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로처럼 얽힌 '북한유령회사 추적記'
-하나의 단서, 홍콩 사무실.
-집요한 추적, 그러나 파고들 수록 미궁으로 빠지는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탐사팀이 북한유령회사 추적에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말, 일본 정부가 공개한 사진이다. 동중국해에서 Xin Yuan18이라고 적힌 유조선 한대가 UN제재안을 어기고 ‘천마산’이라는 북한 선박에 주유를 하고 있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UN제재를 어긴 유조선의 실제 주인은 누구인가? <WSJ>이 16일 (현지시간) 공개한 추적記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한다.

Xin Yuan18이라는 유조선의 소유주는 홍콩 완차이 지구에 사무실을 둔 Ha Fa Trade International Co. 로 나온다. 그러나 이 회사는 그곳에서 찾을 수 없다. 이 회사의 주소로 나오는 건물 23층에는 Yirenjiaren이라는 법인설립 대행사가 있을 뿐이다.

홍콩은 법인 설립 절차가 간단한 곳이다. 요구하는 서류는 창업주주의 주소와, 이사진의 각국별 신원번호 (예: 한국-주민번호, 미국-social security no.) 뿐이다. 한 명의 이사가 유일한 주주일 수 있고 홍콩에 거주할 필요가 없다. 또한, 해당 서류만 이메일로 대행사에 보내주면 24시간 내로 법인 설립을 완료해 준다. 대행사 사무실은 보통 작은 방 하나에 사람 한 명이 근무하며, 고객사들의 우편주소를 담당한다.

Ha Fa Trade의 주소로 되어있는 건물 23층엔 Yirenjiaren이라는 대행사가 있었고, 그곳의 여직원은 Ha Fa Trade가 고객사가 맞는지 확실치 않다고 답했다. 중국 신천에 위치한 Yirenjiraren 본사에 문의한 결과 Ha Fa Trade와는 계약이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자신들의 홍콩 사무실 주소를 쓰는 Fei Long International Business Co.라는 고객사가 있는데 Ha Fa Trade가 그곳과 계약이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Fei Long 측은 Ha Fa Trade가 아닌 Liao라는 회사로부터 홍콩 법인 설립 요청을 받았다고 답했다. <WSJ>팀은 Fei Long을 통해 Liao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한가지 단서가 남아 있었다. 홍콩의 기업등기소 명단에 Ha Fa Trade의 이사이자 유일한 주주가 Tang Yun Hui라고 적혀 있다. 그의 주소는 중국 허베이 지구에 위치한 야오씽이라는 외딴 마을로 나온다.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는 적혀있지 않다.

주소를 따라 <WSJ>팀이 도착한 곳은 창문이 부서지고, 앞마당엔 배추가 심어진 2층짜리 빈 집이었다. 동네주민들에게 물어 Tang과 전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32 살의 중국인으로 배에서 일하는 선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Xin Yuan 18(유조선)에 대해서도 Ha Fa Trade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그는 해당 집이 자신이 어렸을 적에 살았던 집이라고 답했다.

그는 놀란 듯 “그들이 어떻게 내 싸인을 도용할 수 있었지?” 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손에서 지갑이 떠난 적은 “2016년 상하이에서 배에 두고 내렸을 때와, 항만대기요청 때 3등 항해사가 서류작성을 위해 달라고 할 때”라고 설명했다.

Tang은 중국 배에서 일하는 선원이며, 홍콩에는 가본 적도 없고, 북한과는 연계되어 있지 않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가 항해 중이었기 때문에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WSJ>은 홍콩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에 답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UN 보고서는 북한 무기장비공급 회사로 추정되는 Glocom이 거미줄 같은 유령회사들을 홍콩 등에 설립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유령회사를 통해 제휴사에 돈을 지급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싱가포르에 있는 제휴사에 송금 할 경우, 북한 당국자는 중국에 있는 계좌를 통해 홍콩의 유령회사로 보내고, 거기서 다시 싱가포르의 제휴사 계좌로 송금된다. 싱가포르 은행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홍콩 회사의 영수증 뿐이다.

<WSJ>은 Glocom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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