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22일 오후 10시 11분부터 23일 오전 8시 30분까지의 행적
문 대통령은 도대체 왜 공무원 이씨의 실종 이후 진행 사항을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유엔총회 기조연설 시간과 겹치는 관계장관 회의...문 대통령은 아무렇지 않게 잠을 청했다
"대통령의 시간은 국민의 것"이라던 문 대통령...10시간의 행적을 분초 단위로 국민 앞에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심민현 펜앤드마이크 기자.
심민현 펜앤드마이크 기자.

"대통령의 24시간은 공공재(公共財) 이기에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잠자는 시간조차도 직무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준비 중이던 지난 2017년 1월 5일 국회 좌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3년 8개월 여가 지난 2020년 9월 22일 밤부터 23일 아침까지 10시간 동안 문 대통령은 사실상 대통령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공무원인 이모(47) 씨가 소연평도 남방 2.2km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21일 낮 12시 51분이다. 해경과 해군, 해수부는 선박 20척과 항공기 2대를 동원해 수색을 시작했다. 이씨는 이튿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쯤 실종신고 지점으로부터 38km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문 대통령은 3시간 뒤인 오후 6시 36분 '북측이 이씨를 발견했다'는 실종 첩보를 서면으로 보고받았다. 이 사건에 관한 첫 대통령 보고였다. 북측은 3시간 후인 9시 40분쯤 이씨를 총으로 쏴 살해했다. 군은 30분쯤 지난 오후 10시 11분께 이씨 시신을 태우는 것으로 나중에 확인된 불빛을 감시장비로 파악했다. 이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동시에 보고됐다. 보고된 첩보에는 이씨가 북한의 총격을 받고 시신이 불로 태워졌을 가능성이 포함돼 있었다.

문 대통령이 정확히 해명해야 할 시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청와대는 이미 이씨가 북한에 살해당한 후 시신이 불로 태워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사실을 인지한 오후 10시 11분, 도대체 왜 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을까? 첫 번째 의문이다.

두 번째 의문은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시간과 관련돼 있다. 문 대통령이 소위 '종전선언'을 부르짖은 유엔총회 연설은 한국 시간으로 23일 오전 1시 26분에 시작해 1시 42분에 끝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문 대통령은 분명 자신의 연설을 생중계로 시청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시각, 청와대에선 오전 1시부터 시작된 관계장관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는 오전 2시 30분까지 진행됐다. 회의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국가 최고위직들이 모두 참석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관계장관 회의가 소집됐다는 것은 청와대가 이미 첩보를 넘어 이씨 피살 사건을 100% 인지하고 있었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전후 관계를 따져보면 문 대통령은 99% 확률로 관계장관 회의가 진행 중인 걸 알았을 테고, 제대로 된 대통령이라면 회의에 참석해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논의했어야 한다.

다만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유감스럽게도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연설을 지켜본 뒤 곧바로 잠에 든 것으로 추정된다. 설훈 의원이 문 대통령의 관계장관 회의 불참을 옹호하며 "(대통령이) 새벽에 주무시는데 '이런 사안입니다' 하고 보고할 내용인가"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잠에서 깬 후 이날 오전 8시 30분에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이 이 10시간 동안 북한에 자국 국민이 잔인하게 살해된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10시간 동안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다. 행적을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진행된 일정에 비춰 유추해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10시간에 대한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자 이에 대해 "단호한 결정을 위한 고심의 시간이자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이 북한 인접 해상에서 실종돼 위험한 상황에 처한 걸 알았던 대통령이 한가롭게 종전선언 연설을 시청한 후 관계장관 회의에 불참한 채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걸 '고심의 시간' '위기관리 시간' 운운하며 비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직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의문스럽다고 끊임없이 비난한 바 있다. 심지어 "대통령의 시간은 국민의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을 입증하려면 국민의 시간이자, 공공재인 문 대통령 본인의 10시간의 행적을 분초 단위로 국민 앞에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그 10시간의 의미는 잔인하리만큼 무겁다. 북한에 의해 살해된 후 불에 태워진 대한민국 공무원 이씨의 사체가 서해 바다 어딘가를 외롭게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체는 여전히 발견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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