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책인가, 선거용 선심인가?...출범 1년도 안돼 두번째 추경
미국 일본은 일자리 호전...한국은 세금 퍼붓고도 사정 악화
심각한 '정책 실패' 책임인정도, 對국민 사과도 없다
나랏돈 아니고 자신들 주머니돈이라도 이런 식으로 쓸 건가
작년 '일자리 추경' 효과 미미...6만7000개 중 3만개는 노인 단기일자리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제공)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3,4년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34세 이하 청년에게 연간 1000만 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대책을 포함해 청년실업 문제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청년을 고용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과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 대한 지원이 주요 골자다. 취업을 원하지 않는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일부 포함돼 있다.

기재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이 18만에서 22만 명의 청년들의 취업을 알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8%를 기록하며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문재인 정부는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청년실업률을 8% 이하로 떨어뜨리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런 식의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재정 투입과 세금 감면을 통해 청년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과 지방 소재 기업에 취업을 유도하고 청년들의 적극적인 창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섰지만 대규모 재정을 퍼부어 정책의 효과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접근법에 대해서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또 재정을 동원해 임금을 보전한다는 발상은 6.13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노린 정책으로 '일자리 대책'이 아니라 '선거 대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으며 올해 1분기가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추경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임금격차 세금으로 메운다?

중소·중견기업과 지방 소재 기업에 취업해도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만큼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희망사항이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발상과 청년을 고용한 중소·중견기업의 경영자에게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것 모두가 반(反)시장적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은 정부에서 최대 3년간 18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청년이 600만 원을 내면 기업이 600만 원, 정부가 1800만 원을 내 총 3000만 원의 목돈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기재부는 들고 나왔다. 5년간 소득세도 전액 면제하고 전월세 보증금도 연 1.2% 저금리로 3500만 원까지 대출해준다. 산업단지 소재 기업에 취업할 경우에는 교통비도 10만 원 지원한다.

기재부는 “50인 미만 산업단지 소재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경우 연간 총 1035만 원 정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평균 연봉 3500만 원 수준인 대기업 신입사원에 비해 1000만 원 정도 차이가 나는 중소기업에 취업을 한다고 해도 대기업 초임 수준의 실질소득을 거두는 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가들에게도 당근을 나눠준다. 만 34세 이하 청년을 채용할 경우 최대 3년간 8100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받는다. 5인 이상 30인 미만 영세중소기업은 1명만 고용해도 지원혜택을 받고 30인 이사 1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2명을 고용하면 1명에 대해, 100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의 경우는 3명을 고용하면 1명에 대해 사용자에게 인건비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3년 한시적 임금 지원이 사업주와 청년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껴질지는 미지수다. 기업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핵심 요건인 과감한 규제완화는 여전히 배제돼 있다. 미국과 일본 등 현재 글로벌 호황을 견인하고 이 흐름을 타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은 철저한 기업 친화적 정책을 펼치면서 일자리를 비롯한 각종 경기지표를 개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 문제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불변의 진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나온다.

●또 추경, 지난해 11조원 규모 이어 올해는 4조원

기재부는 4월에 추경 규모를 확정한 뒤 바로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추경 규모는 4조 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에도 '일자리 창출' 명분으로 11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상황이 국가재난 수준이라며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가재난 수준인 청년고용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추경이 불가피하다”며 “마침 국채 발행 없이도 초과 세수에 의한 결산 잉여금을 활용하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재부 장관은 “세계 잉여금(정부가 지난해 쓰고 남은 돈) 여유 자금 2조6000억 원과 기금 여유 자금 약 1조원을 활용한 4조원 내외 규모의 추경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은 국채 발행은 않기 때문에 재정적자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고형권 기재부 차관 역시 “앞으로 4년간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베이비붐 자녀세대 39만 명을 그대로 방치하면 실업자가 14만 명 늘어나고 청년실업률은 12%까지 뛰는 등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며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다”고 추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세금이 잘 걷혀 남는 돈이 있으면 나랏빚을 갚아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한국에서 정부가 한해 예산이 확정된 뒤 1분기도 지나기 전에 '추경 카드'를 꺼낸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대형 위기가 터진 직후인 1998년과 2009년밖에 없어 이번 '추경 발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극심한 청년 실업난에 출범 후 1년도 안 돼 두 번째 일자리 추경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국회통과 과정에서는 험로가 예상된다.

야권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 실패'에 따른 일자리 감소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또 추경을 하겠다고 나선 것을 선거를 앞둔 '선심성 퍼주기 예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실수를 나라곳간으로 메워서는 안 된다”며 “나라곳간은 끊임없이 샘솟는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 대변인은 “지난해 편성한 추경도 엉성하게 계획돼 집행이 되지 않았다”며 “예산이 없어서 일자리가 만들어 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 노동개혁 등 기업을 살리는 대책이 없어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의 김철근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추경 전에 악화일로를 걷는 고용상황에 대해 먼저 대국민사과부터 하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관료들에게 일자리 대책 보고나 받지 말고 왜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역효과만 초래했는지 직접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대변인은 “현황판까지 설치해가며 일자리를 직접 챙기겠다던 대통령이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며 “정부는 세금을 풀 것이 아니라 규제를 풀어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규제 혁파와 법인세 감세 등을 통해 최근 일자리 사정이 호전되고 글로벌 경기도 호황인 상황에서 한국만 일자리 문제가 악화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있는 만큼 걸핏하면 추경 타령만 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나랏돈 퍼부은 작년 추경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 별로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실행한 '일자리 추경'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15일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 '일자리 추경'의 성과가 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추경으로 만들어진 직접 일자리는 6만7000개였고 그 중 3만개는 청년 실업 해소와는 거리가 먼 노년층 단기 일자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조2000억 원의 '일자리 추경'을 추진하면서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8만6000개의 '직접 일자리'와 2만4000개의 간접 일자리가 추경을 통해 생길 것이라고 말했었지만 현재 간접 일자리 2만4000개가 발생했는지는 파악조차 안된다. 추경으로는 청년 실업을 해소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 상황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추경을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추경을 투입해 만든 직접 일자리 6만7000개를 분석하면 3만개 가량이 '노인 일자리'였다. 60세에서 65세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만든 일자리는 보육시설 봉사, 취약 노인 안부 확인, 노인 문화 복지 활동, 지하철 택배, 주유원, 경비 등으로 대부분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부가 당초 목표로 내걸었던 청년 실업 해소도 부진했다. 추경을 통해 민간부문에서 청년 취업자리를 9000개 만들 것이라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추경을 통해 만들어진 민간부문 청년 일자리는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396개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채용하면 그중 1명의 임금을 연 2000만 원 한도로 3년간 지원하는 '중소기업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 제도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이 제도에 쓸 48억 원을 확보했지만 중소기업의 신청이 없어 17억 원만 집행했다.

글로벌 경제 호황에 반하는 경제 정책을 추진하며 각종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추가 고용을 꺼리는 상황이다. 언발에 오줌누는 수준의 추경으로는 대한민국의 '나홀로' 불황과 이에 따른 청년 실업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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