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엔 ‘코로나 봉쇄’ 개성에 식량과 생활비 특별 지원 결정

북한이 5일 김정은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김정은 뒤로 낮 12시30분을 조금 지난 시각을 가리키는 시계가 놓여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5일 김정은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김정은 뒤로 낮 12시30분을 조금 지난 시각을 가리키는 시계가 놓여 있다(연합뉴스).

북한의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황해북도 수해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복구 대책을 세웠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지난 5일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무국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봉쇄된 개성에 식량과 생활비를 특별 지원하기로 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행보는 ‘애미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많은 살림집들과 농경지가 큰물로 침수되었다는 상황을 보고받으시고 피해 현장에 나가시여 실태를 직접 요해하시면서 피해지역 복구와 관련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를 밝혀주시었다”고 전했다.

은파군은 연일 이어진 폭우로 물길제방이 터지면서 단층 살림집(주택) 730여 동과 논 600여 정보(1정보는 3천평, 여의도 두 배)가 침수되고 살림집 179동이 붕괴했다. 다만 은파군 주민들은 모두 사전에 안전한 지대로 소개시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은 피해 현장을 방문한 뒤 수재민 지원 대책을 내놨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국무위원장 예비 양곡을 해제하여 피해 지역 인민들에게 세대별로 공급해주기 위한 문건을 제기할 데 대해 해당부문을 지시했다.

또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침구류와 생활용품, 의약품 등 필수물자들을 시급히 보장해주어 빨리 안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 사업을 당중앙위원회 부사들과 본부 가족세대들이 전적으로 맡아할 것”을 당부했다. 본부 가족세대란 당중앙위원회 모든 부서원의 가족을 말한다.

이와 별도로 김정은은 당 중앙위원회 관련 부서와 인민무력성 간부들로 피해복구사업지휘부를 구성하도록 하고 이 지휘부가 일단 현지 피해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피해복구에 필요한 자재 등을 정확히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홍수피해를 입은 은파군 농장마을 800세대를 본보기로 새로 건설하기 위해 중앙의 설계진을 파견하고 빠른 시간 안에 공사를 끝내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했다.

김정은은 수해복구에 투입될 군대를 긴급 이동시키고 피해복구 사업에 필요한 시멘트 등 공사용 자재보장을 위해 국무위원장의 전략예비분 물자를 풀 것도 지시했다. 또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 성, 중앙기관에도 수해복구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을 호소했다.

김정은의 이날 현장 방문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에 사진 없이 기사로만 실렸다. 시찰 사진이 공개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김정은의 현장 방문 사진은 대내용 매체에 널리 보도돼 왔다.

북한은 지난 4일부터 이틀간 황해남북도에서 최대 500mm 이상의 폭우가 예상된다며 특급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5일 자신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회의에서 국가 최대비상체제의 요구에 따라 봉쇄된 개성시 인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식량과 생활보장금을 당 중앙이 특별지원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토의 결정했고 이와 관련해 긴급조치들을 해당부문에 지시했다.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정무국 회의는 당 정치국 회의나 확대회의와는 달리 측근들과의 소규모 회의이고 이를 통해 민생 현안들을 다루는 모습을 노출함으로써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높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VOA에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놓여있고 한국과의 대화협력에도 선을 분명히 그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내부 결속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자력갱생 노선을 천명했지만 대북제재와 신종코로나 사태와 함께 최근 장마로 인한 피해까지 겹치면서 애민 지도자로서의 행보를 주민들에게 부각시켜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