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성향의 법학자 신평도 조국이 연일 벌이는 '명예훼손 소송전' 꾸짖어
"총칼 대신에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유력한 도구가 바로 명예훼손 소송"
"기를 쓰고 증언거부해 재판에서 무죄받아내면 명예훼손 소송에서 더 유리하다 판단하나?"
"권력 쥔 그룹에 속하는 사람이 벌이는 소송전은 떳떳치 못한 일...민주주의의 가치에 역행"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월 23일 류형수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류형수TV'에서 이정선이 작사·작곡한 곡 '나들이'를 열창했다. 앞에 놓인 책상 위엔 맥주가 담긴 플라스틱 컵이 놓여 있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직권 남용)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조 전 장관의 이 같은 모습에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사진=유튜브 류형수tv 방송화면 캡처)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위원장과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지낸 신평 변호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질타했다. 신 변호사는 "민주 세력에 몸담고 있는 이로서, 누구 못잖게 언론의 자유가 민주국가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을 조국 교수가 지금 명예훼손 소송에 열중하고 있다니 왜 이럴까 싶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22일 신동아에 자신이 기고한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조 전 장관이 최근 언론과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소송전을 줄기차게 벌이는 데 대해 "명예훼손 소송의 남용"이라고 총평했다.

신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본래 서울대 법대 교수 신분이라는 점을 우선시하는 듯 꼬박꼬박 호칭을 '교수'라 불렀다. 그는 "조국 교수가 지금 명예훼손 소송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라며 "총칼 대신에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유력한 도구가 바로 명예훼손 소송"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명예훼손도 개인의 명예감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언론의 자유가 워낙 막대한 존재감을 가지니 명예훼손의 성립을 축소하는 경향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징역형을 배제하고 벌금형만으로 그치게 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미국에서는 이미 피해자가 공인인 경우 민사적 책임에 의한 손해배상마저 거의 봉쇄해버렸다"라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한국은 유감스럽게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명예훼손 법제를 취하고 있다"면서 "가혹한 법제뿐만 아니라 실무의 관행이 그들에게 심히 유리하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한국의 독특한 풍경이다. 어쩌면 조국 교수는 이를 노리고 지금 열심히 명예훼손 소송에 몰두하고 있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특히 그는 조 전 장관 부부가 "지금 기를 쓰고 관련 사건들에서 증언을 거부해 무엇이 실체인지를 모호하게 한 뒤 무죄를 받아내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무죄판결이 나면 그는 명예훼손 소송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선다"고도 했다. 

신 변호사는 조 전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남편 김삼석을 향해 "어떻든 패거리로 나뉜 정치판에서 권력을 쥔 그룹에 속하는 두 사람이 벌이는 소송전은 떳떳치 못한 일"이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경사를 더욱 심하게 해 이를 이용하는 것은 아무런 대의명분을 갖지 못한 채 민주주의의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자신이 연루된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303회에 걸친 검찰 측 물음에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SNS에서는 언론사와 기자 개인, 그리고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전 개시를 하루가 멀다하고 밝히고 있다. 정의연과 정대협 부정회계로 기소된 윤 의원 측과 아들의 황제 병역 논란에 직면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 모두 조 전 장관 부부를 따라 소송전에 나선 상황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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