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논란을 알고 사전에 알고 이를 은폐하려던 것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해명이나 관련자의 행동 등이 이해할수 없는 경우가 많아 수사과정에서 의혹이 풀려야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선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고한석 전 비서실장과 임순영 젠데특별보좌관이다.

고 전 실장은 박원순 전 시장과 마지막으로 만났고, 마지막으로 통화한 인물로 드러나고 있다. 고 전 실장이 박 전시장을 만난 9일 오전은 박 전시장이 죽음의 길을 떠나기 30분쯤 전이다. 고 전 실장은 이때 박 전시장과 무슨 대화를 했는지,박전시장으로부터 죽음의 암시를 느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성추행의혹이 깊숙히 논의됐다면,사후 대책방안도 논의됐을 것이다. 고 전실장이 박 전시장과 마지막 통화한 오후 1시39분에는 이미 박 전 시장의 유서가 공관책상에 놓여 있었던 시점이다. 고 전실장은 박 전시장의 죽음과 관련해서 그날 하루 어떤 조치와 행보를 했는지 밝혀야 하는 것이다.

임순영 젠더특보의 행보 역시 아리송하다. 8일 오후 박 전시장을 찾아가 실수한게 있느냐고 물었고, 저녁에는 박 전시장과 함께 대책회의까지 열었다. 피해자가 4년간 고통을 당했다는데 8일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도 이해할수 없다. 피해자는 이미 직장 상사등에게 고통을 호소했으나 "박 전시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는 논리로 묵살당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젠더특보는 넋놓고 지켜본 셈이다. 그러다가 박 전시장의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야 박 전 시장과 함께 "실수가 없었느냐"는 선문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가하기 짝이 없는 행보이다. 임특보는 피소 관련 자체 조사를 하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해 "내부에서 (박 시장 피소를) 알게되고 바로 장례를 치르는 상황이 돼 조사할 경황이 없었다"고 둘러댔다.

특히 박원순 전 시장이 임순영 특보와 법률전문가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한 날은 자신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서울시 직원 피해자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순간이다. 고소와 동시에 대책회의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임순영 특보는 대책회의 때도 피소사실은 몰랐다고 하지만, 피소 사실도 모른채 밤에 무슨 대책회의를 갑자기 3시간이나 한 단 말인가.

대책회의 다음날 박 전 시장은 비서관에게 당일 일정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고 전 실장은 그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다음날 박 전시장을 만난다.  고 실장은 임 특보의 보고를 받고 회의 다음날인 9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을 찾아 박 전 시장과 1시간 가량 면담을 가졌다.그리고 박 전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44분 유서를 남긴 채 공관을 나섰다. 

고 전실장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실종되기 직전 공관에서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서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고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이 공관을 나서기 약 30분 전까지도 시장 공관에서 박 전 시장을 직접 만났다.

한편 서울시는 15일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쟁점들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민간 합동조사단에 의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이 언제 고소를 인지했는지, 임순영 젠더특보가 고소 사실을 전달했지, 관련 회의를 했는지, 고소인이 비서로 지원하지도 않았는데 뽑혔다는 의문 등에 대해선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비서실 내부에서 이미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대변인인 저도 언론을 통해서만 듣고 있어서 확인한 바가 없다"며 "민관합동조사단이 운영되면 언론에서 지적하는 부분도 조사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5일 "서울시 자체 진상조사를 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이미 여러 차례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며 직간접적으로 가해를 준 정황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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