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해 동물 태우듯 태워...'화장'이라는 표현 어울리지 않아"
"사격까지 대략 5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최고위층 재가 있었을 것"
"북한은 월북자들 별로 좋아하지 않아...득보다 실이 훨씬 많기 때문"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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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서신' 저자이자 '주사파 대부'로 불리는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이번 북한의 총살 사건에 대해 "지휘계통을 정상적으로 밟아서 총격하고 불태웠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북자 총살'이라는 글을 통해 "상대가 월북자이고 특히 신분이 공무원이라고 하니 최고위층의 재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실족, 자살기도, 월북의 3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신발을 벗어놓고 간 것, 구명조끼와 부유물을 갖고 간 것을 놓고 볼 때 실족이나 자살기도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인 이모씨는 월북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덧붙여 "직업이 안정적인 공무원에다가 처자식이 있는 40대 가장이 월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탈북자나 월북자에는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다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발적인 것이 아닌, 최고위층의 재가를 통해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시신을 태우기 직전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본다면 발견해서 총을 쏘기까지 대략 5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며 "물 속에서 기진맥진해 있는 사람을 상대로 장시간 신문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아마 위에 보고해서 지시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덧붙여 "상대가 월북자이고 특히 신분이 공무원이라고 하니 최고위층의 재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 ‘화장’이라는 표현도 나오던데 화장이라는 것은 장례절차를 말하는 것이고 이건 장례와는 상관없이 방역을 위해 동물을 태우듯이 그냥 태워버린 것일 뿐 ‘화장’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월북자들을 좋아할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북한은 월북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월북자들이 북한의 경제상황이나 인권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다보니 월북자들 관리하기도 어렵고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월북자들을 받지 않고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런 극단적인 짓까지 하는 것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의 경우에도 방역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건 국경을 넘지 못 하게 하려고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북한의 생명이나 인권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가 우리와는 다르다"며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의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김영환 페이스북 전문

월북자 총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인 이모씨가 9월 21일 1시 30분 경 실종되어 북한 황해남도 강령반도 등산곶 부근 바다에서 북한 해상경비병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족, 자살기도, 월북의 3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신발을 벗어놓고 간 것, 구명조끼와 부유물을 갖고 간 것을 놓고 볼 때 실족이나 자살기도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업지도원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의 조류의 방향을 정확히 알고 조류를 이용해서 북한에 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을 통해서 월북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졌고 더 추워지면 바다를 통해 월북하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직업이 안정적인 공무원에다가 처자식이 있는 40대 가장이 월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탈북자나 월북자에는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다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씨가 오전 1시 30분쯤 실종되어 북한 당국에 발견된 것이 오후 3시 30분쯤이었으며 시신이 불타는 것이 목격된 것이 오후 9시 11분이었다. 시신을 태우기 직전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본다면 발견해서 총을 쏘기까지 대략 5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물 속에서 기진맥진해 있는 사람을 상대로 장시간 신문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아마 위에 보고해서 지시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이 소요된 것을 보면 여러 단계를 거쳐서 최고위층까지 보고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대가 월북자이고 특히 신분이 공무원이라고 하니 최고위층의 재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민간인을 상대로, 그것도 북한을 동경해서 북한을 찾아온 월북자를 상대로, 비무장상태로 물 속에서 기진맥진해 있는 사람을 상대로, 일시적인 착오나 흥분상태에서 총격한 것도 아니고 지휘계통을 정상적으로 밟아서 총격하고 불태웠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일부 언론에 ‘화장’이라는 표현도 나오던데 화장이라는 것은 장례절차를 말하는 것이고 이건 장례와는 상관없이 방역을 위해 동물을 태우듯이 그냥 태워버린 것일 뿐 ‘화장’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북한이 월북자들을 좋아할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북한은 월북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중요한 정보를 가져오거나 이용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오면 받아주지만 그런 사람은 100명 중에 1명 꼴도 되지 않고 나머지 월북기도자들은 거의 돌려보낸다. 1990년대까지는 월북자들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 외에는 거의 돌려보낸다. 월북자들이 북한의 경제상황이나 인권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다보니 월북자들 관리하기도 어렵고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월북자들을 받지 않고 돌려보낸다. 이번의 이씨의 경우 공무원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으로 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보기관 소속이거나 군의 특수 부서의 장교가 아니라면 북한에서 흥미를 가지기 어렵다.

북한이 이런 극단적인 짓까지 하는 것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체제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방역에 대한 자신감도 없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경우에도 사육 돼지 마리수에 비례해서 전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이 북한이다. 돼지의 3분의 2가 죽었느니 절반이 죽었느니 다양한 이야기가 많은데 확인은 되지 않지만 어쨌든 세계에서 피해 1위라는 것은 확실하다. 북한 전역이 초토화되었고 북한이 효율적인 방역조치를 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코로나19의 경우에도 방역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건 국경을 넘지 못 하게 하려고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북한의 생명이나 인권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가 우리와는 다르다.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의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다르다. 우리가 북한과 상호 적대를 하든 화해, 협력을 하든, 통일을 하든 그런 인식의 기반 위에서 해야 할 것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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