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프로라이프, 21일 세미나 개최
법률적, 의학적, 생명윤리적 측면에서 정부 개정안의 문제점 분석하고 대안 입법 제시
전문가들 “정부 개정안은 사실상 무제한의 태아살인을 국가가 허용하겠다는 것”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살인을 종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는 현실이 충격적”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21일 프레스센터에서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첫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동하는 프로라이프(Acts for Pro-life)’ 21일 오후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 입법안을 제시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생명존중·낙태반대’ 기치 아래 모인 가톨릭과 기독교 등 종교계와 여성단체, 학부모단체, 입양가족단체, 미혼모단체 등 55개 단체들의 연합체이다.

서울 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선 각 분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7일 입법예고한 낙태죄에 관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법률적, 의학적, 생명윤리적 측면에서 조목조목 분석했다. 또한 임부와 태아의 법익을 고려해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된 임신 10주 이후에는 낙태를 금지하는 대안 입법안을 제시했다. 각계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장내를 가득 채워 국내에서 ‘프로라이프(생명주의) 운동’이 태동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이봉화 상임대표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사회경제적 사유라는 이름으로 생명윤리를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는 너무나 충격적인 법안”이라며 “심지어 지난주 권인숙 의원을 비롯한 일부 여성의원들이 발의한 낙태죄 완전 폐지안은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인권여성연합 이기복 상임대표는 무지로 인해 낙태를 저질렀던 과거를 고백하면서 “아무리 나라가 자녀를 낳지 말도록 권장하더라도 교회에서 ‘태아는 생명이며 낙태는 살인이다. 이 땅에 충만하도록 자녀들을 낳아서 번성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진정한 축복이다’고 선포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는 “70년대 국가가 산아제안 정책을 실행했을 때 저를 비롯해 거의 모든 친구들과 가정은 하나같이 한두 명의 자녀를 낳았고 그 이상 낳는 것은 무식한 것이라고 세뇌 당해서 수많은 낙태를 저질렀다”며 “당시 태아가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저 역시 끔찍한 낙태를 저질렀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제가 겪고 있는 무서운 죄책감과 고통을 여러분은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며 “70년대 당시에도 교회는 낙태에 대해 침묵했거나 외면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교회와 지도자들은 태아의 소중함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담대히 선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 김승규 변호사는 “법무부가 내놓은 현법 개정안과 보건복지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보면 우리나라가 과연 문명국가인지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는 사실상 무제한의 태아살인을 국가가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국가가 이와 같이 제도적으로 살인을 조장하면 하나님 앞에서 큰 죄악을 범하는 일이고 국민이 복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2019년 출산율은 0.918로 OECD 37개 국가 중 최하위며 내년 출산율을 0.89로 예측된다”며 “출산율이 이렇게 떨어지면 나라는 망한다. 국력과 안보 면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10~15년 이상 꾸준히 노력해서 나라가 정상화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보아즈 사회공헌재단 자문 연취현 변호사는 낙태죄 관련 정부안의 법적 문제점을 분석했다.

연 변호사는 법무부의 낙태죄 형법 개정안이 ‘임신 14주 이내’에는 여성이 임의로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결정문에 명시한 ‘14주’라는 수치를 막연히 성안한 것으로 무책임한 입법안”이라며 “이는 결정의 주문이 아니고 재판관의 소수 의견으로 적시된 것에 불과하므로 국회가 이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사회경제적 사유가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것에 대해서는 “기존의 모자보건법상 (낙태) 기준인 ‘24주’를 단순히 형법에 옮겨온 것으로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를 ‘(낙태)결정가능기간’이라고 정의했다. 연 변호사는 “헌재가 언급한 결정가능기간의 종료 시점은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는데 그 시점은 우리나라 태아의 평균 생존율이 임신 22주 이하 10.5%, 임신 23주 38.9%, 임신 24주 54.5%임을 감안할 때 아무리 늦어도 임신 22주 내외를 넘어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낙태 숙려기간을 단 24시간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이는 숙려기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짧고 형식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 변호사는 “2011년 10월 보건복지부의 ‘전국 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숙려기간으로 3일 이내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28.3%, 3~1주일 이내가 38%, 1~2주 이내가 19.6%, 2주~1개월 미만이 7.8%, 1개월 이상이 6.4%였다”며 “법무부가 제시한 24시간 숙려기간의 출처가 어딘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형법에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라는 추상적 용어를 사용한 것은 법률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며 “헌재가 구체적인 사례 10가지를 들어 판시 취지를 설명했던 것에 반해 이번 형법 개정안에는 구체적 기준을 추정할만한 어떤 근거도 없고 모자보건법 역시 마찬가지며 하위 규정에 이를 구체화할 위임근거 규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의 ‘심각한 곤경’이라는 표현도 추상적인 용어”라고 덧붙였다.

또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사회경제적 사유로 심각한 곤경에 처한 여성이 상담을 받으면 낙태가 허용되며, 상담을 받은 것을 사회경제적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 것에 대해서는 “구조적으로 전제조건과 추가조건이 서로 순환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 변호사는 “임신 여성이 사회경제적 사유를 주장하고 상담기관에서 이를 인정해주기만 하면 낙태죄의 위법성이 조각되고 이는 법률상 추정을 통해 강하게 인정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반증이 곤란해 결국 무제한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상담기관이 개인정보임을 들어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기 거부하는 경우 임신 여성이 주장하는 사회경제적 사유의 존재 내지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낙태를 허용하게 된다. 이는 실질적 낙태죄 폐지에 버금가는 조항”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연 변호사는 개정안이 약물낙태를 허용한 것에 대해 “약물 적용의 방식이나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약물낙태가 실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고려해 약사법 등 관련 규정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개정안은 낙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상담기관의 지정권자를 보건복지부 장관 이외 지방자치단체로까지 확대하고 의료법인뿐만 아니라 사회복지법인까지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상담절차와 상담원의 자격에 대한 규정의 부재,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제거한 미성년자의 낙태 허용, 수술 거부 의사가 직접 낙태에 관한 정보를 안내하도록 한 조항 등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임신 10주 태아의 3D 사진(오른쪽)
임신 10주 태아의 3D 사진(오른쪽)

고려대 의대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는 낙태죄 관련 정부 개정안의 의학적 문제점을 분석했다.

홍 교수는 “여성의 건강을 고려할 때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 허용 시기는 태아의 골격이 형성되기 전인 임신 10주 이전으로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며 “전문가 집단인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 의사회도 낙태를 임신 10주 미만으로 해야한다는 의견을 산부인과 학회에 제출한 바 있으며 임신 10주 이후의 의학적 낙태 허용 범위는 임부의 생명이 위험을 받는 등의 경우에 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의 낙태죄 개정안은 임신 20주 이후 낙태는 살인이라는 의학적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의학적으로 임신 20주 전 태아 사망 등으로 인한 임신 종결은 ‘유산’이지만 임신 20주 이상은 ‘조산(조기 분만)’으로 정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신 10주 이후 즉 임신 중기 이후의 낙태는 골반염과 불임 등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임신 중기 어느 때든 24주까지 낙태가 가능하도록 한 정부안은 여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약물을 이용한 낙태 시도자의 70% 이상이 출혈 등 합병증으로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았다는 보고가 있다”며 “불완전한 유산 등 약물 낙태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자연유산유도약(미프진)의 국내 도입은 임상 시험 후 신중한 검토를 요하며, 안전한 사용과 여성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해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직접 투약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정부 개정안은 16세 이상 미성년자도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미성년의 성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했다. 또한 “낙태 전 상담 및 숙려 기간이 필요한 이유는 불필요한 낙태를 줄이기 위함”이라며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은 고위험 임신 전문 의료인 2명 이상의 상담을 통해 낙태를 피할 수 있는 전문가 상담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모자보건법은 불필요한 낙태를 줄이고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법이어야 하지만 정부 개정안은 ‘낙태 시술 절차와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으로 탈바꿈 중”이라며 “한 아기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정부의 개정안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감을 준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살인을 종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는 현실이 충격적”이라며 “부모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기는 온전한 생명체로 뱃속에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는 생명윤리적 측면에서 본 정부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신부는 가톨릭교회의 낙태 반대 주요 문헌인 ‘인공유산 반대 선언문(1975)’과 ‘생명의 복음(1995)’에 근거해 “인간의 생명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되고 낙태는 그 시기를 불문하고 무고한 인간 생명을 고의로 죽이는 행위이므로 사회가 용인해서는 안 되는 부도덕한 죄”라며 “인간 생명은 그 자체로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존엄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생명을 보호받을 권리는 다른 모든 권리행사의 기본적인 조건이 된다”고 했다.

그는 “임신 22주 내외까지 낙태를 허용하라는 헌재의 제안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조화가 아니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위에 둔 모순된 결정”이라고 했다.

박 신부는 “고귀한 태아의 생명의 가치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동시에 지켜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 출산친화적인 사회적 환경을 위한 법과 제도와 가치관을 만들고 가정은 물론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모성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미혼모가 익명으로 출산과 입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밀출산법’, 남성에게 양육책임을 강제하는 ‘양육비 이행책임법’을 제정하고 정부가 미리 충분한 양육비를 지원하고 차후에 부모로부터 구상권을 행사하는 규정을 만드는 등 임신한 여성과 생명을 지원하는 입법 활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문화연구소 권우현 변호사는 임산부와 태아의 법익을 고려한 낙태죄 입법대안을 제시했다.

권 변호사는 의학적으로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통상 임신 5~6주에 2~4주의 상담기간을 더한 임신 7~10주를 낙태 허용 기간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학적으로 심장 박동은 생명과 죽음을 가르는 기준이며 태아의 심장 박동은 태어나지 않은 인간이 출생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주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낙태를 한 여성에게만 처벌을 가하는 형법을 개정해 태아의 생물학적 부 혹은 법률적 부가 모의 의사에 반해 낙태를 권유한 사실이 인정될 경우 임산부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권 변호사는 “낙태 상담 기관이 무분별하게 설치 운영되지 않도록 하위 법령이 아닌 법률에 규정돼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에 임신출산 기관을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각 지역 보건소에 종합상담기관을 설치해 임산부에게 자녀 출산을 권장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는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르면 낙태죄 전면 폐지는 불가능하다”며 “헌재는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임신 22주 이후 낙태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의 조화로운 해법을 위해 임신 22주 이내에 국회에 개선 입법 권한을 부여했다”며 “따라서 헌재가 22주 이내 낙태를 전명 허용했다는 해석은 섣부른 판단이며 향후 위헌 판결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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