우는 ‘세계경영’을 표방했다. 최태원 회장 시대 SK는 신뢰와 공감, 스토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의 일등주의는 일본 따라잡기 위한 슬로건, 이건희 회장 시대 목표달성

삼성의 일등주의와 초일류는 이병철 창업주 시절반도체와 가전 등 전자부문을 주요 사업으로 선택하면서 소니(SONY) 같은 일본 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슬로건이었고, 이건희 회장 시절 이런 목표는 달성됐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전자제품 매장에 진열조차 안되던 삼성의 가전 제품들은 이제 최고급 제품의 대명사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는 지난 3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마켓 모니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분기대비 47% 증가한 7980만대를 기록, 22%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제 삼성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한 3세 경영인 이재용 부회장의 비전이 주목되고 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맞아 이재용 부회장이 내걸 '뉴 삼성' 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인 지난 7년간 무난한 대리경영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확산되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상속 및 지배구조 정비를 통한 경영권 확립, 특히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인한 재판 등 사법리스크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의 회장으로의 승진은 시기의 문제다. 49제 등 연말, 내년초 까지는 상중(喪中) 기간이어서 지난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작고하자마자 외아들 조원태씨가 바로 회장직을 이어받은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좌파 시민단체 등에 의한 대기업 지배구조 및 승계문제에 대한 공격이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집중되는 데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사건에 대한 재판이 곧 시작된다는 것도 변수다.

이에따라 이건희 회장의 유언장 집행 등을 통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및 계열분리 문제가 마무리 된 이후에나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 ‘7년 대리경영’ 통해 반도체 등 전자부문 고도화 미래 먹거리 투자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인 7년간의 대리경영을 통해 삼성그룹의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왔다. 이 부회장의 삼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6G(6세대 이동통신), 바이오를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이 달성한 초일류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 AI 등 기술 및 산업의 융합추세에 맞춰 삼성이 ‘초격차기업’으로 들어서기 위한 과제들이다. 이를 위한 사업분야 정비 차원에서 삼성은 2014년 말과 2015년 석유·방산, 화학 사업을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했고 2016년에는 9조원을 들여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삼성은 또 기존의 전자부문에서 초일류를 유지하기 위해 메모리 뿐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도 2030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비전 2030'을 제시한만큼 투자 확대 및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인텔 낸드 사업 부문 인수해 삼성을 추격하고 있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는 만큼, 삼성 또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은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 신수종 사업으로 생명과학 바이오 분야를 선택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이재용 시대의 삼성은 세계 초일류 전자부문을 기반으로 생명 등 인류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 기술융합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재용 뉴삼성의 비전의 핵심 화두는 ‘휴먼경영’?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비전은 이같은 삼성의 진화목표에 따라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기업, 이를위한 휴먼테크놀로지의 구현이 삼성의 최종적인 진화목표라면 경영이념도 이를 뒷받침해야만 한다.

결국 이재용 삼성 시대, 뉴삼성 비전의 핵심 화두로 ‘휴먼경영’과 같은 개념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삼성 및 재계 주변의 관측이다. 이것은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두 건의 재판과 노조문제 등 준법경영이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와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국민들의 마음에 더 다가갈 수 있고, 일부의 거부감을 아우를 수 있는 메시지, 비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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