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무적 판단으로 감찰 중단했을 것”
“유재수 사표라도 받은 건 징계 시늉한 것”
“감찰 중단 후 특감반원들 상실 분노 느껴”
“천경득 전화해 ‘피아식별’ 잘하라 훈계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0.23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0.23/연합뉴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3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였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또 “속된 말로 저희가 정말 쫄리는 상황이었다. 특감반장도 ‘유재수가 정말 세기는 세구나’라더라”고 진술하며 여권 인사들의 구명운동으로 감찰이 좌절됐던 당시의 소회도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재판장)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결정권은 민정수석(당시 조 전 장관)에게 있었고, 저는 민정수석에게 감찰 결과와 조치에 대한 의사를 충분히 말씀드린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조 전 장관이 앞서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 경위에 대해 “관련 자료가 정상적으로 이첩되지 않았고 금융위도 후속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으며 박 전 비서관도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비서관은 또 “정상적으로 감찰을 중단하려 했다면 여러 선택지 중 최소한 포렌식 등 비위 결과 조사 자료는 이첩하는 식으로 처리했어야 한다”며 “그 경우 절대 사표처리가 안 되고 형사고발 등이 뒤따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안이 그렇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이 징계절차 등 없이 사안을 정리하기 위해 통상 절차와 달리 절 배제하고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이 특정 의도로 처리한 일을 제가 통보하지 않아 문제라거나 금융위가 징계하지 않아 문제라고 한 것은 사실과 맞지 않고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전 비서관은 ‘유재수가 사표를 내기로 했으니 감찰을 중단하라’는 조 전 장관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한 것은 최종 결정권자인 조국 전 장관의 의중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취지로 밝혔다. 또 그는 “유재수가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감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 조치 없이 끝나는 것보다 사표라도 받으면 불이익을 받은 것이라는 자기 위안을 (조 전 장관이) 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이 이처럼 감찰을 중단시킨 이유에 대해 검찰에서 “정무적 고려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 언급하는 ‘3인 회의’에 대해서도 실체가 없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11월, 자신과 백 전 비서관, 박 전 비서관의 ‘3인회의’에서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백 전 비서관을 통해 금융위에 통보하기로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감찰 중단은 자신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박 전 비서관은 “셋이 모인 자리에서 조 전 장관이 사표 받는 선에서 정리한다는 결론이 났고 그에 대해 특별히 반발하지 않아서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전 비서관은 감찰 중단 지시를 받은 후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과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당시 박 전 비서관은 유재수 전 부시장의 감찰을 ‘잠깐 홀딩하라’고 한 뒤 “사표를 낸다고 하니 이 정도로 정리하라고 위에서 얘기가 됐다. 감찰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이 전 특감반장에게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할 마음이 있었지만 구명 운동 때문에 진행하지 못해 특감반장과 특감반원들이 아쉬워한 것이 사실”이라며 “특감반원들은 유 전 부시장이 정권 실세라는 것을 이용해 특감반을 무력화한 것에 상실 분노를 느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

또 박 전 비서관은 천경득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이 전 특감반장을 찾아가 훈계조로 감찰 중단을 요청한 사실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시 이 전 특감반장으로부터 평소 친하지도 않던 천경득이 연락을 해서 밥 먹는데 갑자기 훈계조로 ‘우리편 적은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해서 기분이 나빴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 전 장관도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운동이 많다고 말했었다”고 했다.

끝으로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기초 조사가 충분히 이뤄졌고 자료 요청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 지시를 안 했다면 계속 진행했을 것”이라며 “감사원으로 이 사건을 이첩하는 등 후속 조치를 보고하고 진행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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