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 시장, 2014년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도...기독교계 극렬 반대로 폐기
2015년 이래 5년 연속 서울광장을 퀴어축제에 내줘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0시 20분쯤 서울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래 동성애 합법화 등을 추진하며 줄곧 기독교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박 시장과 기독교계의 첫 악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지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그는 서울시민인권헌장의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시장직에 당선된 그는 2014년 3월부터 인권헌장 제정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그해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대표성을 의심받는 150명의 시민위원을 선출한 뒤 40명의 전문위원들과 초안을 만들도록 했다. 전문위원에는 좌파 성향의 인권전문가 또는 인권단체 인사 27명, 서울시의회 의원 3명이 포함돼 처음부터 편향성을 띄었다.

 

●박원순, 2014년 ‘미니 차별금지법’ <서울시민인권헌장> 추진하다 기독교계의 극렬 반대로 폐기

2014년 11월 28일 마지막 공청회 날 있었던 서울시민인권헌장 반대 국민대회
2014년 11월 28일 마지막 공청회 날 서울 시청 옆에서 열린 서울시민인권헌장 반대 국민대회

박 시장은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을 시민위원회 위원장으로,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시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 등도 전문위원에 포함됐다. 박 시장은 좌파 인사들과 동성애 합법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인사들을 전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즈음 박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민인권헌장에 동성애 차별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기독교계는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불안한 눈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총 7차례의 시민위원회 토론과 강북·강남지역 토론회, 그리고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해 9월 30일에는 강남권역 토론회를, 10월 17일에는 강북권역 토론회를 개최했다. 10월 13일부터 22일까지 9개 분야에 대한 인권단체 간담회를 각각 한 차례씩 개최했다.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시민위원회 자원하고 각 토론회와 공청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시민들이 현장에서 동성애 합법화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들의 동성애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 당시 시민위원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토론에 참여한 많은 사람 중 반대하는 사람은 의견을 낼 수조차 없었다” “반민주적이고 반권적이다” “서울시가 이미 틀을 다 짜놓고 시민 이름만 빌려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고 선전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후기를 남겼다. 시민위원회에서 사회 격인 촉진자(facilitator) 역을 맡은 전문위원들이 시민위원들이 성소수자 보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강압적으로 몰아가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문제가 됐던 서울시민인권헌장 초안은 “서울시민은 성별, 종교, 장애...양심과 사상, 정치적 의견,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지향’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른바 ‘미니’ 차별금지법이었다. 또한 인권헌장 초안에 명시된 ‘사회적 약자’ ‘소수자’는 정의와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았다. 가출한 ‘성소수자’ 청소년들에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것과 동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 등 전통적인 결혼과 가정의 의미를 무너뜨릴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선언문에 불과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조례에 반영하도록 해 헌장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위험한 꼼수를 부렸다.

시간이 갈수록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저항도 격렬해졌다. 시민들은 시청 앞에서 릴레이 1인 피켓시위를 이어갔으며 대규모 국민대회도 수 차례 개최했다. 에스더기도운동,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다음세대지키기학부모연합 등 200여 개 단체 회원들이 중심이 되었다. 성금을 모아 주요 일간지에 반대 의견을 개진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철야 기도회도 열렸다.

 

●2014년 박원순 “아시아 최초로 한국이 동성결혼 합법화하길 원한다”...기독교계 경악

박 시장은 10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지역언론인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최초로 한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기독교계는 경악했다. 박 시장은 이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동성애자들의 인권에 찬성한다”며 “그러나 한국에선 기독교의 힘이 매우 강하다. 정치인들에게 쉽지 않은 문제다. 동성애를 포함시키도록 보편적 인권 개념의 범주를 넓히는 일은 활동가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들이 대중을 설득하고 나면 정치인들도 따라가게 될 것이다. 지금 그런 과정에 있다”고 했다.

2014년 11월 28일 헌장 제정을 위한 마지막 시민위원회 회의에서 시민들은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명시 여부를 두고 마지막으로 결렬하게 맞붙었다. 시청 앞에서는 서울시와 박 시장을 규탄하는 대규모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결국 서울시는 합의를 볼 수 없다며 사실상 헌장을 폐기했다.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의 승리였다.

 

●박원순, 2017년 “서울시민인권헌장 공표 못한 것 가슴 아파”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7 서울 인권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7 서울 인권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박 시장은 2017년 10월 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7 서울인권 컨퍼런스’에서 서울시민인권헌장의 제정이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서울시는 지난 6년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했다”며 “그러나 그 중 가장 큰 도전이었던 서울시민인권헌장이 공표되지 못한 것을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2016년 또다시 <서울특별시 자치헌장 조례> 제정...기독교계 반대로 철회

서울시가 2016년 12 12월 2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 자치헌장 조례』제정 공청회를 열었다.
서울시가 2016년 12 12월 2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 자치헌장 조례』제정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박 시장은 2016년 또다시 ‘서울특별시 자치헌장 조례’의 제정을 추진했다. 그해 12월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된 자치헌장 조례안은 총 35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관계 법령에서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의 대표적인 동성애 옹호 조항인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를 그대로 도입한다는 의미였다. 이밖에도 국적 불문 외국인과 단체도 서울시민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등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박 시장이 또다시 ‘미니’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기독교계는 대규모 반대 국민대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서울시는 자치헌장 조례의 추진을 자진 철회했다. 앞서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기독교계의 반대 때문에 힘들어했던 박 시장이 또다시 그 같은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후문이었다.

 

●박원순, 기독교계 반대에도 5년 간 퀴어축제에 서울광장 내줘

2017년 동성애반대국민대회
2017년 동성애반대국민대회

박원순 시장은 최근 5년 간 동성애 퀴어행사에 서울광장을 내줬다. 서울광장 사용 신청에 대한 수리 여부는 서울 시장이 최종 결정한다. 따라서 동성애에 우호적인 박 시장이 아니었다면 6월 말 주말의 한 낮에 서울시민 남녀노소가 모두 보는 앞에서 동성애자들이 노출이 심한 복장을 입고 자위도구와 술을 팔며 알몸 퍼레이드와 음란 공연을 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전에 동성애 행사는 홍대나 신촌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특징적인 지역에서만 열렸다. 그런데 박 시장 취임 후 동성애 퀴어 행사는 서울시의 든든한 비호를 받게 됐고 많은 젊은이들이 참가하는 일종의 ‘문화축제’로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2017년 제1회 생가효 국제대회
2017년 제1회 생가효 국제대회

기독교계는 2015년 이래 동성애 퀴어행사가 열리는 날 서울광장 맞은편에서 대규모 예배와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른바 맞불집회였다. 2015년 6월 28일에는 대한문 광장에서 교계와 시민단체 회원 수 만 명이 ‘바른 성문화를 위한 한국교회 대연합기도회 및 국민대회’와 ‘생명, 가정, 효(생가효)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2016년 6월 11일에는 대한문 광장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3개 교단과 한국교회 46개 주요교단, 87개 시민단체들이 함께 ‘서울광장 동성애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1부는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 2부는 국민대회로 생가효 페스티벌로 진행됐다. 당시 국민대회에는 기독교계분만 아니라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천주교나라사랑기도모임,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연합 등도 참여했다. 2017년, 2018년, 2019년에도 개신교 주요 교단과 시민단체들은 연합해 대규모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2017년에는 6월 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전 세계 최초로 반동성애 국제대회인 제1회 생명, 가정, 효 세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2020년 3월 24일 6월 12~13일 서울광장에서 또다시 동성애 퀴어행사를 허락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아직까지 퀴어행사는 열리지 않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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