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0명, 이탈리아·벨기에로 전환 배치...6400명은 美 본토 귀환
駐獨미군 감축 현실화...韓·日 등 여타 국가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사진=로이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사진=로이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독(駐獨) 미군 1만2000명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미 국방부 측은 이번 조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對)러시아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오는 11월 실시가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제일주의’를 자국민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대국(大國) 간 경쟁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동맹 관계는 더욱 강고해질 것”이라며 독일에 주둔중인 미군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독일 외 지역으로 철수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 국방부 측의 계획에 따르면 독일을 떠나게 될 미군 병력 가운데 5600명은 이탈리아와 벨기에로 각각 이전 배치되며 나머지 6400명은 미국 본토로 귀환시키는 한편 같은 규모의 병력이 발트 3국 지역에 순환 배치된다. 독일을 떠나는 미군 병력 가운데에는 F16 전투기 부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계획을 밝히며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번 조치를 NATO 전략을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하며 대(對)러시아 억지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 측의 이같은 설명 내용과는 달리, 주독 미군 규모의 감축의 실제 목적은 오는 11월 실시가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제일주의’ 성과를 어필하는 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근거로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각 가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국방 지출 규모를 확대시키기로 한 NATO 방침에 반해 국방비 지출이 GDP 대비 1.38%(2019년)에 그친 독일을 비판했다.

그러나 주독 미군이 전환 배치될 이탈리아와 벨기에의 GDP 대비 국방 지출 규모는 각각 1.22%와 0.93%에 그쳐 ‘국방비 지출 규모’를 문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아귀가 맞지 않았다. 즉, 에스퍼 장관의 설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조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인 이득을 보고 있는 독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정(是正)을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은 데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대독(對獨) 보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주독 미군의 감축이 현실화됨에 따라 한국·일본 등 여타 미군이 주둔중인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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