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레바논 현지시간) 오후 6시 조금 넘은 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 인근 창고에서 폭발
레바논 정부 "창고에 안전 장치 없이 장기간 보관돼 온 화학물질이 원인"...비상사태 선포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 "軍 고위 관계자로부터 '공격 가능성' 들었다...지원 의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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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수도(首都) 베이루트에서 4일(레바논 현지시간) 오후 6시경 일어난 대규모 폭발의 모습.(사진=로이터)

레바논의 수도(首都) 베이루트에서 4일(레바논 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이 폭발로 인해 현재까지 73명의 사망자와 37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폭발 원인과 관련해 레바논 정부는 창고에 보관돼 있던 화학 물질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베이루트 항구 인근의 창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퍼진 동영상 등에 따르면 피어오르던 연기는 순식간에 엄청난 폭발로 이어졌다. 폭발은 도시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만큼 강력했다. 심지어는 베이루트로부터 약 240킬로미터(km) 떨어진 지중해 동부의 섬 키프로스의 니코시아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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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 위치한 어느 천주교 성당의 폭발 직후 모습. 불이 꺼지고 파편들이 떨어지자 천주교 예배(미사)를 집전하던 신부가 크게 당황해 몸을 피하고 있다.(사진=페이스북)

하마드 하산 레바논 보건장관은 늦은 밤 “현재까지 73명이 사망했으며 3700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레바논 정부는 군대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선 상태. 인명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파악된 것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베이루트 폭발 현장에 질산암모늄 270톤(t)이 있었다”며 안전 장치 없이 장기간 보관돼 온 인화성 화학물질이 폭발의 원인이라고 했다. 질산암모늄은 농업용 비료로 사용되지만 가연성(可燃性)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도 있어 화약 등의 무기 제조에도 사용되고 있는 물질이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5일 베이루트에 2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이날 폭발은 두 차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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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로 인해 부상을 입은 레바논 현지 사람들.(사진=소셜미디어 캡처)

한편, 레바논에서의 대규모 폭발 소식이 전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 세력의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지원 용의를 밝혔다.

4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심각한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레바논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공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군(軍) 고위 관계자와 만나 (레바논 폭발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모종의 폭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레바논의 시아파(派)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와 무력 충돌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 측은 해당 폭발이 이스라엘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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