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마다 다른 비정규직 정의

OECD 통계, 사실상 국제적 비교 분석 힘들어

‘가짜 통계’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얼핏 보면 정확한 분석인 것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른 통계가 바로 가짜 통계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거나 “한국 공무원 수가 OECD 국가의 3분의1 수준이다”는 등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상식’처럼 굳어져 가고 있지만, 실제와는 차이가 크다. 대한민국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거나 폄훼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풍조도 문제다. 한국을 휩쓴 가짜 통계들의 실상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주장은 한동안 이른바 ‘헬조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왔다. 그러나 이는 국가마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산출하는 방식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인 통계의 오독(誤讀)이다.

● '비정규직'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 없어

산출 방식이 다른 주요 원인은 애초에 비정규직이란 개념에 대해 통일된 국제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단어 자체도 영문으로 ‘irregular’, ‘non-regular’, ‘non-standard’, ‘atypical’, ‘contingent’, ‘fixed-term’, ‘task-based contracts’, ‘casual work’, ‘day labour’ 등 여러가지로 번역되고 있다. OECD 또한 ‘비정규직’이란 단어를 특정한 통계 자료는 내놓은 바 없다. OECD는 각국의 고용 형태에 있어, 전체 근로자 중 정규직(Full-time worker)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임시직(Temporary worker)과 흔히 ‘알바’라고 불리는 파트타이머(Part-time employment) 정도의 통계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공식적 구분은 2002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처음 정의됐다. 통계청이 제공한 ‘통계표준용어‘에 따르면 정규직(근로자)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기준은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비정규직으로 분류된다고 서술되어있다. 구체적으로 분류한다면 총 3가지인 한시적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그리고 비전형 근로자로 나뉜다. 그러나 이 마저도 용어가 다양하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근로자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비정규근로자, 비전형근로자, 비정형근로자 등의 표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용어도 생겨났으며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의를 각각 달리하는 경우도 있어 세계 각국과 국내의 비정규직에 대한 비교 분석이 쉽진 않다. 이렇듯 용어의 통일성이 없다면, 세계 각기 다른 용어와 개념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산출한 OECD 자료를 해석해 내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 OECD 통계, 정확한 비정규직 비중 파악 사실상 불가

아래 사진은 현재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고 많이 인용되는 2016년 OECD 통계 자료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근로자 대비 임시직 근로자(Temporary employment) 비율은 위에서 7번째로 높은 21.9%로 나타났다. 이는 OECD 주요국인 영국 6%, 일본 7.2%, 독일 13.1%, 독일 16.2% 보다 높은 수치이며 OECD 평균은 11.2%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은 일본의 약 3배다.

2016년 전체 근로자 대비 임시 근로자(Temporary worker) 비중 (출처: OECD)
2016년 전체 근로자 대비 임시 근로자(Temporary worker) 비중 (출처: OECD)

임시직 근로자가 아닌 파트타임(Part-time employment) 근로자 비율은 어떨까? 아래 사진은 2016년을 기준으로 한 OECD 통계자료이다. 한국은 10.9%로 네덜란드 37.7%, 영국 23.8%, 일본 22.8%, 독일 22.1%, 프랑스 14.2%와 비교하여 낮다.

2016년 전체 근로자 대비 시간제 근로자(Part-time worker) 비중 (출처: OECD)
2016년 전체 근로자 대비 시간제 근로자(Part-time worker) 비중 (출처: OECD)

위에서 언급했듯, 통계청이 제공한 ‘통계표준용어‘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한시적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그리고 비전형 근로자를 모두 포함한다.

이에 따르면 한시적 근로자가 임시직 근로자(temporary worker)라는 가정하에, OECD 자료의 임시직 근로자와 파트 타임 근로자를 합산하고 OECD가 제공하지 않은 비전형 근로자를 더하여 비정규직 비중을 산출해야한다. 그러나 이렇게 산출되어 나온 비정규직도 GDP와 GNI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의 용어가 아니므로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정확한 비중을 파악하기 힘들다. 각 나라마다 OECD에 보고한 자료의 비정규직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OECD 통계 자료 중 임시직 근로자(temporary worker)만을 비정규직이라 단정하고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소위 말하는 비정규직은 각 나라의 현실 사정에 맞게 산출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통일되지 않은 기준으로 작성된 OECD 통계를 가지고 현재 비정규직 문제를 지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다고 언급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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