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9개월 지휘권 세번 발동...총장 지휘권 박탈은 두번
윤석열 지휘 배제된 가족수사까지 긁어모아 법무부 발표
라임 사건은 계기, 사실은 윤석열 수사하라는 뜻
윤석열 “펀드 사기 비호세력 철저히 단죄하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처가 의혹 사건 등에 대해 재임 중 세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수사지휘 대상에는 윤 총장의 회피로 지휘가 배제된 ‘윤 총장 가족 관련 의혹’ 사건, 범죄 혐의 구성이 어렵고 여권에서 일방적으로 제기한 의혹들이 다수 포함됐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에 대해 모욕을 주고 찍어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는 22일 윤 총장이 대검 국감에서 ‘작심 발언’을 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법무부를 통해 수사지휘권 발동 사실을 공개하며 “서울남부지검에 ‘라임 관련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검사와 검찰수사관을 수사ㆍ공판팀에서 배제해 새롭게 재편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도 관련 수사팀 강화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또, 윤 총장에게 보낸 수사지휘서를 통해 “라임 로비 의혹 사건은 진상 규명에 있어 검찰총장 본인 또한 관련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한다는 구체적 사건은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검사, 정치인들의 비위 및 사건 은폐, 짜맞추기 수사 의혹 사건 및 윤 총장 처가가 관련된 ▲㈜코바나 관련 협찬금 명목의 금품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사건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사건과 관련 불입건 등 사건 무마 의혹 및 기타 투자 관련 고소사건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사건 및 관련 압수수색영장 기각과 불기소 등 사건 무마 의혹 등이다.

윤 총장은 즉각 입장을 내고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하여 총장은 더 이상 라임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되었다”며 “수사팀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이날 지휘권 발동은 라임의 전주(錢主)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법정에서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증언한 지 11일 만에 나왔다. 여권과 청와대 인사들이 줄줄이 기소되거나 수사 선상에 오를 때 관망하던 여권은 강 전 수석과 관련한 법정 증언이 나오자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이 “변호인이 ‘라임 사건에 윤 총장 운명이 달려있다. 살려면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아라’고 했다”고 주장하는 옥중 편지가 16일 공개되자, 사흘 만인 19일 윤 총장을 라임 사건 수사 지휘에서 배제하는 지휘권까지 발동됐다.

법조계에선 김 전 회장의 옥중 편지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편지의 골자는 ‘야당 정치인 금품수수 및 현직 검사 술 접대’ 의혹 제기다. 그런데 ‘검사 접대’ 술자리에 동석하고 김 전 회장이 수감된 유치장에 찾아와 라임 수사 속도를 조절했다는 전관 변호사 A씨에 대한 김 전 회장의 진술은 일관되지 못하다. 이 편지는 9월 21일 작성됐으나 이후 열린 재판에서 김 전 회장은 “전관 변호사가 찾아왔느냐”에 대한 검사의 질문에 두 번이나 ‘없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A씨는 “(검사 접대 술자리에) 현직 검사는 없었다”며 반박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야권 정치인에게 억대 로비를 했지만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폭로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는 지난 5월 해당 야권 정치인에 대해 검찰이 통신·계좌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추적까지 하는 상황이 드러난 상태다.

하지만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의 옥중편지 내용을 기정사실로 하고, 이를 계기로 불과 3개월 만에 또 ‘지휘권 발동’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 사상 작년까지 단 한 차례뿐이었다. 그런데 취임 후 9개월 만에 추 장관은 벌써 세 차례 지휘권을 발동했다. 검찰 수사에서 김 전 회장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 추 장관으로선 이번 지휘권 발동이 회복 불능의 약점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위법 사안에 한해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면서 “추 장관은 해당 조항을 적극 해석해 권한을 행사하면서 검찰개혁의 요체인 검찰의 중립성을 되레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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