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 소련이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독극물 사용됐다"
지난 2018년 영국서 발생한 前러시아 정보요원 습격 사건 때에도 사용된 적 있어
벨라루스 사태와 나발니 사건으로 서방 對 러시아 갈등 심화
獨·러 양국 추진중인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은 어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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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로이터)

“러시아 정부가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미수 사건’과 관련,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발니 씨(44) 사건에서 사용된 화학물질이 노비촉 계열의 독극물이라며 러시아 정부를 향해 단호한 어조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평가 받고 있는 나발니 씨가 의식을 잃은 것은 지난 8월20일. 서(西)시베리아에 위치한 도시 톰스크에서 수도(首都)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사건 발생 직후 나발니의 최측근 인사는 “나발니가 비행기 탑승 전 입에 댄 것은 공항 카페에서 마신 홍차밖에 없었다”며 정부 요원에 의한 공작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 사건과 관련해 독일 정부가 나발니 씨에게 사용된 화학물질의 종류가 구(舊) 소련에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의 독극물이라고 단정짓고 러시아에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노비촉은 여러 생화학무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독극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2018년 영국에서 발생한 전(前) 러시아 정보 요원 습격 사건 때에도 사용된 바 있다. 당시 영국 정부는 해당 사건을 러시아 정부의 소행으로 단정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현재 나발니 씨는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모(某)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

지난해 베를린에서 러시아 요원들에 의해 조지아 국적의 남성이 살해당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해당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진 러시아 외교관 2명을 추방한 바 있는 독일이 나발니 씨의 사건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옌스 스톨덴베르그 사무총장 역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국제 평화와 안전 보장에 대한 위협”이라며 나발니 씨의 사건과 관련해 비판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범인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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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나발니.(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독일을 위시한 서방 진영의 주장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측은 나발니 씨와 관련해 러시아를 향하고 있는 모든 의혹이 “반(反)러시아 정보전”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지난 8월 초 실시된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며 벨라루스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친(親)러시아 성향의 벨라루스 집권 세력에 적극적인 원조를 해 주겠다는 러시아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미수 사건’이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간의 대결 구도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었다.

현재 전 세계가 주목을 하고 있는 부분은 독일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의 향방이다. 석탄 및 원자력발전의 대체 수단으로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위해 파이프 라인 건설을 적극 추진해 왔는데, 독일과 러시아 간의 갈등이 심해지면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도 엎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를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은 독일. 하지만 지난 8월28일 메르켈 총리는 ‘노르트스트림2’와 나발니 씨 사건을 따로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미국 등 여러 나라가 독일의 대(對)러시아 의존도 심화를 우려하고 나선 가운데, 향후 독일·러시아 양국 간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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