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임기에 비해 정치적 의미 매우 큰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 당 지도부에 의해 낙점될 가능성 높아
우파정당 내부의 리더십 창출 메커니즘 전무
자격을 갖춘 당원들이 후보 결정하고, 여론조사 등 정당 외부의 참여 배제해야
기왕 신당 추진하는 사람들은 정치공학에 근거한 이권 협상 기대 말아야

주동식 국민의힘 광주광역시 서구갑 당협위원장

내년 4월 7일에는 서울특별시장과 부산광역시장 등 2개의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초점은 당연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이다.

보궐선거에서 뽑힌 서울 및 부산 시장의 임기는 1년 반 정도이다. 하지만 짧은 임기에 비해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광역단체장의 보궐선거 결과가 1년 뒤 대통령 선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모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의 문제가 원인이다. 시민의 상식과 도덕관념에서 보자면 당연히 여당이 심판을 받고, 야당이 승리하는 게 정의의 원칙에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게 불리한 판세라는 전망이 많고, 심지어 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동조화(synchronization)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즉,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이기기 어렵다는 예상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부터 짚어본다면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 가운데 “아, 이 분이라면 확실하게 이길 것 같다”는 믿음을 주는 후보를 찾기 힘들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이나 기타 야권의 후보군의 개인적 역량이 여권 후보들에 비해 뒤진다고 보지도 않는다. 지금 지적하는 것은 우파 진영에서 정치 지도자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다.

현재 상태로 보자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국민의힘 후보는 당 지도부에 의해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김종인 위원장 등이 마음에 찍어둔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후보로 발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어떤 형식과 절차를 밟는다 해도 내용상으로는 낙점일 수밖에 없다. 당의 진짜 주인이어야 할 당원들이 사실상 후보 결정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이른바 미스터트롯 방식 즉 오디션을 통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얼핏 봐서는 진전된 방식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오디션의 심사위원단은 누가, 무슨 기준으로 선정하느냐 하는 문제가 싹 빠져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외부에서 데려오는 공천심사위원들도 그렇고, 미스터트롯의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이건 외부 컨설팅의 일종이다. 컨설팅의 결론은 항상 발주자 즉 컨설팅 비용을 내는 측의 의도에 맞출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핵심은 당의 진짜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의사결정에서 소외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우파 정당의 고질적인 문제인 리더십 창출의 실패와 직결된다. 정치 리더십은 정치인이 국가 경영과 정당 운영에 대한 자신만의 대안과 경륜을 갖고 대중들을 설득하고 조직해서 권력 쟁취에 나서는 프로세스를 통해서 형성된다. 저 대안과 경륜이 바로 콘텐츠이자 메시지이다. 필자가 정치를 ‘말로 하는 전쟁’이라고 규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당이 제대로 된 정치 리더십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정권 창출의 실패는 물론이고 심지어 존립 자체도 위태로워진다. 우파가 좌파에게 정치적으로 완전히 패배한 것도 정치 리더십 창출의 실패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무너져버린 아니 애초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우파정당 내부의 리더십 창출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후보 결정 원칙을 제안한다.

첫째, 자격을 갖춘 당원들이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자격을 갖춘 당원들이라면 이른바 책임당원 즉 최소한의 당비를 내는 당원들을 말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한 달에 1천 원씩만 내는 당원에게도 책임당원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탄핵 과정을 거치면서 탈당 러시가 이어지자 자구책 차원의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들었다. 당비 부담을 덜어 그나마 당적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구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비 부담이 줄어들면 당에 대한 애정도 식는다. 당이 스스로 당원의 값을 후려치는데, 당원들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 특정 정당의 당원이 된다는 것은 공화국 시민들의 현실 참여 가운데 최고 수준의 실천이다. 정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와 철학에 동의하지 않으면 결코 당원이 될 수 없다.

당비는 당원이 실제로 당의 가치와 철학에 실천적으로 동의한다는 유일한 증빙이다. 적정 규모의 당비 납부 없는 정당 참여는 아무리 그럴싸한 논리와 명분을 내세워도 사기일 따름이다. 그 적정 규모 당비의 최저선은 매달 1만 원이라고 본다. 두 사람이 마주앉아 식사만 해도 1인 당 1만 원 지출은 기본이다. 거기에 식사 후 커피라도 한 잔 한다면 2만 원대에 이르게 된다. 그 정도 당비도 내기 싫다면서 정당 활동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당비 1만 원은 후보 결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책임당원의 당비를 1천~2천 원 수준으로 낮게 유지하면, 대리투표 동원의 가능성도 훨씬 커진다. 이건 결코 기우가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투표권을 당비 월 1만 원 이상 내는 당원에게만 일률적으로 부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원칙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하고 그런 기조 위에서 최소한의 당비 기준을 정해 그 기준을 충족한 모든 당원들에게 보궐선거 후보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 콘텐츠와 메시지의 승부가 되어야 한다.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어느 정당의 대선후보 결정 과정을 지켜본 일이 있었다. 몇천만 원씩 기탁금을 낸 무명의 후보들은 이른바 심사위원단 앞에서 10여 분 정도의 정견 발표를 끝으로 컷오프 당했다.

심사위원들부터가 당권파의 영향력 안에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정견 발표조차 1회성으로 짧은 시간 안에 끝내니 애초에 승부가 될 수가 없었다. 컷오프 당한 후보 한 사람이 항의하기도 했지만 이미 절차가 끝난 마당에 소용이 없었다.

이 당의 대선후보는 예상했던 경로를 거쳐 예상했던 인물로 결정됐고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들러리를 선 결과가 됐다. 대선후보 경선이 내정된 후보를 추인하는 절차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당원과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한때 새로운 정치를 열어갈 기수로 기대를 모았던 그 대선후보는 갖가지 패러디의 소재가 되면서 몰락했고, 이후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는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충분한 토론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콘텐츠와 메시지의 승부가 가능해진다. 우파 정당은 청년과 신인 리더십의 등장을 애타게 갈망한다면서도 그런 요구가 실현되지 않는 데 대한 문제의식은 극히 빈약하다.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고, 그 결과가 공천 등 당의 핵심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당에서 정치적 이권이 아닌 정치 콘텐츠와 메시지의 유통이 이뤄진다. 그런 조건 위에서만 진짜 청년 정치인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장치 없이 아무리 청년 정치를 주장해봐야 결국 노쇠한 정치인들의 간택을 받기 위해서 유치한 쇼맨십과 꽃단장에 열중하는 청춘팔이 보따리 장사꾼들을 양산할 뿐이다.

이 문제는 청년과 신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기성 정치인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다.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기성 정치인들이 돌풍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이 토론을 통한 메시지의 유통과 당원들의 의사결정 참여이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돌풍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만 복기해봐도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다.

셋째, 여론조사 등 정당 외부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당의 공천이나 지도부 선출에서 여론조사는 필수불가결한 절차가 되어가고 있다. 그 결정적인 근거는 ‘유권자들의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즉, 승부에 좀더 유리한 후보를 골라내기 위해 직접 표를 주는 유권자들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후보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숨어 있다. 이른바 역선택의 가능성이 그것이다. 가령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나 지지자가 국민의힘 후보 여론조사에 참여하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장 쉽게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가능성이나 기우의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설혹 여론조사가 역선택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여론조사에 의지하려는 주장의 근저에는 ‘당원들은 가장 유능한 후보를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논리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당 밖에서 특정 정파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는 언론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를 판단하는 일반 국민들과 당 안에서 보다 직접적인 경험과 다양한 정보를 통해 후보를 판단하는 당원들 중에서 누가 더 후보의 경쟁력을 잘 파악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이 좌파 성향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백 보 양보해 여론조사가 더 경쟁력 강한 후보를 선출하는 기능이 있다 해도 본질적인 문제가 남는다. 여론조사가 주는 긍정적인 기능 못지 않게 그 부정적인 요소를 부정할 수 없다.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원이 소외되는 문제가 그것이다.

물론 후보 결정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다 해도, 당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투표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당원도’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과, ‘당원만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하늘과 땅 만큼의 격차가 있다.

당원들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불공평하고 비민주적인 처사처럼 느낀다면 그건 민주주의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결과이다.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라 분명한 권리와 책임의 긴밀한 결합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후보 결정에 반영하면 자격을 갖춘 당원들 가운데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분들이 반드시 나오게 된다. 이게 옳은가? 심지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당원과 배제되는 당원을 가르는 기준도 애매하다. 이게 옳은가? 차라리 당비를 많이 낸 기준으로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정당정치의 원칙이나 책임 정치라는 기준에서 더 정의롭지 않을까?

대통령 선거권을 국민들 일부에게만 주고, 나머지 국민에게는 주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 문제점이 분명해진다. 게다가 그런 차별에 특별한 기준이 없거나, 일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일임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불합리를 받아들일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정당에서는 이런 관행이 당연한 듯이 통용돼 왔다.

이 모든 문제가 근본적으로는 정치철학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다. 그 귀결은 정당정치의 실패이자, 리더십 창출의 실패이며 최종적으로 대한민국 우파 정치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우파가 이대로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지탱할 수 없다.

여론조사를 무작정 거부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여론조사는 분명 현대 정치의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고 있으며, 확고한 정당정치의 원칙에 근거하여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다만,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공식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아닌, 참조 자료로서의 가치만 인정해야 한다.

즉, 여론조사 결과를 직접적으로 당내 후보 결정에 반영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하지만, 간접적인 방식 즉 자격을 갖춘 당원들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도움이 된다. 물론, 이것은 굳이 당의 선거관리 기구가 개입하지 않아도 각 후보 진영에서 적절하게 판단해 당내 유세 과정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다른 우파 정당들과의 관계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4.15 총선 이전부터 존재했던 우파 정당 그리고 최근 새로 창당에 나서는 우파 정당들이 이번 총선에 어떤 전략을 갖고 임할지는 정당마다 내부 상황이 다르고 또 같은 정당이라 해도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년 재보궐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이들 우파 정당들은 국민의힘에 다양한 형태로 요구와 압박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공식적인 후보 단일화 협상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정치적 거래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우리나라 정당의 현실에서 저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원칙만은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만큼 정치적 가치나 노선의 차이가 없는 정당끼리라면 애초부터 신당을 만들어나갈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당에 개별 입당하거나 아니면 당 밖의 의견그룹이나 시민단체로 남아서 기존 정당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고 선거용 신당을 만들어서 압박을 가하는 등의 수단으로 정치적 거래를 할 경우 필연적으로 정당정치의 왜곡과 훼손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당에 남아 투명하고 가시적인 절차를 통해 책임과 권리를 행사하는 당원들보다 당 밖의 정치공학 전문가들이 더 유리한 대접을 받을 때 당원들은 어떻게 느끼게 될까? 당원은 사라지고 선거 자영업자들과 그 추종자들만이 당의 주인 행세를 하게 될 것이다.

신당을 추진하는 분들의 대의명분과 선의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대의명분과 선의를 유권자 대중에게 분명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치공학에 근거한 이권 협상보다는 자신들만의 정치 콘텐츠와 메시지, 정책으로 선거에서 진검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국민의힘과 경쟁하는 보수정당들이 “국민의힘을 패배시켜 우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후보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는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차라리 우파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 등 좌파 군소정당들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이득을 챙겼는지 모르지만, 우파 정당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 그리고 좌파 정당들의 빅텐트도 그 내용을 따지고 들어가 보면 치명적인 부작용들이 그 표면적인 이득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민의힘도 이 문제에서는 분명한 정당정치의 원칙을 엄정하게 고수하는 모습을 관철시켜야 한다. 일시적인 선거의 득표를 위해 당원의 권리라는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치명적인 소탐대실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고 싶다.

주동식 국민의힘 광주광역시 서구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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