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검찰 불기소에도 국회 위증 탄로나...野 "거짓, 기만, 농간의 나라" 성토
정치권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왜 중도낙마했지?" 재조명
김태호, 청문회서 박연차와 인연 맺게 된 시점 묻는 질문에 "2007년 하반기 이후"
야당이었던 민주당 "2006년 단체사진 찍고 골프도 쳤다"...위증 논란 불거져
당시와 지금의 차이?...소속 집권여당이 내분으로 내팽개쳤느냐, 비호해줬느냐

2010년 8월 25일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답변 중인 김태호 후보/ 참모에게 보고를 듣는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아들 군 복무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몰리는 듯 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날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법적 시비에 휘말릴 위험에서 한결 자유로워졌지만 그간 국회서 야당 의원과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온 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2010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과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가 행사장에서 단체로 함께 찍은 사진이 추후 공개돼 위증 논란으로 낙마한 사례를 거론하며 추 장관을 비판했다.

서울동부지검은 28일 추 장관 아들 서재휘 씨가 2017년 6월 23일 2차 병가 종료일에도 군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연이어 개인 휴가를 승인받은 절차 모두에 불법이나 특혜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구두로 휴가연장이 됐고, 이후 문제는 행정조치가 누락돼 혼란이 발생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의 수사 결과는 당장 대검찰청으로부터도 '보강수사 필요' 의견을 받았다. 수사팀은 대검 지휘부의 의견을 수용 거부했다.

이 같은 검찰의 수사 부실 논란 가운데서도 추 장관이 그간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사실상 위증을 했음이 검찰 수사 결과로 밝혀졌다. 검찰은 모바일 포렌식 결과 추 장관이 아들 휴가와 관련해 보좌관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군 부대 지원장교의 연락처까지 건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바로 지난 1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보좌관이 뭐하러 사적인 지시를 받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보좌관이 "추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한 것에 무게를 두고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과 추 장관의 위증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보좌관이 서재휘 씨의 병가 연장 및 정기 휴가와 관련하여 추 장관과 2일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용하여 연락한 사실은 인정하고도 불기소라니"라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은 본인이 깊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무분별한 정치공세라고 한다. 그러면서 송구하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라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다. 거짓, 기만, 농간의 나라"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추 장관의 그간 국회 위증 발언 영상들을 모아 편집해 올렸다.

추 장관이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낸 듯 의기양양하게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상황이 되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현 무소속 의원)가 2010년 청문회에서 중도 낙마한 일이 거론된다. 왜 낙마했느냐는 것이다.

당시 김 후보자는 2010년 8월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개인적으로 언제 알았느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2007년 하반기 이전에는 일면식도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06년 2월 21일 한 출판기념회 단체사진에서 김 후보자와 박 전 회장이 나란히 서있는 것을 공개, 거센 파문을 일으켰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2006년 10월 3일 김 후보자가 박 전 회장과 골프를 친 사실을 폭로했고, 김 후보자의 위증 논란은 커졌다. 당시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거듭된 거짓말이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연히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박 전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 재수사가 필요하며, 재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10년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김태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추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경남도지사 재직 당시 수백명이 모이는 공식행사에서 찍은 기념사진이며 야당 의원들이 개인적 만남, 또는 인연을 캐묻는 것으로 판단해 시점을 다르게 말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라면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김 후보자 인준안 본회의 표결을 미루면서 '김태호 낙마'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다는 점이다. 의원총회에서의 내홍은 물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홍준표·정두언·서병수 등 3명이 사퇴를 촉구했다. 여론 악화와 야당의 드센 반발, 그리고 여기에 당내 비토 기류까지 더해지면서 김 후보자는 자진사퇴했다. 

반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추 장관을 적극 엄호했다. 박용진, 조응천 민주당 의원 등을 제외한 모두가 하나같이 일사불란하게 야당과 언론을 압박하고 검찰 수사를 기다리자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모두 무혐의라는 검찰 수사 발표에 여권은 기다렸다는 듯 역공에 나선 상황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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