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 기업은행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해외 신시장 개척에 집중하겠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힘 실어줘...KT&G의 호실적도 영향

백복인 KT&G 사장 (연합뉴스 제공)

백복인 KT&G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백 사장은 2021년까지 3년 동안 KT&G를 이끌게 됐다.

KT&G는 16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백 사장 선임 안건을 상정, 표결에 부쳐 56.34%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백 사장은 2015년 KT&G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글로벌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매출액 2015년 4조1천698억원, 2016년 4조5천33억원, 작년 4조6천672억원 등으로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자담배 시장이 급격히 확장되는 가운데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출시했고 굵직한 현안들을 추진력 있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백 사장을 차기 사장 단독후보로 확정했고 당시 백 사장의 연임은 사실상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2대 주주인 기업은행(6.93%)이 사장 후보 결정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데다, 백 사장이 분식회계 등으로 고발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있다며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한다고 밝혀 주총에서의 연임 여부가 주목받았다.

주총에서도 기업은행 측 대리인은 "백 사장 연임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준공기업인 KT&G 사장이 현 정부의 코드인사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백 사장의 연임' 안건 이외에도 기업은행이 KT&G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사외이사 증원 안건' 등 네 차례에 걸쳐 표 대결을 벌였지만 모두 패했다.

기업은행이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제안한 사외이사 증원 안건은 별도 표결 없이 대리인 위임장만으로 부결됐으며, 사외이사 선임 투표에서 기업은행이 추천한 인사 2명도 선임되지 못했다.

기업은행이 완패를 한 것은 53.18%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 지분 상당수가 백 사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여진다.

이달 초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백 사장의 연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사정을 세부적으로 알지 못해 의사 결정을 할 때 ISS 보고서에 많이 의존한다.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백 사장 연임에 찬성한 배경에는 KT&G의 높은 배당성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백 사장 취임 당시 KT&G의 배당금은 주당 3천400원이었지만 매년 상승해 올해는 4천원으로 늘었다.

백 사장의 연임 반대 가능성이 예상됐던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주총 전날인 15일전격적으로 중립을 결정한 점도 백 사장 연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연임에 성공한 백 사장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해외 신시장 개척에 집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내 담배시장 총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지난 2015년 취임한 이후 글로벌 분야에 가장 집중했다"며 "그 결과로 지난해 최초로 해외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또 "현지 법인 중심의 직접사업체제를 확대하고 해외 홍삼 사업은 유통 커버리지를 넓히는 동시에 마케팅 투자를 통한 히트제품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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