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코니 바렛 변호사, 가톨릭 신자로서 젠더 이슈 등에 보수적 의견 표명해 와
조 바이든,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대법관 후보 임명 절차 진행해야"
공화당이 과반 점한 美 상원, 新任 대법관 선임 절차 강행할 경우 막을 방법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바렛(48) 변호사를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지명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일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했다며 미국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로 보수 성향의 여성 변호사 바렛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한 업적과 지성을 겸비한 여성”이라며 바렛 변호사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바렛(48) 변호사.(사진=로이터)

가톨릭 신자로서 인공적인 임신 중절 등 젠더 이슈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 온 만큼 바렛 변호사는 미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손꼽히고 있다.

바렛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데 대해 “상원의 승인을 받으면 온 힘을 쏟아 책임을 다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사의(謝意·감사의 뜻)를 표했다. 바렛 변호사는 입양아를 포함해 7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한국의 대법원과는 달리,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은 종신제(終身制)로 운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렛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것은 지난 18일 췌장암 발병이 원인이 돼 향년 87세로 운명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서다. 미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거쳐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지명으로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된 긴즈버그 대법관은 미국 내 리버럴(좌파)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미국 내 보수 세력은 바렛 변호사의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 지명을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 내 보수 기독교 신자들을 대표하는 윌리엄 프랭클린 그래햄(68) 목사의 주최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린 바렛 변호사의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 지명을 환영하는 집회에는 수천명의 기독교 신자들이 참여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해당 집회에 참여했다.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새로운 대법관으로 지명한, 이 훌륭한 여성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환성을 올렸다.

문제는 최대 야당이자 미국 내 리버럴 세력을 대표하는 민주당이 바렛 변호사를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일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쳐 미국 사법에 영향을 미치게 될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를 지명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출마하게 된 조 바이든(77)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국민의 나날과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바렛 변호사를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승인하는 것을 11월 대선 이후로 미룰 것을 미 상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미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해 있는 공화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어 바렛 변호사가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미 상원은 100석의 의원 정족수 가운데 공화당 53석과 민주당 45석, 민주당과 연대하고 있는 무소속 2석으로 이뤄져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