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안 하겠다는 게 아냐, 중대조치 동시에 취해져야"

 

북한 김여정이 10일 연내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여정은 “올해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고 무익하다”고 했다.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미북)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3가지 이유로 미북정상회담이 올해 중에 열리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는 그 이유로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는 것과 "우리의 시간이나 떼우게 될 뿐이고 그나마 유지되여오던 수뇌들 사이의 특별한 관계까지 훼손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쓰레기 같은 볼턴(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예언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도 강조했다.

김여정의 담화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미·북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원한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인 것으로 분석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9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미·북 대화 재개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여정은 그러면서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상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김여정은 올해가 지나 미북 정상회담이 재개될 경우, 지난해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영변 폐기-일부 제재 해제' 카드를 재논의할 생각이 없음도 밝혔다.

이어 "나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지금에 와서 하노이 회담탁에 올랐던 일부 제재 해제와 우리 핵개발의 중추신경인 영변지구와 같은 대규모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북한의 군사적 행위와 관련,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맞다들려 곤혹을 치르게 되겠는가 아니겠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들이 처신하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미북 정상 간 친분에 대한 언급도 거듭 되풀이했다.

김여정은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리 위원장 동지의 개인적 감정은 의심할 바 없이 굳건하고 훌륭하지만 우리 정부는 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여하에 따라 대미 전술과 우리의 핵 계획을 조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고 덧붙였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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