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식의 보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만, 사건의 진상은 알 수 없습니다"
2018년 12월20일...그날, 광개토대왕함은 '김정은 암살 미수 사건' 연루자 체포에 나섰나?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65) 前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의 충격적 대담 기사가 화제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사(照射) 사건을 통해 본 문재인 정부의 거짓말들...'국제 문제' 비화 가능성도

“귀(貴) 함정의 ‘화기 관제 레이더’(FC)가 저희를 향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목적이 무엇인지 밝혀 주십시오.”

동해(東海)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공해상을 비행중이던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 P-1기(機)에 탑승해 있던 승무원이 우리 해군 구축함(驅逐艦)인 광개토대왕함(廣開土大王艦, DDH-971)에 긴급 무선 호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는 어떤 반응도 없었다.

2018년 12월20일 오후 3시경의 상황. 사상 처음으로 한·일 양국의 전력(戰力)이 상대에게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던 ‘일촉즉발’의 위기 순간이었다. 이른바 ‘2018년 한일 해상 군사분쟁’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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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군 제1함대 소속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그로부터 약 1년 9개월여가 지난 2020년 9월21일, 또 한번 우리를 경악하게 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의해 총살당했다는 것이다. 그에 그치지 않고 북한군은 그의 시신을 불태워 증거를 인멸하는 만행(蠻行)을 저지른 것으로 발표됐다.

이처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정부와 군(軍)의 해명은 시원치 않다. 의도적으로 거짓말들을 지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오징어잡이배 선상(船上) 살인사건’의 혐의를 받고 있다며 우리 측에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두 명의 탈북민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김연철 통일부의 해명도 ‘거짓말투성이’였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권 출범 이래 우리 정부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지어내고 있다는 국내·외적 비판이 거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2018년 12월 발생한 ‘한일 해상 군사분쟁’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김정은 암살 미수 사건’에 연루된 탈북 군인들 수색에 나선 것이었을 수도”

“그 이야기는 분명 가능성 중 하나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진상(眞相)은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일본의 유명 출판사 고단샤(講談社)가 운영하고 있는 주간지 ‘주간현대’(週刊現代·슈칸겐다이)에 최근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주간현대’에서 칼럼리스트로 활약중인 곤도 다이스케(近藤大介·55)와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統合幕僚長, 우리나라의 ‘합동참모의장’에 상당)를 끝으로 지난해 퇴역한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65) 사이의 대담을 다룬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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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65) 전(前)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사진=로이터)

기사에는 놀라운 이야기가 포함돼 있어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8년 12월20일 오후 발생한 ‘한일 해상 군사분쟁’ 사건과 관련해 사건에 앞서 북한의 최고통수권자 김정은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했고 해당 사건에 가담했던 북한 군인 네 명이 일본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의 긴급 연락을 받은 우리 군이 동해상으로 출동해 ‘암살 미수’ 사건에 가담한 북한 군인들 수색에 나섰다는 것이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들은 이야기가 있다”며 운을 뗀 곤도 씨는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던 ‘북한의 하와이’ 원산(元山) 소재 ‘갈마(葛麻)해안관광지구’ 시찰에 나섰을 때, 건설 현장에 동원된 병사들 가운데 고역(苦役)에 견디다 못한 이들 일부가 (김정은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을 일으켰는데, 범인들은 일망타진했지만 네 명이 도망해 일본으로 망명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곤도 씨는 “개성에 설치한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SOS 긴급 연락을 받은 ‘친북’(親北) 문재인 정권은 한국군을 출동시켜 (도망한 이들을) 필사적으로 수색하기 시작했다”며 사건의 개요를 설명했고, 이에 대해 가와노 전(前) 통합막료장 자신도 그같은 보고를 받은 적이 있어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라는 평가를 내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만일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2018년 12월 발생한 ‘한일 해상 군사분쟁’ 사건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암살 미수 사건’ 관련 주장이 사실이고, 만일 일본 초계기가 관련 첩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광개토대왕함과 삼봉함 쪽으로 접근한 것이라면, 북한의 요청을 받고 해당 사건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체포 작전에 나선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측의 정보 수집 작전을 고의로 방해할 목적을 갖고 일본 초계기를 향해 ‘화기 관제 레이더’를 가동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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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20일 오후 3시경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포착한 일본 이시카와현(石川縣) 앞바다 대화퇴(大和堆) 인근 수역의 상황.(이미지=일본 방위성 공개 동영상 캡처/번역=박순종)

◇2018년 12월20일,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사건의 재구성

일본 이시카와현(石川縣) 앞바다 대화퇴(大和堆) 인근 수역. 동해상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해당하는 이곳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 P-1기(機)가 대한민국 해군 제1함대 소속 3200톤(t)급 구축함 광개토대왕함과 해양경찰청 동해지방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5000톤(t)급 경비함 삼봉함(三峰艦, ARS-5001)을 발견한 것은 2018년 12월20일 오후 3시 무렵이었다.

“(광개토대왕함과 삼봉함) 두 척(隻) 모두 1000야드(약 900미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습니다. WARS(‘삼봉함’을 지칭) 왼편에 소형 고무보트로 추정되는 물체가 확인됩니다.”

이것이 당시 P-1기(機)에 탑승한 일본 해상자위대 대원들의 최초 보고 내용이다.

상봉함 바로 옆에는 국적 불명의 소형 어선도 있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8일 뒤인 2018년 12월28일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에서도 확인되는 해당 어선은 당시 조명균 통일부가 2018년 12월22일 “동해에서 발견한 북한 선원 3명과 시신 1구를 수습해 북측으로 송환했다”는 설명을 내놨을 때 통일부의 해명에 등장한 바로 그 목제(木製·나무로 만든) 어선이었다.

일본 측 초계기가 경계 작전을 수행하면서 우리 함정의 활동을 관찰하고 있던 바로 그때, P-1기(機) 승무원들은 12시 방향 약 8000미터(m) 떨어진 곳으로부터 발사된 ‘화기 관제 레이더’(FC) 신호를 포착했다. 바로 광개토대왕함이 있던 장소였다. ‘화기 관제 레이더’는 함포(艦砲) 사격 직전 사용하는 것으로써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측 초계기를 향해 ‘화기 관제 레이더’를 발사한 것은 사실상 ‘도발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는 행위였다.

이를 탐지한 P-1기(機) 승무원들은 ▲국제VHF(156.8MHz) ▲UHF긴급주파수(243.0MHz) ▲VHF긴급주파수(121.5MHz) 등 긴급 호출에 사용되며 상시 확인 의무가 있는 무선 통신 주파수를 사용해 광개토대왕함에 ‘화기 관제 레이더’ 조사(照射·비추어 쪼임) 사유를 물었지만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는 어떤 대답도 듣지 못한 채 현장을 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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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1기(機) 승무원들이 광개토대왕함에 긴급 호출한 내용.(이미지=일본 방위성 공개 동영상 캡처/번역=박순종)

◇문재인 정부와 군(軍)의 반박 해명…日 “엉터리다”

이보다 앞선 2018년 10월 대법원의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노무 동원(소위 ‘강제징용’ 또는 ‘징용공’) 문제 관련 판결로 인해 한·일 양국 모두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져 있던 차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한국 해군 함정이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를 향해 ‘화제 관제 레이더’를 조사(照射)했다는 일본 방위성의 2018년 12월21일 발표에 대해 같은 날 우리 군(軍)은 “조난 선박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레이더를 가동(稼動)했을 뿐, 일본 측 초계기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며 레이더 가동 사유와 관련해서는 “수색 차원”이라고 했고 우연히 레이더 가동 반경 안으로 들어온 초계기가 잡혔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측은 “말도 안 된다”며 한국 정부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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