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한국이 맞닥뜨려야 할 미래의 핵위협
[김태우 칼럼] 한국이 맞닥뜨려야 할 미래의 핵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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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이 가장 먼저 선보일 전략무기로 SLBM과 ICBM 꼽아...
중국의 강군굴기·핵굴기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핵균형"을 생존전략 삼아야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에에서 “머지않아 세계는 우리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2019년 2월 28일 김정은-트럼프 간의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시설의 일부만 사찰에 공개하고 대충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는 ‘나쁜 스몰딜(bad small deal)’이 미국의 거부로 무산되고 이어서 10월에 스톡홀롬에서 개최된 미북 실무대화까지 공전한 직후에 김정은 위원장이 한 말이다. 즉, 미국이 자신들의 ‘통큰 양보’를 거부했으니 다시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협박조의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정성을 쏟고 있는 새로운 핵무기로 본격적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신형 대륙간탄도탄(ICBM), 상대의 미사일방어망을 돌파할 수 있는 변칙기동(pull-up) 탄도미사일, 다탄두독립비행체(MIRV), 극초음속 투발수단(HCM, HGV) 등을 꼽고 있지만, 이중에서 북한이 맨 먼저 선보일 전략무기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SLBM과 ICBM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노동당 창당 제75주년 기념일인 10월 10월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을 전후하여 북한이 실제로 시험발사를 할 수도 있고 군사퍼레이드를 통해 대중에게 선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과 북한이 ‘대미(對美) 견제 및 한미동맹 무력화’라는 강력한 목표를 공유한 채 긴밀한 전략적 공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다탄두나 극초음속무기 기술이 북한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머지 않아 북한이 다탄두 기술이 접목된 SLBM이나 ICBM을 선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한국은 조만간 북한의 새로운 핵병기들과 맞닥뜨려야 하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비대칭 위협에 직면할 수 있지만, 한국에는 이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고심하는 정부와 군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북한의 핵동기(核動機)와 핵야망

북한은 강력한 수세적·공세적 핵동기들을 가지고 핵병기 개발에 몰두해 왔다. 정권 및 지도자의 권위 고양 및 통치기반 강화, 미국 군사개입 억제, 대미(對美) 협상력 제고,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 원천 차단 등은 수세적 핵동기들이며, 미국 국민의 불안감 조성을 통한 한미동맹 이완 또는 와해,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 차단, 한반도 군사균형 파괴, 남북관계 지배, 주체통일을 위한 여건 조성 등은 공세적 핵동기들이다. 이중에서도 핵능력을 한미동맹 무력화와 대남 군사적 우위를 통한 남북관계 주도 및 주체통일 여건을 조성하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핵동기이며, 이것이 곧 지난 70여 년 동안 고수해온 불변의 대남전략이기도 하다.

이런 동기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북한이 추구해야 하는 핵역량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핵위협 역량이다. 이 역량이 있어야만 미국의 무력개입을 차단할 수 있고, 동시에 미국 국민들에게 “한국을 지켜주려 하다가는 북한의 핵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어 한미동맹을 이완시킬 수 있다. 이것이 곧 ‘계산된 광기(狂氣)(rationality of irrationality)’ 게임이다. 즉, 실제로 미국과 핵전쟁을 벌일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핵전쟁을 불사하는 듯한 광기를 보이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미사일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핵역량이다. 그래야만 자신들이 한국군과 미군을 볼모로 잡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한반도 군사균형의 파괴할 수 있다. 셋째는 심리적으로 한국을 위축시키는 역량이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한국정부를 굴종시킬 수 있으며,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을 원천 차단하면서 대남혁명전략와 주체통일을 추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해왔고, 한국군의 PAC-2+ 미사일방어망이나 미군의 THAAD를 돌파할 수 있는 변칙기동 미사일과 잠수함발사 미사일 개발에 광분해왔다. 북한이 다탄두 기술을 완성하거나 극초음속 비행체들을 개발한다면 핵병기의 대미 및 대남 효과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이중에서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은 다분히 다목적용이다. 미사일이 잠수함에서 발사되면 방어자는 날아오는 방향과 거리를 예측할 수 없어 요격하기가 어렵다. 미사일을 탑재하는 플렛폼(platform)인 잠수함이 장거리 작전이 가능할만큼 성능이 우수하다면 SLBM도 미 본토를 위협하는 핵무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잠수함은 은밀성이 강해 상대의 선제공격(pre-emption)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상대의 선공(先攻)에 대한 확실한 응징 수단(most reliable 2nd strike forces)이기도 하여 미국의 무력행사를 억제하는 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지난 4년 동안 여섯 차례의 SLBM 시험 또는 시험발사를 강행했고, 기존의 신포급 잠수함(2000톤급)이외에 기보유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량하는 작업과 3000톤 급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작업을 병행해왔다. 북한이 열악한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핵군비 증강 노력을 지속하는 것은 북한이 가진 핵동기와 핵야망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균형(nuclear parity)이 답이다

이대로라면 아시아와 한국의 핵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에는 군사, 무역, 산업, 정보, 우주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전면적 경쟁(total competition)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대중(對中) 견제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中國夢)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중화패권(中華覇權)을 향한 大國굴기∙强軍굴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미(對美) 견제’라는 공동목표를 공유하는 중∙러∙북 3국 간의 전략적 공조가 강화되고 아시아의 신냉전 波高가 높아지는 중에 강력한 수세적 및 공세적 핵동기를 가진 북한의 핵강국 행보도 지속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아시아는 신흥강대국 중국, 기존 군사강대국 러시아, 불량국가 북한 등으로부터의 핵위협에 포위될 것이며, 이들이 야기하는 현재의 위협은 앞으로 다가올 더욱 엄중한 미래 핵위협의 전주(前奏)에 불과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북핵이라는 당면위협과 중국이라는 미래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나라다. ‘한미동맹 무력화,’ ‘미 군사개입 억제,’ ‘대미 협상력 제고 핵보유국 지위 강화,’ ‘주체통일 여건 조성' 등 불변의 대미 및 대남 목표들을 가진 북한은 이 목표들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미 본토 타격, 한미 MD 무력화, 대남 압박 등을 위한 핵능력을 계속 추구할 것이다. 한국과 세계는 조만간 SLBM, 신형 ICBM, pull-up BM, MIRV, HCM, HVG 등 북한의 새로운 핵병기들을 보게 될 것이며, 한국이 여기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군사균형의 급격한 붕괴에 이어 국가소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시아 전략지형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아시아가 중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가고 70년 동맹국인 한국을 상실하는 것이 된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강군굴기·핵굴기를 저지할 방도는 없다. 중국은 자신들의 핵군사력이 미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열세라는 이유로 다자간 핵군비통제에의 참여를 거부한 채 핵군사력의 양적·질적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 북한의 핵야망을 중단시킬 방법도 마땅하지 않으며, 러시아의 푸틴몽과 ‘군사적 초강대국 회귀’를 멈추게할 묘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팽창주의적 압박이 지속된다면 아시아 국가들의 궁극적인 국가생존 전략은 ‘핵균형’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대화를 핵보유 기정사실화를 위한 도구로 여기면서 어떠한 비핵화 가능성도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궁극적인 생존전략도 ‘핵균형’일 수밖에 없다. 즉, 한국도 북핵 위협을 상쇄할 수 있는 핵능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전략은 핵무기 경쟁을 부추긴다는 문제점을 내포하지만, 우리가 발가벗은 상태로 상대에게 함께 벗기를 애원해도 상대가 반대로 ‘입기’만을 고집하여 우리를 핵노예로 전락시키려 한다면 결국 우리도 상대를 따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안보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핵균형은 굳이 한국이 핵무장을 강행하지 않더라도 핵우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동맹조약 개정, 미국이 전술핵 재반입, 한미 핵공유, 핵탑재 전략잠수함(SSBN)의 한반도 인근 상시 배치 등의 방법으로 가능하지만, 아시아 전체의 핵균형을 위해서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 일본, 대만 등의 핵보유를 통한 ‘민주주의 핵동맹’을 결성하는 방안도 있고 더욱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주변국들이 NATO식 집단방위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암울한 한국의 핵미래

당장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게 있어 ‘한반도 핵균형’은 시급한 과제다. 일반국민에게는 생소하거나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정부와 군은 이런 문제를 놓고 씨름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문제를 고심하는 전략가들은 있어도 정부나 군이 이를 고민하는 흔적은 없다. 정부를 장악한 정치권력이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장기집권을 추구하고 국가수호의 맹장들을 키우기보다는 정치적 충견(忠犬)들로 군수뇌부를 채우는 나라에서 정부나 군에게 그런 고심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다라도 그런 나라들은 전쟁이 나면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망한다. 대량살상무기(WMD)에 의한 비대칭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상대에게 비핵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상대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평화의 길이라고 착각하는 정부와 군대가 정치권력의 뜻에 따라 안보구호를 내려놓고 평화구호를 외치는 나라에서 이런 전략적 고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신흥강대국의 안보위협으로부터 국가의 독립성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존의 동맹을 활용하기보다는 그 신흥강대국에게 아부하기를 택하는 나라가 외부와의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이런 나라에서는 한반도 핵균형도 ‘민주주의 핵동맹’도 몽상가들의 말장난일 뿐이다. 그런 중에도 한반도의 핵문제는 시시각각 악화되고 있고, 대한민국의 후세들이 맞닥뜨려야 할 핵미래는 암울하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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