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언유착 의혹 서울고검장 산하 새 수사본부 구성 건의
추미애 “수사팀 교체, 변경은 없다”...건의 1시간40분만 거부
의견 조율 없다 선언한 것...양측 갈등 전면전으로 치달을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할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자신은 지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건의를 즉각 거부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적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김영대 서울고검장에게 지휘를 맡기겠다고 건의한 지 1시간 40분 만이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7시 50분쯤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행사한 수사 지휘권과 관련해 검찰 측과의 의견 조율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어서, 소강 국면에 있던 검찰과 법무부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지난 2일 추 장관은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해 중앙지검 수사팀에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대검은 지난 3일 검사장회의를 소집한 뒤 추 장관의 수사 지휘의 수용 여부 등을 논의했다.

검사장들은 회의에서 수사자문단 절차는 중단하되, 이 지검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 특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이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추 장관의 지휘는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안과 윤 총장의 거취는 연계될 만한 게 아니라고도 했다. 이러한 검사장회의 결과는 지난 6일 법무부에 보고됐다.

그러자 추 장관은 법무부를 통해 지난 7일 “검찰총장이라도 최측근인 검사가 수사 대상인 때에는 지휘를 자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휘 사항을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최종 입장을 밝히기 앞서 장고에 들어간 윤 총장을 겨냥해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결국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 의견을 고려했다”며 현재의 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해 서울고검장의 지휘를 받는 새로운 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했다. 중앙지검 수사팀의 독립성을 강조한 추 장관의 지시에 절충안을 제안한 셈이었지만, 추 장관의 거부 의사에 부딪히게 됐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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