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신정임 교수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신정임 교수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일 세 자리 수의 코로나바이러스-19 감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누적 확진자가 2만 명을 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강제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과 의료적 측면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은 광복절 광화문집회와 서울의 특정교회가 확진자 증가의 원인인 것처럼 발표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있었던 모 종교집단 발 코로나바이러스-19 (V유형)가 수그러지고 있던 5월 황금연휴에 용인 66번 확진자의 동선이 이태원에 위치한 성소수자 클럽을 다녀간 수천 명의 사람들의 동선과 겹치면서 이들 간의 접촉이 현재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19 2차 유행의 시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5월 이후 이태원 발 코로나바이러스-19 확진자들과 부천 소재 모 물류센타 발 확진자들을 포함하는 333명의 검체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GH유형으로 밝혀졌다. 즉, 코로나바이러스-19가 초기에는 V유형과 S유형이었는데 5월 이후에는 GH유형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광복절 집회와 서울의 특정교회 관련 확진자들도 GH유형으로 밝혀지고 있다. GH유형은 기존 V유형이나 S유형보다 감염력은 6배 정도 높지만 치사율은 더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이태원 사태 당시에는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확진자들의 동선파악 및 감염경로 추적 등의 역학조사가 철저히 수행되지 않았다. 즉, 그 당시에는 이태원 근처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휴대전화 발신내역을 통신사에 요구하거나, 증상여부에 상관없이 검사에 불응할 경우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태원 발 접촉자들에 의해 GH유형이 2차 감염 및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미 확산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정부는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고 방역과 관련 없는 부처들이 영화쿠폰, 공연할인, 외식할인 등 밀착접촉을 조장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 2차 유행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즉, 국민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풀라고 정부가 나서서 선동한 것이다.

코로나19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운 속칭, ‘깜깜이’ 환자가 속출하는 현 시점에서 2차 유행의 원인을 8월 15일 광화문집회 및 특정교회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이것은 소위, ‘K-방역’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부의 정치적 행태로 보인다. (참고로, 필자는 무교이다) 또한, 그 당시 광복절집회의 지척에서 개최된 민노총집회 참가자들과 임시 연휴를 맞이하여 제주도를 방문한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 부산 해운대 등의 해수욕 인파들, 에버랜드 등 놀이동산 방문객들도 2차 유행에 기여했을 수 있다. 또한, 그 전에 있었던 부동산정책 규탄집회 참가자들, 8월 7일과 14일의 의사파업 참가자들, 그리고 15일 을지로에서 열렸던 부정선거 규탄집회 참가자들도 2차 유행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집회의 빌미를 제공한 정부야 말로 방역실패의 진정한 주역이다.

상식이 있는 일반 국민이라면 인공지능이 탑재되지도 않은, 한낱 입자 (particle)에 불과한 코로나바이러스-19가 특정집회 참가자들만 선택적으로 감염시킬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2차 대유행의 원인을 광화문집회 및 특정교회 탓으로 돌린다면 K-방역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과학의 문제를 학자와 전문가에게 일임하지 않고 정치가 개입하는 것은 전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도박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미생물학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복제효소의 수정기능이 없어서 유전자 복제 시 변이가 쉽게 발생한다. 국제보건기구의 기준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19는 현재 7개 유형 즉, S (ORF8: L84S), V (ORF3a: G251V), L (ORF8: S84L), G (S: D614G), GH (S: D614G + NS3: Q57H), GR (S: D614G + N: G204R) 및 O (기타)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 변이는 전염성에 영향을 미치지만 사망률에는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간 코로나19 사망률의 차이는 의료제도와 치료환경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보고된 코로나바이러스-19의 유전자는 S유형과 V유형으로 확인되었는데 중국 우한 발 국내 초기 감염은 S유형이었으며, 대구의 모 종교집단 발 1차 유행은 대부분 V유형으로 판명되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19는 유럽으로 전파되었다가 미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이며, 3~4월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19의 대부분은 GH유형이다. 그러므로 5월 이후 이태원 발 코로나바이러스-19의 대부분이 GH유형인 것을 감안할 때 1차 유행을 일으켰던 V유형이 자체적인 변이로 인해 GH유형으로 변신했다기보다는,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하던 GH유형 코로나바이러스-19 감염자의 이태원 방문이 이번 2차 유행의 시발점이 되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유전자 변이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가 발현하는 spike 단백질 내의 receptor binding domain (RBD)에는 큰 변화가 없으므로 현재 개발 중인 백신들에 의해 생성되는 항체의 바이러스 중화능력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은 바이러스의 이동경로와 전파양상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생물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개인적인 바람은 나의 미래의 제자들이 지자체장이나 시민단체 ‘추천자’들이 아니라, 연구에 흥미와 열의를 가진 ‘인재’들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인재들이 연구비 걱정 없이, 주52시간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밤을 새워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교실 신정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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