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염 전문가 김우주 교수 "항원 역할을 하는 단백질 성분 상온에서 변질 가능성"
"60마이크로그램의 항원 함량이 정량인데...상온에서 함량 줄어 효능 사라졌을 수도"
"가뜩이나 처음 일감을 따낸 업체라니까 허점이 있었던 것 같다"
"가뜩이나 '트윈데믹' 때문에 이번에는 접종을 받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진=고려대구로병원)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정부의 독감백신 무료 접종 계획 전격 중단의 후폭풍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사태로 독감백신 공급 일정에 큰 차질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김 교수는 23일 펜앤드마이크에 "독감백신 5백만 도즈가 상온노출됐다. 그런데 9월 8일부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1차 무료접종은 이미 시작된 상황이었다"라며 이를 운송한 업체 역시 신성약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서 공급된 백신들도 상온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콜드체인이란 것은 2~8도 사이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5도 전후여야 한다"라면서 "요즘 한낮에는 20도 이상일테니까 항원 역할을 하는 단백질 성분이 상온에서 변질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세간에서는 정부가 신성약품을 통해 공급한 백신들이 효능이 훼손된 '물백신'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럴 수 있다. 변질될수록 물백신이 되는 거다. 60마이크로그램의 항원 함량이 정량인데 상온노출로 손상돼서 함량이 줄어들었다면 효능은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2주동안 5백만 도즈 모두를 검사하는 게 아니라 무작위로 선별 검사를 할 예정이다. 이에 김 교수는 백신이 상온에 얼마나 오랫동안 노출됐는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적으로는 운송업체가 온도를 때마가 기계로 기록해놓은 기록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가뜩이나 처음 일감을 따낸 업체라니까 허점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아이들이 앞서 맞은 백신이 '물백신'이었다면 면역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희망사항이겠죠"라며 "일단 2주간의 검사를 한다니 그 결과를 봐야겠다"라고 했다.

문제는 향후 독감백신 접종 일정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백신 물량 전체에 이상이 생겨 백신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경우 보건당국의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일반인 유료접종 분량 일부를 우선 배정하겠다는데 그만큼 일반인들은 접종이 밀리게 되는 것"이라면서 "일반인들 중에서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가뜩이나 '트윈데믹' 때문에 이번에는 접종을 받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접종 일정 전체가 어그러지면 백신을 맞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독일, 미국, 영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프랑스, 싱가포르 등 해외 언론과도 인터뷰를 하는 국내의 감염 전문가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 회복 후 재활성화 등이 특징이며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다루기가 힘들다"라면서 "고위험군의 치명률이 높은 반면 건강한 사람들은 경증에 그치기 때문에 패닉과 방심을 동시에 줄 수 있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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