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이성윤 중앙지검장 혹은 이정현 1차장이 알고 했을 가능성”

지난 달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장.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하고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정진웅 부장검사의 사진을 윗선이 촬영토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3일 제기됐다.

지난 달 29일 오후 2시 한 검사장은 휴대전화 유심카드를 압수하려던 정 부장이 갑자기 달려들어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에 변호인과의 통화를 허락받고 비밀번호를 풀려고 할 때였다. 같은 날 오후 5시 한 검사장은 서울고검에 정 부장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고 감찰요청서를 청구했다. 그러자 2시간이 지난 오후 7시 중앙지검은 서울성모병원 응급실 침상에 누운 정 부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이 넘어진 상태에서도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주지 않으려고 완강히 거부해 실랑이를 벌이다 확보한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한 검사장이 독직폭행을 주장한 데 대해 쌍방폭행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입원 당일 정 부장은 ‘전신 근육통과 혈압 급상승’을 이유로 병원에 들렀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코로나 의심 환자로 분류돼 병원 내 음압 격리병실에서 수액치료를 받으며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병원 방문 당시 정 부장의 체온은 38도를 넘은 상태였다.

사진은 중앙지검 관계자가 병원 측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보고용 사진’이 필요하다고 했고, 병원 간호사가 관계자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대리 촬영을 해줬다.

법조계에선 촬영 지시를 한 중앙지검 ‘윗선’이 누구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내 몸싸움이 언론 보도된 후 중앙지검 측이 가해자라는 여론이 형성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윗선은 이성윤 중앙지검장 혹은 이정현 1차장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장의 사진은 온라인에서 조롱받았다. 과거 신정환 씨가 필리핀 원정도박 사실을 숨기려고 배포한 현지 뎅기열 입원 사진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왔다.

정 부장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음에도 이를 한 검사장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등에 대해 통보받지 못했다. 정 부장이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밀접 접촉자에게 알리는 게 상식이다.

한편 한 검사장과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인 김태현 변호사는 지난 달 31일 라디오 방송에서 “병원은 갔냐”는 물음에 한 검사장이 “의사가 입원하라고 했지만 안 했다. 쪽팔려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도 몸이 중요하니까 검사를 받고 사진만 정 부장처럼 안 풀면 된다”고 하자, “나까지 입원하면 검찰이 뭐가 되냐”고 답했다고 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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