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 칼럼] 깊은 뜻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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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10.30 09:45:12
  • 최종수정 2020.10.30 15:23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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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조롱하고 비웃었다. 시장을 무시하고 앞일을 하나도 예측하지 않는 무모함 혹은 무식함이 참사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 생각이 짧았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해도 이기는 게임이었다. 혹시라도 부동산 시장이 잡히면 정책 성공을 자랑하면 되는 거였고 ‘삑 사리’가 나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 세수가 늘어나니 그 또한 싫을 게 없었다. 물론 말은 그렇게 안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마 말하고도 자기들도 안 믿었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공급으로만 가능하고 규제로는 악영향만 끼친다는 것 정도는 이 정권도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 정권은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특히 자기들이 기득권이나 적폐로 모는 세력이 돈 버는 것에 배 아파 죽는다. 그런데 밉고 싫은 그들에게 세금을 왕창 물리니 이보다 통쾌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항상 이기는 게임인 것이다.

아파트 값이 올라 좋겠다고요?

부동산 가격이 올라 좋겠다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아파트는 이 정권 집권 이후 절반에서 많은 경우 두 배까지 가격이 올랐다. 아파트 값이 올랐다 치자. 그러나 이 오른 가격은 그 아파트를 팔고 나갔을 때나 이익 실현이 되는 것이지 깔고 앉아 있으면 실제로는 세금만 더 나가는 구조일 뿐이다. 사람들이 아파트를 고를 때는 많은 것을 고려한다. 그 중의 하나가 향후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 시설과 관련되어 있다(둘은 같은 얘기다). 아파트 값이 올랐다고 해서 현재 누리는 삶과 교육의 질을 포기하고 그보다 못한 곳으로 갈 사람은 없다. 서울 노른자 땅에 사는 사람이 수도권 변두리로 이주할 일은 없다는 얘기다. 결국 오른 세금을 감당하고라도 계속 보유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아파트 값 상승은 정권의 면피이자 공격 논리가 된다. “세금을 많이 내서 쏙이 쓰리세요? 대신 아파트 값이 올랐잖아요. 그러니 세금 내기 싫으면 팔고 딴 데로 이사를 가시던가.” 하여간 사람 약 올리는 방법 하나는 제대로 알고 있는 정권이다.

그럼 정부 권고대로 팔면 되는 것일까. 다들 아시다시피 그게 그렇지가 않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가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이미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해 70%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세법을 통과시켰다. 7억 원에 사서 10억 원에 팔면 양도차액 3억 원에서 2.1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여기에 중개수수료, 이사 비용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안 팔고 버티면 이번에는 종합부동산세와 마주칠 차례다. 기획재정부 추산 조정대상지역에서 시가 10억 원 주택을 두 채 가지고 있을 경우 올해 납부할 종합부동산세는 500만원을 조금 넘지만 내년에는 그 세 배인 1,5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팔아봐야 남는 게 없고 가지고 있으면 부담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집 가진 사람들을 괴롭히고 끝낼 정권이 아니다. 며칠 전 정부는 공시지가 현실화 그러니까 시세 대비 공시가율의 간극을 좁히겠다며 전선을 확대했다. 공시지가는 단순히 부동산 가격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는 물론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0 여개 항목 산정과 연동된다. 오를 수 있는 모든 것이 올라가는 것이다. 팔면 왕창 뜯어내고 안 팔면 다방면으로 골고루 뜯어내는, 말 그대로 ‘신박’한 세금 정책이다. 산 채로 털 뽑히는 거위의 심정으로 비명을 질러보지만 이게 또 현실에서는 먹힐 일이 없는 절규다. 이 정권의 특기가 편 가르기다. “종합부동산세 납세 해당자는 1%”라는 프레임으로 이들은 국민을 1대 99로 갈라 친다. 무주택자 혹은 저가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는 가진 사람들이 더 내는 건데 뭐 어때?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도덕적 붕괴로 이어진다. 가진 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적대감이 내면의 질시와 비열함을 끌어냄으로써 건강한 인격을 망치는 것이다. 그럼 과연 무주택자와 상대적 저가주택 보유자들에게도 봄날은 계속 이어질까. 일단 무주택자는 자기 집을 소유한 기회가 영원히 사라진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정부의 논리를 따라 정신승리를 해가면 남은 생애 내내 자기 집 없이 떠돌아 다녀야 한다. 상대적 저가주택 보유자들 역시 조금 있으면 종합부동산세의 폭풍이 밀어닥칠 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이미 10억 원을 돌파했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 가격을 계속해서 끌어올려 모두가 종합부동산세의 대상이 될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정부는 그때는 다시 집 가진 사람과 집 없는 사람으로 편을 갈라 정치적인 장난을 칠 것이다. “그래도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내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이죽거리면서.

잘 못하고 있는 게 아니다. 잘하고 있는 것이다.

스무 차례 이상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면서도 집값 안정은커녕 폭등만을 불러온 국토 교통부 장관을 대통령은 수차례 내각 개편에서 연임시켰다. 잘못된 인사에 대한 오기가 아니었다. 못하고 있지만 특유의 오만과 뻔뻔함으로 그 자리에 앉혀 둔 것이 아니었다. 질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속내를 이해하고 꿋꿋하게 버티는 그 전투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토 교통부 장관은 잘하고 있는 것이었다. 잘하고 있는 장관을 대통령이 왜 내치겠는가. 이제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잘못된 정책을 시정할 의지가 절대 없다는 것을. 그들은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를 꿈꾸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못 사는 나라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은 국민을 존중하며 같이 가는 대상이 아니라 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가 나를 적으로 규정하면 나 역시 상대를 적으로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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