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국민재판...법리 무관한 여론재판될 수도
소송 참여 안해도 구제...소송남발 불가피
5배 배상책임 묻는 징벌적손해배상 도입

법무부가 증권 분야에만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 도입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한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 피해를 본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현재는 주가 조작이나 허위공시 등에 적용되는 ‘증권 관련 집단’에 규정돼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28일부터 40일간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뒤 올해 안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집단소송제의 적용 대상은 분야 제한 없이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미리 판결의 효력을 받지 않겠다고 신고한 피해자를 제외한 모든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또 피해자 측이 원할 경우 1심 사건부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는 형사사건에서만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사실상 기업에 여론 압력을 주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소 제기만으로 기업은 이미지와 영업 활동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거액의 소송가액을 노린 변호사들이 집단소송을 부추기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법무부는 “증권 분야의 집단소송도 2005년 이후 13건에 불과했다”며 소송 남발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정안은 식품, 의약품, 자동차 등 전 분야에 적용되기 때문에 증권 분야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재계의 지적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일률적으로 배상을 한다는 점에서 기업은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소비자의 권익만 대폭 강화해 소송 남발로 인한 폐해가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또 악의적으로 위법 행위를 했을 경우 손해의 5배 한도로 배상 책임을 지게 하고, 다른 법률의 손해배상 책임 조항보다 우선 적용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도록 상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모펀드 부실 판매 등 기업이 영업 행위 과정에서 고의로 불법 행위를 저질러 중과실의 피해를 일으킨 경우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언론사의 ‘악의적 가짜 뉴스’로 심각한 피해가 생겼을 때도 적용된다.

재계에서는 법무부가 지난 6월 제출한 상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법안을 또다시 내놓은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에 따른 경기침체 속에서 기업 활동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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